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도서정가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도서정가제를 합리화하는 근거는 도서출판물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상품이라기보다는 문화 현상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만약 도서에 대해 일정한 가격을 보상해 주지 않으면 시장에서 인기 있는 상품 위주로 도서시장이 재편될 것이고 결국 인기 없는 도서들은 출간되기 어려워진다. 시장에서 충분한 지명도를 갖고 있지 않은 신진작가들이 등장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이는 문화의 다양성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 이것이 도서정가제의 근거이다. 따라서 도서정가제를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의 측면에서만 판단할 수는 없다. 서론에서 밝혔듯이 본 연구는 도서정가제의 최저재판매가격 유지 역할과 그 경제적 효과에만 집중한다. 일반적으로 재판매가격 유지는 반경쟁적 행위로 전형적인 불공정거래의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도서정가제의 경우에는 경제적 효율성을 제고하는 측면도 있다. 신광식(1991)은 경제적 효율성의 측면에서 도서정가제가 의미를 갖는 경우를 구체화하였다. 도서는 진열, 전시가 매우 중요한 상품이고, 사전적으로는 어떤 도서가 잘 팔릴지 예상하기 어렵다.
결국 유통기업의 가격설정능력에 제한이 가해지면, 기술혁신이나 시장구조개선 등을 통해 탐색비용을 줄이더라도 그 효과를 충분히 달성할 수 없다. 유통기업의 가격설정능력을 제한하는 많은 경우가 담합이나 제조업체의 재판매가격 유지 등이겠으나, 도서정가제처럼 정부의 가격규제가 그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도서유통시장에서는 효율성이 아닌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규제가 도입되었는데, 문화의 다양성을 다른 방법으로 보존할 수 없는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자상거래 활성화 이전에도 가격규제를 통한 시장왜곡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었었다(신광식[1991]; 신일순⋅문삼욱[1999]; 연태훈[2004] 등).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된 지금 그 문제는 더욱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도서유통시장에서는 오랜 제도적 관행으로 도서정가제가 유지되고 있다. 출판사들의 대표가 도서의 정가를 정하고, 도서유통을 담당하는 서점들은 정가에 맞춰 (정해진 할인 폭 내에서) 판매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도서를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의 예외로 인정하여 공정거래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와의 협의를 통한 간행물의 경우 도서정가제를 허용하고 있다. 앞서 유통기업의 가격설정능력이 제한되면 전자상거래 도입으로 인한 탐색비용 감소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서술한 바 있다. 이 주장이 옳다면 우리나라 도서유통시장에서 전자상거래의 효과는 도서정가제가 없는 다른 나라에 비해 덜 나타날 것이다. 도서정가제가 없는 미국이나 영국과 비교했을 때, 유통기업의 수는 더 많을 것이고, 도서의 가격수준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4장에서는 이러한 예측들을 데이터를 통해 살펴본다.
우리나라의 도서유통시장은 전자상거래가 가장 활성화된 분야 중 하나이다. 그런데 도서정가제라는 형태로 최저재판매가격 유지가 요구되고 있다. 이론모형의 결론은 도서유통시장에서 전자상거래 도입으로 인한 효과가 충분히 발현되지 않을 것이라 예측한다. 실제로 온라인 서점 비중이 커지면서 가격경쟁이 활발해진 결과 도서가격은 상당히 떨어졌다. 그러나 미국 등 도서정가제가 없는 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온라인 서점들은 대규모로 시장에 진입하였다가 상당수가 빠르게 퇴출되었다. 비효율적인 서점들이 걸러지는 과정을 겪은 것이다. 실제로 시장집중도는 빠르게 줄었다가 다시 올라가는 경로를 밟아 이론의 예측을 충족시켰다. 그러나 유의미한 시장점유율을 가진 온⋅오프라인 서점의 수는 미국에 비하면 아직 많은 편이다. 비효율적인 서점의 퇴출과정이 아직 충분치 않은 것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
새 개정안은 구간의 재고처리 문제와 관련하여 출간된 지 1년 6개월이 지난 도서에 관해서는 정가를 새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장치를 마련하였다. 이는 재고처리를 위한 할인판매의 길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기존의 구간 할인판매가 서점(유통기업)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면, 새 개정안하에서는 할인판매 여부가 출판사(제조업체)의 판단에 따르게 된다. 재고처리를 위한 할인판매의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그 실효성에 상당한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는 조치라 하겠다. 할인율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간접할인 포함 최대 19%(직접할인 10%)를 최대 15%(직접할인 10%)로 줄였다. 