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혐오’는 한국사회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사회적 현상이다.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해 사건은 혐오범죄의 심각성을 드러낸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성소수자, 장애인, 난민, 여성 등의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과 혐오 현상도 언론에 비일비재하게 등장해왔다. 2016년과 2017년은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를 차별하고 증오하는 혐오 현상이 학교 안에서도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는 기사들이 열띠게 보도되었다. 교실이 “혐오의 배양지”라는 표현은 학교의 존재 의미 자체를 흔드는 선언이었다. 특히, 학교 안 여성혐오 현상은 2018년 초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국민청원, 스쿨미투 운동 등으로 그 심각성과 대책 수립의 필요성이 대대적으로 공표되었다. 그럼에도 교육부와 교육청 등의 교육 당국은 혐오 현상에 대한 이렇다 할 대책을 내어놓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시·도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교육부 차원에서도 민주시민교육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지만, 학교 안 차별과 혐오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다. 경기도교육청 학교민주시민교육의 목표인 ‘학교민주주의 기반 구축’, ‘민주적 학교문화 실현’, ‘민주시민 역량 강화’에는 학교 안 소수자들의 현실이 구체적으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연구 과제 진행 초기에 이 학교의 교감 선생님은 여기에 공부 잘하고 성인들이 보기에 바람직한 태도를 지닌 학생들이 많다는 점을 강조해서 이야기했고, 그래서 “사건 사고가 많은” 학교에 비하여 혐오를 주제로 한 이 연구의 결과를 얻기에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관점은 혐오 현상을 일탈로 보는 것이다. 혐오는 증오의 감정과 태도이며 이는 소수자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지배적인 질서와 문화로부터 배태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혐오 현상은 일탈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현상이다. 예컨대, 무능력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에 대한 혐오는 성취가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일어나기 쉬운 현상이다. 학업성취를 중요시하는 연구 참여 학교의 경우,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노력과 능력, 성적이라는 결과가 학교의 지배적인 질서였다. 성적이 높은 학생들에 대한 교사들의 호의와 신뢰, 학생들의 성적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의 높은 관심 등은 학생들이 ‘공부 잘하는 학생이 좋은 학생’, ‘능력 있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가치를 내면화하게 만들 것이다. 학교의 지배적인 질서가 성적과 성취 중심인 한, 학생들이 무능력하고 노력하지 않는 존재를 혐오하는 것은 바뀌기 어렵다.
학교의 지배질서가 재생산되는 것은 곧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무엇이 정상인지를 규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교사나 보호자, 학교 제도와 질서의 개입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혐오 현상은 학교 안에서 누가 차별당하고 배제당하는지를 보여주고, 학교 안에서 누가 정상으로 존중되는지를 배우는 장이 된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 간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져있는 비공식적인 질서 속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힘은 인기 있는 남학생들 위주로 재편되어 있다. 이 남학생들이 학생과 청소년에게 금지되어 있는 것들을 위반하고 이를 드러내는 것은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남성성의 과시는 여성혐오와 연결되며 이질적인 존재에 대한 거부로 이어지기도 한다. 혐오 현상이 학생들 간 일상적인 현상 중 하나라는 것은 학생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고 비정상에 대한 경멸과 적대감을 표현한다는 의미이다.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나와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고 학급 내 이질성과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이에 따른 차별을 멈출 때 가능하다.
