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앞서 과장된 행위를 통해 수용자로 하여금 행위 주체의 감정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갖도록 유도했던 서술 방식을 살펴보았다면, 이 절에서는 행위 주체의 감정 자체가 과도하게 표출되는 경우를 고찰해 볼 것이다. 대표적인 과도한 감정 중의 하나는 감상성이다. 다음은 어사임을 감추는 몽룡 앞에서 내일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춘향이 서글피 죽은 뒤의 당부를 하는 부분으로 감상성의 표출이 두드러진다. 춘향이 거지가 되어 찾아 온 몽룡을 보고 품었던 모든 기대가 사라진 채, 죽기만을 바라면서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는 이 부분은 청중의 눈물을 끌어내기 충분한 감상적 내용을 구비하고 있다. 춘향이 몽룡을 보면서 몽룡의 손으로 자신의 시체를 처분하여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나 자신이 죽은 뒤를 미리 상상하며 비명(碑銘)과 무덤 앞에서 할 말까지 당부하는 춘향의 사설은 수용자를 과도한 감정인 감상성에 빠지게 한다.
춘향이는 자신이 몽룡에 의해 구해질 것을 모르지만 수용자는 알고 있다. 따라서 수용자는 굳이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흘리며 옷고름을 흠뻑 젖게 만드는 것은 춘향의 슬픔으로 촉발된 자신의 슬픔 때문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청중은 춘향이가 불쌍해서라기보다는 춘향이라는 대상에 감정이입된 자신을 불쌍히 여기면서 우는 것이다. 감상성의 체험은 그 대상과 사건이 아주 오래 전에 그리고 상당히 멀리 떨어져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궁극적으로는 항상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지적된다. 감상성은 그러한 자기애적 속성으로 인하여 비판받기도 하지만, 수용자가 대중 문화물의 의미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라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앙은 멜로드라마에서 전개되는 사건들이 수용자의 경험적 사실과 다르고 과장이 심하더라도 수용자로부터 고도로 충전된 감정적 충격을 만들어 내는 한 의미 있는 것이며, 바로 그러한 감정적 충격이 멜로드라마가 가지는 호소력이라고 지적한다. 사건의 과도함과 감정의 강렬함이 수용자의 상상 속에서 뒤엉켜 수용자는 허구 세계가 그려내는 감정에 공감하게 되고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판소리에서 사건의 기술은 객관적인 행위를 위주로 이루어지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사건의 사실적인 진행을 충실히 그려내기보다는 과장된 행위를 극적으로 서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춘향전의 성애 부분은 이러한 특성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인용 부분은 춘향과 몽룡이 “어붐질”을 하면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으로 과장된 성애의 행위가 잘 나타나 있다. 판소리 창자는 성행위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성행위를 충분히 암시하는 어붐질에 대한 실랑이를 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였다. 춘향은 판소리 연행은 공적으로 이루어지며, 대부분의 연행에서 공적인 주제가 표명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성적 행위의 묘사가 판소리 연행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지금의 눈으로 보기에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반드시 일상에서 성과 문화 생산물에서 성의 묘사가 반드시 일치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현재의 대중문화에서도 평범하지 않은 관계의 과장된 성애는 대중의 관심을 끄는 주요 소재로 다루어짐을 생각할 때, 일상의 평범한 성애보다는 좀더 극화되고 더욱 자극적인 성애라야 수용자의 관심을 끌기 마련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소위 적나라한 포르노그라피의 현실적 체험이 너무나 직접적으로 육체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 세계를 끔찍해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아 춘향가의 성애 장면이 계속적으로 반복되어 오면서 그리 큰 사회적 물의를 낳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 장면이 직접적인 육체적 자극과는 조금 다른 감정을 일깨운다는 암시를 한다. 춘향가의 성애 대목은 직접적이고 사실적인 행위의 서술보다는 대화와 노래, 그리고 비유와 화려한 수식을 동반한 서술로 이루어져 있다. 인용 부분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처럼 성행위를 암시하는 몽룡의 말과 어붐질에 대한 실랑이를 찾을 수 있을 뿐, 구체적인 성행위의 진행을 관찰할 수는 없다. 그러나 행위 주체의 성애의 기쁨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과장된 행위의 기술에서 부각되는 것은 사실적 행위 자체가 아니라 행위 주체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과장된 행위의 서술은 등장인물의 정서를 극대화시키는 효과를 수반하며, 수용자로 하여금 행위의 진행보다는 행위 주체의 정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만든다. 따라서 수용자는 객관적인 행위 중심의 서술로 인해 엿보는 듯한 느낌을 통해 관능성을 총족하기보다는 과장된 행위에서 행위 주체의 극대화된 감정을 함께 체험한다.