그리고 도서정가제 대상 도서를 모든 도서로 확대하여, 실용도서나 초등학생용 학습참고서 등 기존의 도서정가제 예외대상을 없앴다. 이러한 조치들은 모두 도서정가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면 지난 4월 29일에 통과된 개정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이 개정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신⋅구간 구별을 없애고 모든 도서에 대해 도서정가제를 강제하는 것이다. 도서정가제의 운용이 정가와 허용 할인율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의 용어를 빌리면 최저재판매가격 유지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도서정가제는 발간된 지 1년 6개월이 지난 구간에는 적용되지 않았었다. 즉, 구간 도서의 경우에는 재판매가격 유지가 강제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모든 출간 도서에 대해 도서정가제를 강제한다. 구간에 도서정가제를 강제하는 것은 서점의 재고처리와 관련하여 큰 시사점을 갖는다. 상당수 오프라인 서점들의 경우 여전히 위탁판매(반품제도)가 많고 재고처리에 대한 책임이 출판사에 있는 반면, 온라인 서점들은 온전히 재고처리의 책임을 떠안고 있다. 따라서 구간의 도서정가제 강제는 온라인 서점들의 재고처리와 관련하여 상당한 문제를 발생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오프라인 서점들의 경우, 팔리지 않는 도서는 출판사에 반품하면 되지만, 출판사나 도매상으로부터 서적을 직접 구매하여 소유하고 있는 온라인 서점들의 경우 할인판매 없이 남아 있는 구간을 해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해외의 도서정가제를 검토하면 공통적으로 구간은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고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구간의 재고처리를 위한 방편으로 생각할 수 있다. 비록 도서정가제를 유지하는 국가들이라고 하더라도 일정 연한이 지난 구간은 재고처리의 편의를 위해 도서정가제 적용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이는 이번의 개정안에서 신⋅구간 구별을 없앤 것과 확연히 구별되는 점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중소 오프라인 서점들은 반품제도를 활용하여 재고처리를 위한 수단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중소 오프라인 서점들에 한해서는 신⋅구간 구별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해외의 경우 미국 등에서 일부 반품제도가 시행된 적이 있었으나 상당히 예외적인 현상이었다. 따라서 구간의 재고처리에 대한 필요성이 잘 인지되어 있었고, 그 대안이 신⋅구간 구별이었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하면 이번 개정안의 신⋅구간 구별 폐지는 재고처리의 책임을 가지고 있는 온라인 서점들과 일부 대형서점들에는 상당한 애로로 작동할 것으로 짐작된다.
두 번째는 도서정가제 예외 인정 도서를 늘리는 것이다. 새 개정안은 초등학교 참고서 등 기존에 도서정가제 적용을 받지 않던 도서들을 적용대상으로 바꾸었다. 재판매가격 유지가 불공정행위로 엄격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만큼, 문화적 다양성 보존이라는 목적에 직접 연관되지 않는 도서들은 가능한 한 도서정가제의 예외로 인정해야 시장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다. 새 개정안은 문화적 다양성 보존대상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해석하는 측면이 있다. 세 번째는 신⋅구간 구별을 다시 복원하는 것이다. 도서정가제를 실시하는 국가들 사이에서도 구간도서까지 도서정가제를 적용하는 예는 거의 없다. 구간도서의 재고처리 문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새 개정안의 정가변경을 통한 재고처리 방식은 실제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상당히 안이한 접근일 수 있다. 정가변경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수반될 것으로 예상되어 실질적 효용이 의심스럽다. 향후 구간도서의 재고처리 문제는 도서정가제와 관련한 가장 큰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도서유통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정책적 시사점들을 정리해 볼 수 있다. 도서의 상품 특성상, 가격경쟁 이외의 효과적인 경쟁촉진 수단을 특별히 찾아낼 수 없다. 따라서 도서정가제와 같은 가격규제 수단이 존재하는 한, 전자상거래로부터 얻는 이득을 온전히 수확하기는 어렵다. 결국 직접적인 개선책이라고 하면 도서정가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도서정가제를 완화하는 방법은 그 정도에 따라 네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도서정가제하에서의 용인 할인 폭을 늘리는 것이다. 이는 현행의 도서정가제를 유지하되 유통기업이 조금 더 탄력적으로 가격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새 개정안이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은 현재에도 많은 도서들이 할인 가능 최대 폭까지 할인판매되고 있다. 