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그런데, 읍·면·동의 주민자치센터 혹은 주민자치위원회, 주민자치회 등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자치개념의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개념의 혼란은 사고의 혼란을 의미하며 사고기능의 마비를 가져온다. 의사소통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래서 조지 오웰은 1984년에서 전체주의 국가가 국민들의 비판적 사고기능을 마비시키기 위하여 왜곡된 개념의 신어(新語)를 국가사업으로 보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지금 읍·면·동에서 실시하고 있는 ‘주민자치’가 과연 자치가 맞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주민자치란 본질적으로 주민들의 자기결정 내지 자기지배이다. 자치대상인 자치사무에 대해 자치주체인 주민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읍·면·동에는 주민들이 자기결정을 할 사무도 보장되어 있지 않고,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권한도 없다. 주민들의 결정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징수할 수도 없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읍·면·동의 ‘주민자치’는 주민자치가 아니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을 강변하는 조지오웰의 오세아니아 같은 발상이다(Orwell, 10). 만약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지방자치 가 아닌 것이 지방자치로 둔갑할 우려가 있다.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에 대하여 논의하고 결정한 것을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에게 집행하라고 해도, 그 사무나 사업에 대한 제도적 결정권은 어디까지나 공무원에게 있다는 주장은 ‘권한 없는 참여’의 한계를 말하는 것이다(유창복, 2018:86). 공무원은 주민들이 제안한 사업을 집행하다가 행정사무감사에서 문제가 된다든지, 승진과 인사고과에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참여하여 결정하였다고 그 사업의 실험을 무조건 따르라고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민입장에서는 아무리 시간을 내고 회의를 해서 결정에 이른 문제라도 행정당국이 이를 무시해버리거나 결정된 내용을 다시 뒤집는다면, 결국 행정과 정부에 대한 신뢰를 버리게 되고,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자조감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생활의 단위는 동네에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동네란 무엇인가? 동네는 사람들이 친근하고 일상적이며, 공동체로서 문화를 이루면서 사는 곳이다. 이웃이 어려우면 손을 잡아주고, 운명을 같이 하는 곳이다. 동네는 사전적 의미로서는 여러 집이 모여사는 지역사회의 단위로서 주민들이 서로 대면적인 관계를 가지고 환경을 공유하는 지리적 공간이다고 한다(곽현근, 2009). 동네에서는 동네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친해지고, 공동의 감정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공동체의식도 생겨나고 그 공동체의 가치와 이익을 위해 교류하고 참여하게 되는 공간이 동네인 것이다. 한편 마을은 주로 시골에서 여러 집이 모여사는 것으로서 공동체가 서로 돌봐주고 사는 곳이다. 마을은 장소를 공유함으로서 소속감과 정체성, 심리적 유대감을 형성한다. 마을공동체는 우리라는 집단적 관념을 가지고 있고, 마을밖의 외부인과는 구별되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동네와 마을의 개념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가? 동네는 대면적 관계를 중시하는 개념으로서 도시와 농촌 모두에서 상호교류가 있으면 성립하는 개념이지만, 마을은 주로 시골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여러사람이 모여사는 곳에 방점이 있는 개념이다. 이런 의미에서는 도시의 아파트단지는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여러사람이 모여살기에 마을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지만, 동네라고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대면적 관계를 오히려 피하기 위해 아파트에 살기를 선호하는 현대인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과 같은 대도시이지만, 성미산마을과 같이 대면성을 가지고 있는 곳은 오히려 동네라고 하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을까 한다. 한편, 동네와 구별되는 개념으로서 커뮤니티(community)라는 개념도 있다. 동네가 주로 30-60가구, 인구 100-200명내외의 규모를 가진 공간이라고 하면, 커뮤니티는 몇 개가 동네가 모인 곳으로서 500-1000가구로서 인구가 1000-2000명정도의 공간을 의미한다(Robinson, 2011:전병관, 2015:24).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고 하듯이 관계적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은 대면적인 관계를 가지면서 일정한 공간에서 살아가게 된다. 즉 인간은 동네를 형성하게 되고, 동네는 특정한 공간이 가진 자연환경과 물리적 자원 등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점점 도시화가 확대되면서, 동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동네의 범위가 광역으로 확대되면서, 주민의 범주도 넓어져가게 되어, 기존의 주민이 가졌던 소속감, 정체성, 연대감이 약해지게 된다. 따라서 동네가 가졌던 자발성, 자족성, 지속성이란 근본적 동력이 동네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약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동네에서 문제나 현안을 자치적으로 해결하던 역량이 약해지게 된다. 