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1960년 토요타자동차는 원가연동 납품가격제도를 실시하였다. 원가연동 납품가격제도의 취지는 본사가 하청업체의 업무 프로세스를 분석하여 실제 원가를 산정하고 일정 시차를 두어 납품가격과 연동시킴으로써 협력업체의 지속적인 원가절감을 이루자는 것이다. 이 제도가 처음에는 성공을 거두는 것처럼 보였지만 차츰 협력업체의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협력업체가 원가절감을 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상생경영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토요타자동차 상생경영의 또 다른 특징은 협력 업체가 토요타 자동차 이외의 다른 자동차업체에도 자유롭게 납품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949년 토요타자동차 부품사업부에서 독립하여 창업한 자동차부품업체 덴소가 있다. 덴소는 창업 초기부터 토요타자동차 이외의 기업과도 활발하게 거래를 진행하여 세계 3위 자동차부품업체로 성장했으며, 현재 전체 거래의 50% 이상을 토요타자동차 이외의 기업과 진행하고 있다. 상생경영은 하청업체의 자율성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면 자유롭게 다른 기업과도 거래를 진행하게 함으로써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토요타자동차는 완성차 생산과정에서 자체 제조하는 비율이 25%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1차 협력업체와 ‘분업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자동차를 생산한다. 즉, 생산지역 내 소재·부품·조립 등의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토요타자동차를 생산해낸다. 따라서 분업네트워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를 착취하는 방식이 아니라 성과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1995년부터 토요타자동차는 이른바 ‘3:3:3’ 성과공유제 방식을 도입하여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 방식은 납품업체들이 기술개발을 통해 부품의 효율화를 이루어 원가를 절감할 경우, 이익을 일정한 비율로 나누어 토요타자동차 본사, 중소협력업체, 소비자가격인하 등 3자가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토요타자동차는 원가 절감, 품질 개선, 생산성 향상을 추진하도록 협력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성과가 발생하면 고르게 나누는 제도를 통해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가구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허먼 밀러 역시 경영 위기에 빠지게 된다. 1995년 맥스 디프리가 퇴진하고, 커미트 캠벨이 허먼 밀러의 회장에 올랐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비용 감축을 위해 최고 임원을 비롯한 회사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이었다. 그는 가족적인 노사관계보다 회사의 생존을 더 우선으로 생각했고, 그 방법으로 6000명의 직원 중 200명을 감축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회장직을 수행한 지 두 달 만에 전년 대비 90% 수익 급감이란 처참한 실적이 발표되었고 캠벨은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캠벨의 후임자 마이클 볼케마는 캠벨과 달리 경상수지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대신 중간 가격대 가구, 가정용 가구 등으로 분야를 늘려 시장 규모를 키우고 웹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소비자와의 관계를 개선해 나갔다. 덕분에 직원들은 다시 만족스러운 환경에서 근무하게 되었으며, 볼케마가 취임한지 5년 만에 허먼 밀러의 총매출은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미국의 사무용 가구 전문 업체 허먼 밀러는 1923년 창업 당시부터 직원들과 가족 같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친절하고 온화 한 태도로 직원들을 대했으며, 회사의 계획을 수립할 때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참여적 경영을 실천했다. 일찍부터 수익 공유와 인센티브제도를 갖추고 있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존중으로 다가서자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노사 간의 신뢰는 더욱 질 좋은 제품의 생산으로 이어졌고, 이것은 고품질 고비용 제품을 생산하는 허먼 밀러의 방침을 극대화 시켜주었다. 허먼 밀러는 노동자출신 부사장이 있을 정도로 노동자를 대우했으며, 관리자와 노동자가 6개월마다 서로를 평가하게 하여 권위보다는 존중의 문화가 자리 잡히도록 만들었다. 1980년대 적대적 기업인수로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은(銀) 낙하산제도(이 시기에 해고된 직원에게 상당한 액수의 퇴직금을 지불하는 제도)를 운영해 직원들을 보호하고자 했다.
C사에서는 전국에 체인점을 둔 한식뷔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 뷔페에서는 전국 각지의 농가들과 협의해 제철 재료를 이용한 메뉴를 출시하는 한편, 수입산에 밀려 사라지거나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희귀한 식재료를 발굴하여 메뉴를 개발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사람들이 찾지 않아 재배량이 줄어들던 희귀 식재료를 생산하는 농가들에겐 이 자체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이 한식뷔페에서는 매장 입구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한국벤처농업학교 출신 농민들이 가꾼 식재료를 직접 판매하여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에 직접적인 만남의 장을 열어주기도 한다. 수익성을 따지면 토종 희귀작물이나 우리 농산물보다 값싼 외국산 작물이 훨씬 경제적이다. 그러나 C사의 한식뷔페는 공급자인 농가의 생존과 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토종 희귀작물과 우리 농산물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이것은 다시 C사 한식뷔페만의 특징으로 거듭나 서로의 발전을 이끌어내고 있다.