새 개정안하에서는 용인 할인 폭이 줄어들기 때문에, 더 많은 도서들이 용인 할인 폭에 구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및 향후 할인 폭이 시장경쟁의 강도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용인 할인 폭을 늘리면 그만큼 경쟁은 격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본 연구의 정책적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서는 가설 1, 2, 3, 4를 검증하는 것 이외에 실제 소비자후생에 미치는 영향까지 분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비효율적인 기업의 시장잔류 양상까지 분석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위 가설들이 도서정가제가 소비자후생의 저해와 한계기업의 시장잔류 현상을 직접적으로 시사하지만, 구체적인 사회적 손실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시켜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료의 한계상 구체적 분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향후 데이터 활용 가능성이 높아졌을 때 반드시 추가 분석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사료된다. 한편, 도서가격 및 시장경쟁상황과 관련하여, 이론모형에서 발견한 결론은 아니지만, 전자상거래 도입 효과를 설명한 소절에서 추론할 수 있는 가설들이 있다. 해당 소절에서 탐색비용 및 진입비용 감소가 상품차별화보다는 가격경쟁 양상으로 나타나면, 초기에 다수 기업들이 진입하고, 이후 진입했던 다수의 유통기업들이 격화된 경쟁으로 시장에서 퇴출되어 소수의 기업들만 남게 된다는 점을 설명한 바 있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새 개정안이 구간 도서에 대해 도서정가제를 강제할 경우, 온라인 서점이 겪게 될 구체적인 어려움은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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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새 개정안의 구간 도서 도서정가제 강제가 온라인 서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그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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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의 재고 처리 방식 차이 및 개정안의 내용을 추출한다.
- 상당수 오프라인 서점들의 경우 여전히 위탁판매(반품제도)가 많고 재고처리에 대한 책임이 출판사에 있는 반면, 온라인 서점들은 온전히 재고처리의 책임을 떠안고 있다.
- 이번 개정안은 모든 출간 도서에 대해 도서정가제를 강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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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온라인 서점이 재고를 직접 소유하며, 할인 판매가 제한되는 상황을 핵심 근거로 선택한다.
- 출판사나 도매상으로부터 서적을 직접 구매하여 소유하고 있는 온라인 서점들의 경우 할인판매 없이 남아 있는 구간을 해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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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오프라인 서점은 반품을 통해 재고를 해결할 수 있지만, 온라인 서점은 직접 구매하여 소유하므로 할인 판매가 금지된 상태에서 재고를 처리할 수단이 없다는 인과관계를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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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온라인 서점은 재고 처리 책임을 직접 지고 있으나, 도서정가제 강제로 인해 할인 판매를 통한 재고 해소가 어려워져 상당한 애로를 겪게 된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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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도출된 결론을 바탕으로 최종 답변을 작성한다.
근거 (evidence)
- 상당수 오프라인 서점들의 경우 여전히 위탁판매(반품제도)가 많고 재고처리에 대한 책임이 출판사에 있는 반면, 온라인 서점들은 온전히 재고처리의 책임을 떠안고 있다.
- 이번 개정안은 모든 출간 도서에 대해 도서정가제를 강제한다.
- 출판사나 도매상으로부터 서적을 직접 구매하여 소유하고 있는 온라인 서점들의 경우 할인판매 없이 남아 있는 구간을 해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오프라인 서점은 반품 제도를 통해 재고를 출판사에 넘길 수 있지만, 출판사나 도매상으로부터 서적을 직접 구매하여 소유하는 온라인 서점은 재고 처리 책임을 온전히 떠안고 있다. 따라서 구간 도서에 도서정가제를 강제할 경우, 온라인 서점은 할인 판매를 통해 남아 있는 구간 재고를 해소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