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이탈리아 반도 서북단의 아름다운 해안 도시 산레모, 명성 높은 음악제로 유명하다. 무려 72회째를 맞이한 산레모 음악제가 열리던 지난 2월5일 주 공연장 ‘카사 산레모’에서 ‘뉴 탤런트’(신인가요제) 부문 전체 우승자로 ‘헝크 테너’(Hunk Tenor)가 호명됐다. 자신의 예명이 들린 순간, 팝페라 가수 겸 테너 박종수(33)는 얼떨떨했다. ‘파이널(결선 무대)만 가도 대만족’이라고 여겼는데 우승이라니. 3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동양인 최초로 세계적 전통을 간직한 가요제에서 우승 타이틀을 거머쥔 것이다. 머릿속이 하얘져 소감 한마디 제대로 못했다. \n \n “제 삶에서 처음 받아 본 큰 상인 데다 방송 카메라들 앞에 서니 정신이 없었죠. 결국 사회자가 ‘한국말로 인사해 달라’고 해서 ‘안녕’이라고만 하고 나왔죠(웃음).” \n \n 2022 산레모 신인가요제 결선 무대와 우승 장면이 방영된 후 많은 현지인이 자신을 알아봐 줘 신기했다는 박종수.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알아보긴커녕 산레모 음악제와 한국인이 우승한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지난 4일 경남 양산 집으로 내려가기 전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를 찾은 성악계 샛별 박종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전날 열린 팝페라 스타 임형주(36·로마시립예술대 성악과 석좌교수)의 토크 콘서트 특별 게스트 참석차 서울에 왔던 길이었다. \n \n 먼 이국에서 열린 가요제에 참가하게 된 계기부터 물었더니 ‘임형주’ 덕분이라고 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유학(밀라노 베르디 국립 음악원 최고연주자 석사과정)을 마치고 나서 호구지책으로 여행 가이드와 사진 촬영을 하면서 생계를 근근이 유지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에 몰려 2020년 3월쯤 귀국했어요. 이후 사실상 음악을 접은 채 클래식 쪽 사진 촬영 일을 하던 중 교회에서 특송했던 노래 하나를 녹음해 무작정 임형주 형 소셜미디어로 보냈는데 ‘한번 보자’ 하더라고요.” \n ‘헝크 테너’ 박종수가 산레모 신인가요제 우승 직후 우승 트로피를 들고 출연진 등 현장 관계자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산레모 음악제 제공 평소 임형주를 팬으로서 엄청 좋아했지만 만난 적이 없던 그는 용기를 내 녹음 파일을 보냈다고 한다. “형이 만나자마자 ‘이렇게 뛰어난 재능을 왜 썩히느냐. 다시 무대로 돌아오라’며 산레모 신인가요제 도전을 제안했어요. ‘제가요? 제 실력에 감히 어떻게’란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항상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에….” \n \n 뒤늦게 음악을 시작한 이후 내내 떨쳐 내지 못한 자책감이 또 튀어 올라온 것이다. 박종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즐겨 듣던 가요를 피아노로 쳐 보고 싶다는 생각에 피아노 학원에 갔다가 학원장 권유로 성악을 하게 됐다. 성악에 푹 빠져 2014년 부산대 음대를 졸업하자마자 성악의 본고장 이탈리아로 유학 갔다. “형편이 어려워진 아버지께서 ‘재능이 없는 것 같으면 성악 그만하고 일을 하라’고 에둘러 유학을 말리셨는데 (제 간절함에) 결국 허락하셨어요. 유학 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성공하기 전엔 돌아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졸업 후 가이드, 방송 촬영 보조, 사진 촬영 등을 하며 버텼습니다.” \n \n 그러다 보니 노래 연습에 집중할 수 없었고, 음악을 계속 들으며 일하는 게 최선이었다. 다른 동기나 선후배처럼 현지 각종 콩쿠르에 도전하지도 못했다. “나가도 안 될 건데(입상 못할 텐데) 얼마 없는 돈만 날릴 것 같아 엄두를 못 낸 거죠. 예선부터 본선까지 갈 경우 숙박비 등으로 40만∼50만원 드는데 그 정도면 평소 제 한 달 방값이었거든요.” \n \n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면서 가이드 등 하던 일마저 여의치 않았고, ‘내 노래 인생도 마침표를 찍는구나’라고 좌절하며 6년 만에 귀국길에 올랐다. \n \n “노래를 하고 싶은데 앞으로 뭘 해서 먹고살아야 할지 현실적 불안이 더 컸어요. 그래서 음악이라도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클래식 공연 쪽 사진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운 좋게 형주 형을 만난 거죠.” \n 임형주 격려에 매일 죽도록 연습한 다음 영화 ‘대부’ 주제곡 ‘더 작은 목소리로 말해요’(Parla piu piano)를 예선 참가용으로 녹음해 산레모 가요제 측에 제출했다. 임형주는 박종수가 결선에만 올라도 자신의 소속사와 전속 계약을 시켜 주겠다며 북돋워 줬고 이후 약속은 바로 지켜졌다. \n \n 당시 지원서에는 활동할 때 쓸 이름(예명)을 적어 내야 했다. 눈길을 끌 만한 이름을 찾다가 체격 좋고 섹시한 남자란 의미의 ‘헝크’(Hunk)를 찾았다. \n \n 지난해 11월 지원자 3000명가량 중 120명 정도가 뽑힌 예선 통과 메일을 받고 이탈리아로 다시 날아갔다. 본선 1·2단계를 거쳐 동양인으론 유일하게 10명이 겨루는 결선 무대에 올랐다. 그는 세계적 팝페라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1994년 산레모 가요제 신인가수 부문에 참가해 불러 우승했던 ‘고요한 저녁 바다에’(il mare calmo della sera)를 결선 곡으로 택했다. “이 곡이 워낙 멜로디가 좋은데 (한국 사람과 기질이 비슷한 이탈리아 사람들이) 안드레아 보첼리 노래에 열광하는 것을 보고 골랐어요.” \n \n 결선 무대만 올라도 어디냐 했는데 뉴 탤런트 부문 ‘성인 가요상’에 이어 ‘전체 대상’(우승)까지 차지했다. 