문맥 (context)
한국경제는 개발연대와 고도성장기의 성공적인 수출주도형 경제발전을 넘어 보다 성숙한 혁신주도형 경제발전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진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1960년대 중반 이후 한국경제의 고도 성장 단계에서는 실물자본 및 인적자본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의 지속적인 확대가 진행되었고, 이러한 생산요소 투입의 증대와 아울러 제조업 부문의 빠른 생산성 증대가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였다. 성공적인 수출주도형 경제발전의 과정에서 한국은 저임금에 기반을 둔 노동집약적 산업화 단계를 거쳐 자본집약적이고 기술집약적인 산업이 주도하는 경제로 산업구조 고도화를 진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대기업을 중심으 로 연구개발투자를 과감히 늘려가며 선진 경제와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혀 왔다. 한국경제는 중국이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이후 특히 1980년대 말부터 저숙련 노동의 집약도가 높은 의류 및 신발 산업의 비교우위를 급속하게 잃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외환위기를 전후한 1990년대 이래로 낮아지기 시작하여 2000년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일인당 소득의 증가와 추격 성장의 진전에 따른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성숙 단계에 접어드는 경제에서 관찰되는 자연스러운 경향이지만 우리의 경우 그 하락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고도성장기 양질의 저임금 노동과 규모의 경제에 주로 의존하던 일부 주력 수출주도 산업에서 중국 등 후발국 경쟁업체들의 가격경쟁력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지속적인 투자와 고용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면서, 경제의 구조전환과 산업구조 및 고용구조의 고도화가 더욱 절실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혁신을 통한 활발한 창업과 역동적인 혁신 생태계의 발전은 우리 경제의 성패의 관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들어 한국경제가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에서 경제의 신진대사가 저하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은 이런 점에서 매우 우려할 만하다. 특히 각종 규제와 부실기업 지원은 창조적 파괴와 생산요소의 효율적 재분배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때 대단히 성공적이었던 패러다임일수록 환경이 크게 달라진 상황에서 필요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하기가 힘들다. 우리 경제가 유래 없는 고도성장을 이루던 1970년대 전후의 한국 경제의 성장 패러다임은 물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통한 자본 축적과 양적 성장이었다 기계, 장비, 구축물 등으로 대표되는 물적 자본은 신고전파 성장이론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지식재산, 인적자본, 브랜드, 빅데이터 등과 같은 무형 자본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사람들이 양적 확대보다도 삶의 질을 추구하는 단계에 이르러서도 과거의 양적 성장 위주의 성장 패러다임을 고집한다면 혁신성장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혁신성장의 패러다임은 지식기반 자본(Knowledge-Based Capital, KBC)을 비롯한 인적 자본, 사회적 자본 등 무형의 자본을 중시하며 기술의 변화를 외생적으로 주어진 조건으로 보기보다는 기술 혁신을 통한 생산성 증대가 성장의 주요 동력임을 강조한다.
성숙 단계에 접어들기 시작한 한국 경제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고도성장기의 성장 패러다임에 의한 양적 성장의 지속이 아니라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개입주의적인 정책을 펴서 직접 자원을 동원하고 배분할 것이 아니라 경제주체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창의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는 쪽으로 경제정책의 중심이 옮겨가야 한다는 것이다. 불황의 원인은 수요 부족이므로 정부가 재정정책과 금융통화정책의 정책 조합을 통해 총수요를 적절히 관리하는 단기 안정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 케인스식 수요확대 정책의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불황의 원인이 수요의 부족이라기보다는 혁신(공급)의 부족이라고 보고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목표로 경쟁 환경 조성과 구조개혁을 통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슘페터식 공급혁신의 정책 패러다임이다.
