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이렇게 상호텍스트적인 과정으로 춘향전의 개작 텍스트 생성을 이해하는 것은 춘향전의 사적인 변형 과정을 추상적인 역사로 설명함을 피할 수 있게 해 준다. 춘향전과 춘향전을 향유한 문화가 하나의 선적인 전통이나 역사로 존재한다면, 개작자는 읽기-쓰기의 과정을 통해서 춘향전 전통의 역사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하여 춘향전의 역사는 하나의 추상적인 선이 아닌, 개작 행위자에 의해 변화하는 구체적인 과정으로 제시될 수 있다. 개작자는 기존의 춘향전에 대하여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거나 혹은 기존 춘향전에 대립하여 다른 기호화 구조를 실행함으로써 형이상학적인 춘향전의 역사를 ‘위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춘향전 텍스트의 변형과정은 단지 글로 쓰여진 텍스트의 변화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역사와 도덕, 문화도 텍스트의 하부구조 내에서 쓰여지고 읽혀지는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전문가에 의한 개작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무(無)로부터의 창조가 아닌, 상호텍스트적인 관계 속에서의 일종의 노동의 행위이다. 따라서 개작 텍스트를 생산하는 서사 변형의 과정은 텍스트를 생산하는 한 모델로서, 혹은 변형의 생산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서 제시되어, 학습 주체의 쓰기 활동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학습 주체가 이런 활동을 통해서 상호텍스트성의 무한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읽고 쓰는 능력, 곧 문해력(literacy)을 얻게 하는 것을 국어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문해력이란 개념은 단순히 글자를 읽고 쓰는 능력이란 개념을 넘어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이 개념은 호거트의 읽고 쓰는 능력의 이용이라는 문화 연구의 필수적인 저서 이래로 문자 능력 뿐 아니라 폭넓은 의미화 실천의 산물에 적용되었으며, 이데올로기적인 함의를 갖게 되었다.
우선 여러 맥락에서 쓰이고 있는 문해력의 사용을 검토하면서 문학 교육에서 필요한 문해력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 먼저 가장 일반적인 인지적 기술로서 문해력이라는 용례를 들 수 있다. 이는 자전거를 타고, 공을 차고, 불을 지피는 것처럼 읽고 쓰는 기술을 말한다. 이와 같은 문해력의 개념은 그 사회적 토대로부터 자율적인 중립적 기술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폭넓게 사용되지만, 이데올로기와 사회로부터 독립적이란 점으로 인해 비판을 받기도 한다. 사회와 문해력을 연관시키는 이론은 개인과 사회의 발전의 도구로서 문해력을 논한다. 이런 입장의 전제는 문해력을 갖춘 개인들로 구성된 사회가 근대화되고 발전하며, 문해력이 없는 개인과 사회는 전통적 삶의 방식과 단순한 문화 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허쉬의 ‘문화적 문해력’도 이런 입장에 속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김윤식은 예술 텍스트의 생의 두 가지 양상을 구별하여, 구운몽이 ‘생의 결정상태’에 놓여 있는 ‘완결의 형식’이라면, 춘향전은 ‘생의 잠정상태’에 놓인 ‘출발의 형식’임을 입증하여, 춘향전이 왜 새로운 현실에서 다시 읽히는지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었다. 그에 따르면, 춘향전은 “압도적으로 현실을 담음으로 말미암아 예술에서의 현실의 의미가 비할 바 없이 감퇴, 소멸된 것으로 파악될 수 있으리라. 따라서 춘향전은 생명의 존재 방식에서 볼 때, 예술의 의미를 향해 끊임없이 출발해 나가야 할 형식”으로 평가된다. 이는 다소 난해한 설명 방식이지만, 춘향전에서 현실의 의미가 감퇴, 소멸하기 때문에 현실이 변할 때, 변화한 현실 속에 허구적 인물을 삽입시켜 얼마든지 새로운 쓰기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학이 단지 담론의 효과에 불과한 환상이지만, 그 환상은 실재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문학은 ‘환상’이자 ‘허구’이기에 부정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환상과 허구를 통해 실재와 다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일종의 과정이나 기능으로 존재하는 실체이다. 이렇게 문학을 규정할 때, 문학 텍스트의 현실에 대한 개입 가능성, 혹은 문학 텍스트를 생산하는 이데올로기적 실제 조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해진다. 각 시대마다 춘향전이 어떤 이데올로기적인 조건에서 향유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옥중화>, <일설춘향전>, <춘향뎐>은 고소설 춘향전이란 원재료를 이용한 당대의 이데올로기적인 의미화 실천의 예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춘향전이 현실과의 다양한 연관성 속에서 그 가치를 획득한다는 것은 ‘어떤 사회문화적 조건이 당대의 수용자로 하여금 춘향전을 다시 읽고 쓰게 만드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해명은 될 수 있어도, 어떤 속성이 다른 고전 텍스트보다 유독 춘향전을 다시 읽고 쓰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충분한 답변이 되지는 못한다. 따라서 춘향전이 관계적 가치를 가진 고전으로서 자리매김될 수 있으려면 춘향전 텍스트의 특수한 조건을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춘향전의 스토리를 아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춘향전을 처음으로 읽게 하거나 다시 읽게 하는 데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춘향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처음을 읽기 전에 소설의 끝부분을 읽기를 좋아할 수도 있다. 