이 묘사에서 춘향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다. “해도 같고 별도같”은 춘향이의 모습이 어떠한지,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은 선녀의 얼굴이란 어떤 모습인지 청중들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이처럼 연창자는 춘향이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으며, 몸매가 어떠한지 정확히 묘사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단지 춘향이의 움직임과 주변의 분위기를 비유적으로만 환기할 뿐이다. 춘향이가 그네를 탈 때, 춘향 머리 위의 푸른 잎은 몸을 따라 흔들흔들거리고, 복숭아꽃 활짝 핀 가지를 툭툭 차니 송이송이 맺힌 꽃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이상적인 아름다운 풍경 묘사나, 선녀가 구름이나 학을 타고 하늘로 오르는 것 같다는 관습적 묘사를 대하면서 수용자들은 실제 모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연창자는 객관적으로 대상을 그려내기보다는 청중의 머릿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한다.
그러나 청중은 비재현적인 묘사에서 오히려 실감을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아름다운 춘향의 모습은 사진처럼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녀같다’ 등의 관습적 비유를 통해 개별적 수용자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미지를 생동시킴으로써 수용자에게 가장 완벽하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연창자는 화려한 비유와 생동감 있는 의태어들을 동원하여 수용자의 관념적 이미지를 아름답게 꾸민다. 그 결과 수용자들은 연창자의 묘사로 촉발된 자신의 환상 속에서 각각 가장 아름다운 춘향을 그려내며 자신의 관념이 투사된 대상에 쉽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관념적인 묘사는 대상의 외관에 충실하기보다는 수용자가 머릿속에서 각자 상상하는 대상을 쉽게 만들어내는 데 도움을 주어 수용자의 참여와 몰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와 같이 두 내용 사이의 비약적인 시간은 독자들이 추론적인 행보를 통해 메워야 할 공간으로, 독자는 춘향과 몽룡이 밤도망을 쳐서 어떻게 되었으며, 갑자기 등장한 산삼 캐는 노인과 이들의 관계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이와는 달리 완판본에서는 특수한 시기에 집중된 서술을 하는 관계로 시간적 생략이 행해지지만, 특수한 시기 동안 행해진 사건들이 연속성을 갖기에 비약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 텍스트에서는 시간적 생략을 오히려 독자들로 하여금 발견하게 하기 위하여 여백을 텍스트에 삽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이 텍스트에서 꿈은 독자의 기대와 작중 인물의 기대를 전복시키는 기능을 하는 장치로 사용되었다. 옥중의 춘향이 꾸었던 꿈은 사실은 꿈이 아니라 변학도가 시킨 연극이었다. 그리고 몽룡이 찾아오기 직전에 춘향이 암행어사가 되어 오는 몽룡의 꿈을 꾸는데, 이 역시 사실과는 차이가 있다. 이렇게 꿈은 일상적인 시간의 연속이거나 현실과는 상관없는, 인물의 잠재의식일 뿐이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춘향이 몽룡을 보고 품었던 모든 기대가 사라진 뒤,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당부하는 구체적인 말의 내용은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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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춘향이 죽기 전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남긴 구체적인 당부의 말(대사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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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문맥에서 춘향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당부의 말을 한다는 사실과, 그 내용이 감상성의 표출이라는 점을 추출한다.
- 춘향이 거지가 되어 찾아 온 몽룡을 보고 품었던 모든 기대가 사라진 채, 죽기만을 바라면서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는 이 부분은
- 자신이 죽은 뒤를 미리 상상하며 비명(碑銘)과 무덤 앞에서 할 말까지 당부하는 춘향의 사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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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춘향이 비명과 무덤 앞에서 할 말을 당부한다는 사실은 언급되어 있으나, 정작 그 '말의 구체적인 내용'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 비명(碑銘)과 무덤 앞에서 할 말까지 당부하는 춘향의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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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문맥은 춘향이 당부의 말을 한다는 상황과 그 행위가 감상성을 유발한다는 점을 설명할 뿐, 춘향이 실제로 어떤 문장이나 내용을 말했는지는 제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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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질문이 요구하는 '구체적인 당부의 내용'은 문맥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답을 결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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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주어진 문맥만으로는 답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근거 (evidence)
- 춘향이 거지가 되어 찾아 온 몽룡을 보고 품었던 모든 기대가 사라진 채, 죽기만을 바라면서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는 이 부분은
- 자신이 죽은 뒤를 미리 상상하며 비명(碑銘)과 무덤 앞에서 할 말까지 당부하는 춘향의 사설은
- 비명(碑銘)과 무덤 앞에서 할 말까지 당부하는 춘향의 사설
최종 답변 (final_answer)
주어진 문맥만으로는 답을 확인할 수 없다.
분석 (analysis)
문맥은 춘향이 죽기 전 사람들에게 당부의 말을 한다는 상황과 그 행위의 성격에 대해서는 설명하고 있으나, 춘향이 남긴 구체적인 대사 내용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문맥 외부의 정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