혁신이 경제성장의 주요 동인이라고 보는 슘페터의 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과 같은 후발국의 추격형 성장에 있어서 혁신의 역할에 주목하고 그 특성을 국가적 산업적 기업적 차원에서 분석하는 일은 혁신 연구의 중요한 분야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추격을 넘어서는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서 '탈추격' 혹은 '선도형' 혁신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한국의 산업혁신연구 전문가들 사이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산업혁신 차원에서의 '탈추격' 내지 '선도형' 혁신활동이란 “후발산업국가의 기술능력 축적으로 인해 모방이나 추격 대상이 존재하지 않게 됨에 따라 스스로 새로운 기술 궤적을 형성하는 혁신활동을” 말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모방에서 혁신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이라는 관점에서 혁신성장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하겠다. 이는 한편으로는 성공적인 추격의 결과로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이 등장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추격을 지원하던 혁신시스템의 잠재성 고갈에 따라 새로운 성장 체제에 대한 요청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고도성장기에 유효했던 과거의 요소투입형 성장 패러다임이 이미 그 역할을 다하여 가므로 과감히 폐기하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혁신주도의 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지도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한국 경제의 성장 패러다임 전환은 이미 20년 가까이 지체되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이정동은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의 지체를 다단계 로켓에 비유하여 ‘1단 엔진 분리 실패와 2단 엔진 점화 실패'라고 칭하였다. 이에 따르면 한국 산업이 당면한 위기의 핵심은 개념설계 역량의 부족에 있다. 모든 제품은 밑그림에 해당하는 '개념설계(concept design)'와 그 밑그림대로 제품을 만드는 '실행(implementation)'의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혁신적인 개념설계가 있어야만 혁신적인 제품이 나올 수 있다. 고도 성장기 한국 기업들은 해외의 선진 기업들이 그려준 밑그림을 받아와 빠르고 효율적으로 실행함으로써 성장해 왔다. 그 결과 한국 산업은 실행 역량은 강하지만 밑그림을 그리는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 주어진 익숙한 문제를 기계적으로 푸는 실행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상황 속에서 문제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창의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개념설계의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새로운 상황 속에서 문제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창의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역량을 획득하는 과정이 혁신성장의 요체이다. 혁신은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이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도전이다. 혁신성장의 과정은 새로운 기업이 기존의 기업을 대체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기존의 일자리를 위협하며, 더 나아가 새로운 영역에서 신산업이 등장하고 기존의 주력산업이 근본적인 변화를 겪는 산업구조 전환의 과정이다. 혁신성장은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에 근거한 구조개혁이며 시스템전환이다. 과학기술정책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혁신성장을 위한 정책방향을 모색함에 있어서 부분적 개선이 아닌 시스템적 전환이 필요하며, 단기적이고 임기응변적인 대책의 나열이 아닌 장기적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송위진 외(2004)는 '모방형 각개약진형' 기술혁신 모형을 넘어 '창조형 공동체형' 기술혁신 모형으로 나가기 위한 한국 국가혁신체제의 시스템 전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패러다임의 전환과 구조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장기간 되풀이될 뿐 실제적인 진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만큼 구조개혁과 시스템전환이 대단히 어려운 과제임을 보여준다. 이는 과학기술정책이나 혁신정책에만 해당되는 사실이 아니다. 과거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정부나 일본의 코이즈미 정부에서 시도했던 구조개혁의 사례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구조개혁과 패러다임의 전환은 국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없고 추진되는 경우에조차도 성공하기가 매우 어렵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혁신성장의 과제도 예외가 아니다. 홍성주 외(2017)는 신정부 과학기술 정책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로서 노무현 정부 이래 역대 정부의 정책공약과 국정과제들을 비교 분석하였다. 정치적 중요도와 문제 반복도를 두 축으로 하여 역대 국정과제들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비교하였다. 과제의 정치적 중요도가 높으면서도 문제 제기가 역대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반복 되는 경우 이를 해당 과제가 기존의 해법으로는 풀기 어렵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문제 인식과 해석을 달리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접근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보았다. 모방형 추격형 성장으로부터 창조형 선도형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혁신성장의 방향은 이런 점에서 중장기 과제의 성격을 갖는다.
박병원 외(2012)는 국가 시스템이 일회성의 대증적 정책 위주가 아닌 국가전략에 근거한 체계화된 정책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중장기전략 수립과정에 미래연구가 활용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십여 년 전부터 시스템 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광범한 동의가 있었고 역대 정부가 중장기 전략의 수립에 공을 들여왔음에도 불구하고, 패러다임 전환의 지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홍성주 이정원 외(2015)의 전문가 설문 결과에 따르면, 1) 부처별로 파편화된 정책사업과 과도한 행정관리, 2) 국가 차원의 전략 부재, 3) 지식자본의 축적 체계 부실, 4) 관료제의 비효율과 제도적 경직성, 5) 의사결정 거버넌스의 비전문성, 6) 과학기술계의 의제와 대안 형성 능력 부족 등이 전환 지체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전략 부재에 대한 설문에 대해서 한편에서는 “미래를 고려한 국가 차원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실종되었다”는 지적과 함께 다른 한편에서는 “국가 전략이 지나치게 자주 공표되다 보니 전략이 없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는 식의 다양한 시각의 답변들을 내놓았다.