동네의 범위가 작은 협역공간에서는 동네회를 통해서 자체적으로 조정이 가능하고, 동네의 공유물을 함께 소유하면서 동네에 주어지는 상황이나 위험을 함께 헤쳐나가는 운명공동체로서의 ‘자치공화국’이었다면, 동네의 범위가 광역공간으로 확대되면서, 자치의 공화국으로서의 역량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점점 동네의 자치공화국에 속하는 정체성보다는 커뮤니티 단위에서 공동체를 벗어난 자유를 즐기고, 원자화된 개인으로서 목적지향적인 관계가 아니면, 그다지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마을’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주로 시골에서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나와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마을은 농어촌만을 의미하고 도시지역은 제외되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을은 함께 거주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뜻하는 단어로 농어촌이나 도시 어디에나 존재한다. 따라서 농어촌지역 외에 도시지역도 마을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마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도 쉽지 않은 문제다. 도시지역의 경우에는 ‘동’을 마을 단위로 보더라도 별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골마을인 농어촌을 ‘읍ㆍ면’ 단위로 볼 것이냐 ‘리’ 단위로 볼 것이냐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말하기가 곤란하다. 통상적으로는 ‘리’ 또는 ‘자연부락’을 마을의 단위로 본다. 그런데 제주지역의 경우 리나 자연부락은 마을주민이 이장 또는 마을회장을 선출하고, 개발위원회가 주민의회 역할도 하며,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마을총회도 열리는 등 사실상 마을공화국을 어느 정도 구현하고 있는 곳이 많다.
집합주거단지로서의 아파트단지의 경우에는 자치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공간이다. 법률에 의하여 제도적으로 아파트주민들의 자치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아파트주민에게는 자치관리를 위한 자치권이 부여되어 있다. 이것은 공동주택관리법에 의하여 법률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임에 비하여, 주민자치는 법률상의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즉 지방자치법에도 주민자치란 개념은 등장하지 않는다. 공동주택관리법에서는 15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의무관리대상으로 하면서, 공동주택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자를 두고 ‘자치 의결기구’를 의무적으로 구성하여야 하는 것이다(법 제2조). 그리고 자치의결기구란 공동주택의 입주자등(입주자와 사용자)을 대표하여 관리에 관한 주요사항을 결정하기 위하여 선거구의 입주자등의 보통, 평등, 직접, 비밀선거를 통하여 선출한 입주자대표회의이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현재 읍·면·동에서 실시되고 있는 '주민자치'가 진정한 의미의 주민자치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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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현재 읍·면·동에서 시행 중인 주민자치의 한계점과 그것이 진정한 자치가 아닌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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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주민자치의 본질적 정의와 현재 읍·면·동의 실태를 추출한다.
- 주민자치란 본질적으로 주민들의 자기결정 내지 자기지배이다.
- 자치대상인 자치사무에 대해 자치주체인 주민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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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현재 읍·면·동의 구체적인 결여 요소를 선택한다.
- 현재, 읍·면·동에는 주민들이 자기결정을 할 사무도 보장되어 있지 않고,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권한도 없다.
- 주민들의 결정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징수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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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주민자치의 본질적 요건(자기결정권, 사무 보장, 비용 징수권)과 현재의 실태를 비교하여 불일치 지점을 도출한다.
- 자치대상인 자치사무에 대해 자치주체인 주민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 주민들이 자기결정을 할 사무도 보장되어 있지 않고,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권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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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무나 권한이 없고, 비용 징수권조차 없다는 점을 근거로 결론을 내린다.
- 현재 실시되고 있는 읍·면·동의 ‘주민자치’는 주민자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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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추출된 근거를 바탕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완성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주민자치의 본질은 주민이 자치사무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는 자기결정 및 자기지배에 있으나, 현재 읍·면·동에서는 주민들이 자기결정을 할 수 있는 사무가 보장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권한도 없으며, 결정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징수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현재 읍·면·동의 주민자치에는 주민들이 자기결정을 할 사무도 보장되어 있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권한과 비용 징수 권한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