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최수영: 북한 발표에 의존하는 것도 상당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별달리 북한 발표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발표내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뚜렷한 뒷받침 자료가 없는데도 북한 발표를 인용함에 있어서 확대 해석하거나 단정적으로 평가하는 일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북한 발표내용을 있는 그대로 인용해 보여주는 것이 차라리 최선일지도 모른다. 특히 경제 관련 수치를 북한이 발표하였다면 더더욱 신중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북한이 취한 일련의 경제정책 변화는 유의해서 해석해야 할 것이다. ‘6⋅28 방침’ 및 ‘12⋅1 조치’로 알려진 농업과 기업소 부문의 일종의 개혁조치는 어떤 의미에서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들 조치가 확대 해석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행 후 채 2년이 되지 않았는데도 성과를 논하고 있음도 조금은 성급한 일로 보인다. 특히 2015년부터 농업부문에서 가족단위 자율경영제를 도입할 예정이라는 ‘5⋅30 조치’에 대해서는 우리의 희망사항과 기대를 반영한 일종의 추측과 논평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은 다분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구조적 요인 분석에서 한때 대두되었던 내재적 접근은 지나치게 북한의 특수성을 강조함으로써 경제발전의 일반 이론과 괴리를 발생시킬 수 있음도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의 시장화가 비록 북한식 계획경제의 실패에서 발생하는 것이지만, 체제전환국의 경험 못지않게 과거 군사독재하의 저개발국에서 발생하는 비공식경제와 유사성을 가지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정부의 5⋅24 조치 이후 북한경제가 오히려 시장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일부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북한의 장마당 경제가 체제 변화 시 과연 시장경제로 전환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왜곡된 형태의 의사시장화(pseudo-marketization)로 나아갈 것인지 엄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만의 관심이 아니라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독재 전력을 가진 개도국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한편, 1990년대 이후 진행되어 온 비교연구는 북한경제의 실상 파악과 향후 개혁방향 제시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므로 확대되어야 한다.
오늘날 북한경제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는 ‘아래로부터의 개혁’이라고 부를 만하며, 이는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에도 나타났던 현상이다. 중국에서도 정권이 개혁을 추진하기 전에 먼저 개인 농사와 개인 자영업, 소규모 사기업이 나타나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그런데 북한과 달리 중국에서는 곧이어 공산당 정권이 근본적인 제도개혁을 추진했고, 그 결과 놀라운 고도성장이 이어졌으며, 경제활동의 중심은 개인 농사와 장사에서 기업다운 기업으로 옮겨갔다. 요즘 북한 정권도 ‘우리 식의 경제관리 방법’이라는 이름으로 개혁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그들의 개혁은 훨씬 소극적이고 제한적이다. 정치적, 군사적, 이념적으로는 여전히 낡은 북한식 체제에 갇혀 있다. 아래를 살펴보면 희망이 보이지만, 위를 쳐다보면 한숨이 나오는 것이 오늘날 북한의 현실인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북한의 보통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이른바 ‘수령’이 절대적인 권력을 갖는 ‘유일체제’로 알려져 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수령의 힘은 약해지고 보통 사람들의 힘은 세지고 있는 것 같다. 국영 산업 부문이 붕괴하고 전통적 계획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된 후로 북한의 보통 사람들은 각자 알아서 살아야 하는 처지에 빠졌다. 옛날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영기업과 국가기관, 협동농장 등 소속 단위에서 수령과 당이 시키는 대로 살았지만, 이제는 개인 장사나 농사를 해서 자기 힘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북한 정권이 하는 일만 보면, 북한경제는 여전히 ‘고난의 행군’ 상태에서 정체하고 있을 것처럼 여겨진다. 북한 정권은 군사력 증강과 전시성 건설 사업에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고 있고, 시대에 뒤떨어진 북한식 중화학공업을 되살리려 애쓰고 있다. 통화를 남발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가 하면 급기야는 화폐개혁으로 큰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남북관계와 대외관계에서도 대결적 자세로 일관해 외부에서 받는 원조도 크게 줄었다.