적자생존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업의 투자와 혁신, 생멸과 성쇠, 기술의 발전, 산업구조의 변화, 산업 생산성의 증대가 진행된다. 혁신 활동은 기존 활동의 양적인 확대나 연장과는 다른 질적인 변화를 수반하는 새로운 영역으로의 활동이라는 점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혁신 활동에 대한 측정이 제대 로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혁신과 경제 성장 간의 관계에 대한 실증적 분석 또한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혁신 활동을 어떻게 정의하고 혁신 활동의 정도를 과연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OECD의 오슬로 매뉴얼은 기술 혁신 데이터의 수집과 해석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서 과학기술활동의 측정을 위한 매뉴얼이다. 오슬로 매뉴얼의 초판은 1992년에 발간되었는데 이를 기반으로 유럽공동체(European Community)의 “공동체 혁신조사” (Community Innovation Survey: CIS)가 수행되었다. 이로써 혁신이라고 하는 매우 복잡다단한 과정에 대한 데이터를 개발 수집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오슬로 매뉴얼에서도 역시 슘페터가 제안한 혁신의 다양한 형태들과 기업의 혁신 동기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이정동이 한국 산업의 위기 핵심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비유와, 그 비유를 통해 지적한 한국 산업의 구체적인 역량 부족 문제는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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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이정동의 비유 내용과 그 비유가 상징하는 한국 산업의 역량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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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이정동이 사용한 비유와 한국 산업의 역량에 관한 문장을 추출한다.
- 이정동은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의 지체를 다단계 로켓에 비유하여 ‘1단 엔진 분리 실패와 2단 엔진 점화 실패'라고 칭하였다.
- 이에 따르면 한국 산업이 당면한 위기의 핵심은 개념설계 역량의 부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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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비유의 명칭인 '다단계 로켓'과 '1단 엔진 분리 실패 및 2단 엔진 점화 실패', 그리고 핵심 문제인 '개념설계 역량 부족'을 근거로 선택한다.
- 다단계 로켓에 비유하여 ‘1단 엔진 분리 실패와 2단 엔진 점화 실패'라고 칭하였다.
- 한국 산업이 당면한 위기의 핵심은 개념설계 역량의 부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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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비유는 패러다임 전환의 지체를 의미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실질적인 문제는 실행 역량에 비해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임을 연결한다.
- 고도 성장기 한국 기업들은 해외의 선진 기업들이 그려준 밑그림을 받아와 빠르고 효율적으로 실행함으로써 성장해 왔다.
- 그 결과 한국 산업은 실행 역량은 강하지만 밑그림을 그리는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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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이정동은 패러다임 전환의 지체를 '다단계 로켓의 1단 엔진 분리 실패와 2단 엔진 점화 실패'에 비유하였으며, 이는 한국 산업이 실행 역량은 갖추었으나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는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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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질문에 대한 최종 답변을 구성한다.
근거 (evidence)
- 이정동은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의 지체를 다단계 로켓에 비유하여 ‘1단 엔진 분리 실패와 2단 엔진 점화 실패'라고 칭하였다.
- 이에 따르면 한국 산업이 당면한 위기의 핵심은 개념설계 역량의 부족에 있다.
- 다단계 로켓에 비유하여 ‘1단 엔진 분리 실패와 2단 엔진 점화 실패'라고 칭하였다.
- 한국 산업이 당면한 위기의 핵심은 개념설계 역량의 부족에 있다.
- 고도 성장기 한국 기업들은 해외의 선진 기업들이 그려준 밑그림을 받아와 빠르고 효율적으로 실행함으로써 성장해 왔다.
- 그 결과 한국 산업은 실행 역량은 강하지만 밑그림을 그리는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이정동은 패러다임 전환의 지체를 '다단계 로켓의 1단 엔진 분리 실패와 2단 엔진 점화 실패'에 비유하였다. 이를 통해 지적한 한국 산업의 핵심 위기는 실행 역량은 강하지만, 새로운 상황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창의적인 밑그림을 그리는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