학생들은 혐오의 대상이 되었을 때 이에 대해 진지하게 대응하는 것을 꺼린다. 혐오 현상은 또래의 문화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진지한 대응은 ‘장난과 재미로 한 것에 진지충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혐오를 당하고도 무시하거나 오히려 그 분위기에 동조하면서 혐오 현상을 견디는 경우가 많다. 다음의 만화는 그러한 상황을 잘 드러내고 있다. 만화 속 여학생은 화장을 했다는 것 때문에 놀림과 혐오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 분위기 속에서 함께 웃으며 상황을 겪어낸다. 나중에 이 여학생은 개별 면담에서 이 상황이 힘들었으며 화가 났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학교나 학급 차원에서 혐오표현과 혐오 현상에 대한 공식적인 교육이나 해결 방안, 대응 체계 등이 전무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혐오 현상에 대한 대응이 곧 학교폭력 사안으로 넘어갈 것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 외모 평가와 혐오표현으로 상처받은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이 없는 공간에서 서로에게 공감하고 함께 남학생들을 비난하기는 한다. 그런데 담임교사 조차도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여학생들의 이러한 공분은 학교나 학급의 공적인 논의의 장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위 인용문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여학생들은 화장을 하지 않아도, 진하게 해도 남학생들에게 혐오표현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남학생들의 혐오표현은 모순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는 남학생들의 여성 외모에 대한 평가 기준인 ‘예쁜’ 얼굴이냐의 여부를 두고 보면, 일관된 논리에 따른 혐오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남학생들은 ‘예쁜’ 여학생들의 화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도 혐오표현도 하지 않는다.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의 외모를 예쁘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남성중심적인 성별 고정관념에 따른 차별의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여성을 ‘예쁜’ 외모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시선과 평가의 남성중심성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예쁨’은 곧 여성스러움과 동일하게 여겨지는 것으로써 지배적인 성역할을 강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학급에서 ‘예쁘지’ 않은 여학생은 여성스럽지 못한 여성이며 때문에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최근 경기도의회의 이주아동지원조례 제정을 둘러싸고 전개된 논쟁의 과정에서 수집된 사례들이다. 경기도의회의 모의원이 이주아동지원조례 제정을 예고하자, ‘난민대책국민행동’ 등의 단체에서 그에 대한 반대를 조직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반대의 요지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소위 ‘무임승차론’이다. 이주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해보면 그에 편승해서(미등록 상태인) 부모들이 한국 사회에 눌러 앉음으로써, 미등록체류자를 양산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반대의 논리는 국민의 세금을 비국민 ‘불법체류자’에게 사용해선 안 되며, 국민의 기본적 권리부터 먼저 챙겨줘야 한다는 것이다. 조례 제정을 보도한 인터넷 기사들에 달린 조례제정반대론자들의 댓글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불법체류자들의 자식들에게 국적을 주려는 매국노들아.. 대한민국에 거지처럼 들어와 살면서 애낳았다고 국적을 준다면...한국은 망하는 것이다...”이들 발언들의 특징은 발화자의 다양성에서는 찾기 힘들다. 이들은 자신들을 “아무런 정치적 배후도 힘도 없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나라를 물려주고 싶어서 활동하는 아기 엄마, 아빠, 대학생, 평범한 직장인들의 모임”으로 소개한다. 이들의 댓글에서 주목할 점은 ‘애국 대 매국’ 프레임이다. 애국 대 매국 프레임은 ‘국민(우선) 대 외국인(특혜)’ 프레임과 조응한다. 이런 구도하에서 이주 아동에 대한 지원은 ‘국부 유출’에 해당하는 세금 낭비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 편승해 자신의 안위를 챙기려는 “거지좀비근성”을 가진 외국인 부모들을 정당화하는 비도덕적인 행위이며 나아가, “나라를 팔아먹는” “신매국정책”이기도 하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당당하게 매국질”을 자행하는 “매국노” 집단일 뿐이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학교 내에서 학생들이 무능력하고 노력하지 않는 존재를 혐오하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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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학교 내에서 특정 대상(무능력하고 노력하지 않는 존재)에 대한 혐오가 발생하는 인과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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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연구 참여 학교의 지배적인 질서와 가치관에 대한 정보를 추출한다.
- 학업성취를 중요시하는 연구 참여 학교의 경우,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노력과 능력, 성적이라는 결과가 학교의 지배적인 질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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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학생들이 특정 가치를 내면화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요인들을 선택한다.
- 성적이 높은 학생들에 대한 교사들의 호의와 신뢰, 학생들의 성적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의 높은 관심 등은 학생들이 ‘공부 잘하는 학생이 좋은 학생’, ‘능력 있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가치를 내면화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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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학교의 지배적 질서가 성적 중심이며, 이것이 학생들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쳐 혐오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구성한다.
- 학교의 지배적인 질서가 성적과 성취 중심인 한, 학생들이 무능력하고 노력하지 않는 존재를 혐오하는 것은 바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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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성적과 성취를 중시하는 학교의 지배적 질서와 그에 따른 가치 내면화가 혐오의 원인임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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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질문에 대한 최종 답변을 작성한다.
근거 (evidence)
- 학업성취를 중요시하는 연구 참여 학교의 경우,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노력과 능력, 성적이라는 결과가 학교의 지배적인 질서였다.
- 성적이 높은 학생들에 대한 교사들의 호의와 신뢰, 학생들의 성적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의 높은 관심 등은 학생들이 ‘공부 잘하는 학생이 좋은 학생’, ‘능력 있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가치를 내면화하게 만들 것이다.
- 학교의 지배적인 질서가 성적과 성취 중심인 한, 학생들이 무능력하고 노력하지 않는 존재를 혐오하는 것은 바뀌기 어렵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학교의 지배적인 질서가 성적과 성취 중심이기 때문이다. 성적이 높은 학생에 대한 교사의 호의와 신뢰, 학부모와 교사의 높은 관심은 학생들이 '공부 잘하는 학생이 좋은 학생', '능력 있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가치를 내면화하게 만들며, 이러한 구조 속에서 무능력하고 노력하지 않는 존재를 혐오하는 현상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