이야기의 원본성(originality)은 춘향전을 왜 사람들이 읽는지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충분하지 않다. 같은 농담이라도 말하는 사람에 따라 재미가 달라진다는 경험으로 익히 알듯이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서구에서 소설은 18세기에 이르러 독창적인 것, 새로운 것이라는 의미의 ‘novel’로 나타났다. 그 전까지 서술은 기본적으로 테마의 변형일 뿐이었다. 무수한 신데렐라의 변형은 그 사례에 해당한다. 신데렐라 이야기의 중심적인 “거지에서 부자로(rags-to-riches)”의 주제는 다양하게 변형되어 왔다. 이런 변형의 상황에서 살펴야 하는 것은 담론 층위에서의 서술자의 중개 방식의 차이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서술자가 춘향전 이야기를 어떻게 다르게 말하는가, 그에 따른 효과는 무엇인가 등을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술자의 중요성은 여러 서사학자들이 강조해 왔다. 툴란에 의하면, 서사물은 한 명의 서술자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서술자는 어떤 배경을 가지건 또는 아무리 낯설거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할지라도 항상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서사텍스트는, 그 특별한 특성들에도 불구하고, 한 명의 화자와 특정 종류의 청자를 요구하는 언어적인 의사소통이다. 즈네트 역시 서사 구조에만 집착하던 서사학의 연구 방법에서 벗어나, 서술자에 의한 서술 행위를 부각시켰다. 서술 행위의 주체는 타인의 말(speech)을 의식함과 동시에 그것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말을 진행시키는 발화의 주체(subject of utterance)로 텍스트에 등장한다. 동시에 서술 행위의 주체는 독자를 향한 담론을 구성하는 언술의 주체(subject of enunciation)로서 역할을 한다. 크리스테바는 이렇게 서술 행위의 주체를 다시 나누어, 서술 행위의 이중적인 성격을 명료히 하였다. 작자는 자신을 서술 체계 속에 포함시킴으로써 변화된 서술의 주체이다. 이 때 작자는 하나의 익명성, 부재, 빈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작자가 위치한 ‘0’의 공간을 대치하는 ‘2’의 발화의 주체와 언술의 주체는 각각 등장인물과 독자와 대화적 관계를 형성한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김윤식의 관점에 따를 때, 춘향전이 새로운 현실에서 다시 읽힐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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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김윤식이 정의한 춘향전의 특성과 그것이 새로운 현실에서 재독되는 이유 사이의 인과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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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김윤식이 춘향전을 어떻게 정의했는지와 춘향전의 예술적 의미에 대한 설명을 추출한다.
- 춘향전은 ‘생의 잠정상태’에 놓인 ‘출발의 형식’임을 입증하여
- 춘향전은 “압도적으로 현실을 담음으로 말미암아 예술에서의 현실의 의미가 비할 바 없이 감퇴, 소멸된 것으로 파악될 수 있으리라. 따라서 춘향전은 생명의 존재 방식에서 볼 때, 예술의 의미를 향해 끊임없이 출발해 나가야 할 형식”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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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춘향전에서 현실의 의미가 소멸된다는 점과 이것이 새로운 쓰기로 이어진다는 핵심 근거를 선택한다.
- 춘향전에서 현실의 의미가 감퇴, 소멸하기 때문에 현실이 변할 때, 변화한 현실 속에 허구적 인물을 삽입시켜 얼마든지 새로운 쓰기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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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춘향전은 현실을 압도적으로 담아내어 오히려 예술적 현실의 의미가 소멸된 상태이며, 이로 인해 현실이 변화할 때마다 새로운 허구적 인물을 삽입하여 다시 쓸 수 있는 '출발의 형식'이 된다는 논리를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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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춘향전은 현실의 의미가 감퇴하고 소멸된 '출발의 형식'이기 때문에,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허구적 인물을 삽입하는 새로운 쓰기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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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도출된 결론을 바탕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작성한다.
근거 (evidence)
- 춘향전은 ‘생의 잠정상태’에 놓인 ‘출발의 형식’임을 입증하여
- 춘향전은 “압도적으로 현실을 담음으로 말미암아 예술에서의 현실의 의미가 비할 바 없이 감퇴, 소멸된 것으로 파악될 수 있으리라. 따라서 춘향전은 생명의 존재 방식에서 볼 때, 예술의 의미를 향해 끊임없이 출발해 나가야 할 형식”으로 평가된다.
- 춘향전에서 현실의 의미가 감퇴, 소멸하기 때문에 현실이 변할 때, 변화한 현실 속에 허구적 인물을 삽입시켜 얼마든지 새로운 쓰기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춘향전은 압도적으로 현실을 담음으로써 예술에서의 현실의 의미가 감퇴하고 소멸된 '출발의 형식'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현실이 변화할 때마다 변화한 현실 속에 허구적 인물을 삽입하여 얼마든지 새로운 쓰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