그런데도 북한의 경제사정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 같다는 소식이 자주 들리고 있다. 처음에는 평양에 국한된 현상인가 했지만 지방 경제도 역시 좋아졌음을 알려주는 정보가 많다. 식생활 사정이 좋아졌고 옷도 더 잘 입고 다니며 주택 건설도 활발해졌다고 한다. 이동전화망이 전국 대부분의 도시에 설치되어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을 들고 다니게 된 것도 큰 변화다. 승용차, 트럭, 버스 등 자동차도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런 변화는 김정은 집권 이후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개선 속도가 빠르지 않아 처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꽤 오랫동안 이런 추세가 계속되다 보니 이제는 확연히 알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북한이 최빈국 그룹에서 확실히 벗어났다고 볼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느리게나마 경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중요한 변화이다. 나는 이런 변화가 북한만이 아니라 대다수 저소득 개발도상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반적 현상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 희망이 없어 보였던 아프리카 최빈국들에서도 경제 사정은 뚜렷하게 좋아지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이런 생활력이 쉽게 발휘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 최빈국의 보통 사람들은 수십 년 동안 이런 힘을 보여주지 못한 채 최저생계 수준에서 정체하였다. 이에 비해 북한의 보통 사람들은 훨씬 빨리 살길을 개척한 셈이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나는 아프리카에 비해 북한의 교육 수준이 훨씬 높았던 것이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독립 당시 아프리카 최빈국 사람들은 대부분 문맹이었다. 읽고 쓸 줄 모르고 셈도 못하는 사람들은 장사도 잘하지 못한다. 그들의 교육 수준은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개선되었고, 그 결과 새 세대의 아프리카인들은 앞 세대에 비해 훨씬 더 장사를 잘 할 수 있게 되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장사의 길을 개척한 북한의 보통 사람들은 아프리카 최빈국 사람들에 비해 훨씬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어서 새로운 생활방식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북한의 전반적인 인적자본 수준은 아프리카 최빈국에 비해 더 높다. 물론 보통 사람들의 생활력에는 한계가 있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 그들이 만들어 놓은 나쁜 제도가 여전히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하면 조금씩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는 있다.
한반도의 통합 또는 통일을 상정할 때, 북한경제의 대안 모색은 동북아의 지정학 속에서 한반도 경제가 나아가야 할 미래상과 연동되어 진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북한경제와 관련한 정책연구는 대부분 북한에 한정되거나, 남북이 결합된 수준에 머물렀다고 보여진다. 만약 이와 같이 지리경제적으로 좁게 설정된 범위에서 최종 상태(end state)의 설정이 개연성보다 당위성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면, 오류를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 부언하면 외연적 환경에 대한 전제가 잘못될 경우, 제대로 된 북한경제의 실체 파악은 물론 정책 대안의 모색도 어려워질 수 있다. 최근 북한이나 동북아 지역 연구자들의 논문에서 동북아와 한반도의 문제를 별개가 아닌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수렴하려는 시도가 보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하겠다. 일정 부분 특수 분야로 여겨진, 그래서 외부 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했던, 북한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자들도 시야를 동북아와 세계로 넓혀야 한다. 그래서 한반도 주변 4강은 물론, 동북아의 지정, 지경학적 변동의 추세에 대한 연구가 동시에 이루어져야만,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경제의 앞날을 올바르게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지시문 (instr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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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question)
저자가 북한의 보통 사람들이 아프리카 최빈국 사람들에 비해 새로운 생활방식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로 제시한 것은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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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북한 보통 사람들의 빠른 생활방식 적응 원인을 묻는 질문을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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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북한 보통 사람들과 아프리카 최빈국 사람들의 적응력 차이에 관한 내용을 추출한다.
- 1990년대 중반부터 장사의 길을 개척한 북한의 보통 사람들은 아프리카 최빈국 사람들에 비해 훨씬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어서 새로운 생활방식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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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적응의 원인으로 명시된 '교육 수준'과 관련된 문구를 선택한다.
- 나는 아프리카에 비해 북한의 교육 수준이 훨씬 높았던 것이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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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북한의 높은 교육 수준이 인적자본의 차이를 만들었고, 이것이 새로운 생활방식에 대한 빠른 적응으로 이어졌음을 연결한다.
- 지금도 북한의 전반적인 인적자본 수준은 아프리카 최빈국에 비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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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질문에 대한 답으로 '높은 교육 수준'을 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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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최종 답변을 간결하게 작성한다.
근거 (evidence)
- 1990년대 중반부터 장사의 길을 개척한 북한의 보통 사람들은 아프리카 최빈국 사람들에 비해 훨씬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어서 새로운 생활방식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나는 아프리카에 비해 북한의 교육 수준이 훨씬 높았던 것이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 지금도 북한의 전반적인 인적자본 수준은 아프리카 최빈국에 비해 더 높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아프리카에 비해 훨씬 높은 교육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