일반 중소기업이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 즉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특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작지만 강한 우량 강소기업(強小企業)으로 육성될 때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이 가능하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연구개발이 정부차원에서 적극 지원되어야 하며 연구개발 성과가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제도화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중소기업들이 어렵게 연구개발을 하더라도 대기업이 이를 빼앗아 감으로써 중소기업들의 혁신 의지를 꺾어버리는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을 보호하는 법률을 제정하거나 기술을 탈취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60년 간 우리가 집중적으로 성장시킨 재벌 대기업은 우리의 귀중한 자산이며 성공적인 해외진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기술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의 해외진출을 도울 필요가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연구개발과 해외 진출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대기업이 상생경영의 틀 안에서 중소기업의 연구개발을 앞장서서 지도하고 중소기업들과 함께 해외시장에 동반 진출한다면, 경제성장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텔은 본사 차원에서 투자 조직을 설립하여 혁신벤처중소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전략적인 관계망을 설정하고 있다. 또한 스위스 네슬레는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사회공동체와 핵심 공유가치를 창출해나감으로써 번영을 꾀한다. 이처럼 상생경영의 내용은 풍부해지고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기존의 사례들을 바탕으로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경영을 위한 몇 가지 정책적 대안을 살펴보면 협력업체의 기술개발·해외진출·고용안정을 대기업이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기업 신규 진출을 제한하여 중소기업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 정부가 재화나 서비스를 조달할 때 일정 비율을 중소기업에게 할당하여 중소기업 생태계를 유지·발전시키는 방안 등이 있다. 무엇이 우리 실정에 맞는지는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겠지만, 문제의 핵심은 기업이 생산의 주체이기 때문에 생산주체 간 상생관계가 제대로 이루어질 때 전체 사회의 성장과 번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상생경영 전략은 경제적 강자가 경제적 약자의 입장을 고려한 시혜적 차원이어서도, 정부나 시민사회 등 제3자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구사되는 생색내기여서도 안 된다. 상생경영은 기업가라면 경영철학으로 마땅히 가져가야 할 본질적인 가치라 할 수 있다.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의 동반성장 추진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협약제도 및 동반성장지수제도가 도입되어 시행중이다. 이는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시도로서 국민경제 전체를 고려한 아주 작은 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대기업은 1차적으로 현행법을 준수하는 한편 현행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고, 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보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에서 접근하여 각 기업차원에 합당한 상생경영전략을 적극 구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글로벌한 차원의 뉴노멀(New Normal)시대에 있어서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저성장·고실업·양극화 극복은 이처럼 정부의 조력과 모든 기업들이 상생경영 철학을 구현할 때 보다 용이할 것이며, 이는 기업 스스로가 필요로 하는 소비 시장의 토대를 두텁게 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토요타자동차는 협력업체 및 소비자와 성과를 공유하고 부당한 납품단가인하를 강요하지 않음으로써 이해관계자 모두가 혜택을 보게 하는 선순환성장이 가능했다. 협력업체들도 본사의 일방적인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불공정행위가 사라지자 부품의 원가절감에 더욱 노력 할 수 있게 됐다. 상생경영의 결과, 협력업체의 이윤창출이 높아졌고 종업원의 소득 및 고용 증가로 이어졌다. 토요타자동차도 원가절감이 가능해지면서 기업이윤이 증가했고 전체 분업네트워크의 생산성이 높아짐으로써 글로벌 경쟁력도 강화되었다. 자동차소비자 역시 상생경영 성과로 가격 인하의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과거 토요타자동차도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기업으로 지탄의 대상이 된 적도 있다. 하지만 토요타자동차는 창업 당시 가졌던 협력업체와의 상생의지를 되살리고 이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 생산업체의 리딩 컴퍼니로서 성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대기업납품업체, 건설하도급업체, 프랜차이즈 가맹점 등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하면 ‘을’의 위치에서 피해를 입는 기업을 보호해 주는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다. 본사의 일방적인 불공정계약과 원가절감 강요는 부품하청업체의 납품제품의 질적인 하락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