심사위원장 빈체 템페라가 “마치 이탈리아가 낳은 전설의 테너 베니아미노 질리(1890∼1957)의 노래를 듣는 것 같다”고 극찬한 것으로 알려졌다. \n “심사위원장 말씀이 우승한 것보다 더 기분이 좋았어요. 이탈리아 출신 전설적 성악가가 워낙 많은데, 제가 정말 좋아하는 명테너 주세페 디 스테파노의 스승이 베니아미노 질리예요.” \n \n 베니아미노 질리는 엔리코 카루소(1873∼1921)와 함께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에 앞선 ‘위대한 테너’ 중 한 명이다. \n \n 박종수는 아직도 꿈만 같다고 했다. 임형주 콘서트 게스트이긴 했지만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처음 서 본 것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기뻐했다. 9월에는 이탈리아 문화예술축제 무대에 서면서 안드레아 모리코네 음악감독과 만나 앨범 제작도 진행할 계획이다. 안드레아 모리코네는 영화음악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1928∼2020)의 아들로 아버지와 영화 ‘시네마 천국’ 음악작업도 함께했다. 박종수가 산레모 신인가요제에서 우승한 직후 러브콜을 보냈다고 한다. \n \n 덩치는 ‘헐크’처럼 큰 청년이 접었던 꿈을 다시 펼치게 된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며 어린아이처럼 수줍게 웃는다. 포부가 어떨까. “저의 노래로 위로받고 행복해할 분이 계시다고 하면 언제든 달려가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 몇십 년이 지난 후에도 ‘박종수는 여전히 전성기 때와 같은 모습으로 노래하는구나’라고 보여 줄 수 있도록 자신을 잘 관리하고 최선을 다하는 가수가 되겠습니다.” \n\n \n글=이강은, 사진=서상배 선임기자
지시문 (instruction)
주어진 원문을 읽고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여, 원문에 근거해 질문에 답하라.
질문 (question)
팝페라 가수 박종수가 이탈리아 산레모 신인가요제(뉴 탤런트 부문)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와 그 과정에서 도움을 준 인물은 누구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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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박종수의 산레모 신인가요제 우승 계기와 조력자를 묻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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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박종수가 음악을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와 산레모 도전을 제안한 인물을 추출한다.
- 먼 이국에서 열린 가요제에 참가하게 된 계기부터 물었더니 ‘임형주’ 덕분이라고 했다.
- ‘이렇게 뛰어난 재능을 왜 썩히느냐. 다시 무대로 돌아오라’며 산레모 신인가요제 도전을 제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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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임형주가 박종수의 재능을 알아보고 산레모 도전을 제안했다는 점을 핵심 근거로 선정한다.
- 임형주 형 소셜미디어로 보냈는데 ‘한번 보자’ 하더라고요.
- 임형주는 박종수가 결선에만 올라도 자신의 소속사와 전속 계약을 시켜 주겠다며 북돋워 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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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코로나19로 음악을 접고 사진 일을 하던 박종수가 임형주에게 보낸 녹음 파일을 계기로 재기를 제안받았음을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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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임형주의 제안과 격려가 우승의 발판이 되었음을 결론짓는다.
- 임형주 격려에 매일 죽도록 연습한 다음 영화 ‘대부’ 주제곡 ‘더 작은 목소리로 말해요’(Parla piu piano)를 예선 참가용으로 녹음해 산레모 가요제 측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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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질문에 맞춰 인물(임형주)과 계기(재능 발견 및 도전 제안)를 포함하여 답변을 작성한다.
- ‘임형주’ 덕분이라고 했다.
- 산레모 신인가요제 도전을 제안했어요.
최종 답변 (final_answer)
박종수가 산레모 신인가요제에 도전하여 우승할 수 있었던 계기는 팝페라 가수 임형주의 제안과 격려 덕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음악을 접고 사진 일을 하던 박종수가 임형주에게 보낸 녹음 파일을 계기로, 임형주가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며 산레모 신인가요제 도전을 제안하고 결선 진출 시 전속 계약을 약속하며 북돋워 주었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팝페라 가수 박종수가 산레모 신인가요제에 도전하여 우승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임형주의 제안과 격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