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노동, 토지, 화폐의 경우 역시, 일반적인 재화와 마찬가지로 상품으로 거래되는 시장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노동, 토지, 화폐는 사실 일반 재화와는 달리 본래부터 시장에 팔기 위해 생산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마치 판매를 위해 생산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시장의 마법은 우리의 인식을 허구의 세계로 인도한다. 따라서 Polanyi는 노동, 토지, 화폐를 ‘허구상품(fictitious commodity)’으로 규정한다. 일반적인 재화시장과 함께 허구상품의 시장들이 하나의 거대시장으로 통합되어 자기조절적 시장체계가 형성된 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시장을 통하지 않고는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경제는 시장과 동일한 의미를 갖게 된다. 그리고 이제 사회에 내포된 경제는 사회로부터 벗어나 자율성을 갖는 ‘시장경제(market economy)’가 된다. 시장경제는 단순히 사회로부터 벗어난 상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물질적 삶 전반을 지배하기 때문에 사회전체를 지배하는 전도현상이 발생한다. 사회는 ‘시장사회(market society)’가 된다. 이로써 경제는 사회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갖게 되고, 오히려 사회를 지배하게 된다.
호혜성과 재분배가 아닌 교환을 지배원리로 하는 시장경제가 사회로부터 이탈하였다는 것은 물질적 욕구의 충족을 위한 실체적인 경제활동이 추상적인 교환을 위한 형식적 경제활동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이 자율성을 갖게 됨으로써 경제활동은 비경제적 동기가 아닌 ‘경제적 강제’에 의해서 추동된다. 경제적 강제는 ‘굶주림에 대한 공포’와 ‘이득에 대한 기대’를 축으로 하여 작동한다. 맹목적인 맷돌인 시장경제체제가 상품인 노동과 토지가 아닌 인간과 자연의 운명을 주관하게 되었다는 주장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답은 단순하다. 노동은 인간과 분리될 수 없으며, 토지는 자연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은 인간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노동의 상품화는 곧 인간의 상품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토지는 자연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토지의 상품화는 자연의 상품화를 의미한다. 자연은 인간의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자원을 제공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자연의 상품화는 인간환경의 상품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Polanyi는 공공성의 조건이 역전될 때, 인간과 인간의 관계방식이나 인간과 자연의 관계방식이 왜곡될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첫째,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있어서는 자유, 평등, 민주주의의 가치가 심각한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가 경제에 내포된 시장사회에서는 인간의 상품화로 인해서 자유의 성격이 변질된다. 상품으로서의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자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공동체적 유대로부터의 자유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노동을 판매할 수 있는 자유이다. 두 개의 자유가 의미하는 바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판매자와 구매자의 거래관계 혹은 (노동)상품과 (화폐)상품의 교환관계 혹은 좀 더 추상적으로 표현하면 물질과 물질의 관계로 물화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격적 교류를 전제하는 공동사회적 관계(Gemeinschaft)는 계약적 교류를 전제하는 이익사회적 관계(Gesellschaft)로 변질된다(LM, 48-49; Tönnies, 2002). 자유는 공동사회적 관계와 대립되는 것으로, 그리고 이익사회적 관계와 친화력을 갖는 것으로 인식된다. 자유는 이득을 추구하는 자유가 된다. 그러다 보니 경쟁이 삶의 조건이 되고, 희소한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합리성이 자유로운 선택의 중심원리가 된다.
Mannheim의 구분에 의하면, 이데올로기는 현실을 정당화하는 논리이며, 유토피아는 현실을 비판하는 논리이다. 자유주의 경제학 진영에서는 자기조절적 시장이 사회의 합리적 조직화의 유일한 조건이라 주장하며, ‘시장경제에 내포된 사회’를 정당화한다. 모든 현상을 목적-수단의 합리적 선택논리에 따라 바라보는 ‘경제주의적 전환’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그리고 시장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근거를 제공한다. Polanyi는 자기조절적 시장 관념을 유토피아라 주장한다(GT: 3). 이러한 주장에는 경험적으로 자기조절적 시장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들이 인간과 자연을 심각하게 파괴하였으며, 계속 그럴 것이라는 비판적 입장이 내포되어 있다. 경제주의적 전환에서 비롯된 경제주의적 오류에 대한 비판은 Polanyi의 중심적인 과제이다. Polanyi는 시장경제체제가 지배하는 사회가 경험하였고, 경험하게 될 위험성을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사탄의 맷돌’이 가져오는 위험 때문에 사회는 자기보호를 위한 방어기제를 발달시키게 된다.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 자연, 그리고 기업의 파괴는 곧 사회의 파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시장체제를 극단으로 몰고 가려는 흐름과 다른 한편으로는 허구상품에 대한 제한을 통해 사회를 보호하려는 흐름이 사회를 조직하는 두 개의 거대한 흐름으로 존재한다. Polanyi는 이러한 경향성을 ‘이중운동(double movement)’으로 개념화한다. 두 개의 흐름이 모두 국가의 정책적 수단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는 사회적 보호를 도입하고 보장하는데 중요한 기구로서 기능을 할뿐만 아니라 시장사회의 조건을 창출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자기조절적인 시장으로 가는 길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중앙집권적으로 조직되고 통제된 대규모의 개입에 의해 열리고 유지되었다(GT: 146).’
사회적 보호를 위한 입법이나 정책에 대한 압력은 사회의 다양한 부문에서 분출되었다. 다시 말해서 사회적 보호에 대한 요구는 좌파나 우파를 가리지 않고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제기되었다. “자기조절적 시장에 대한 저항운동의 입법화 시도는 … 자생적인 것으로 판명되었고, … 순수하게 실용적인 정신에 의해 가동되었다(GT: 147).” 사회적 보호운동이 국가의 개입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났으며,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실용적인 정신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은 국가의 개입과 좌파적 이데올로기에서 사회보호운동의 기원을 찾는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의 입장과 대조된다. “자유방임경제가 국가의 신중한 행동의 산물인 반면, 뒤이은 자유방임에 대한 제한은 자생적으로 시작되었다(GT: 147).”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시장경제의 위협으로부터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 자연, 기업조직을 보호해야 한다는 압력은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하였다. 그런데 사회적 보호를 위한 조치들이 오히려 시장의 자기조절 기능을 망가뜨리고, 산업의 일상적 작동을 혼란에 빠뜨림으로써, 의도와는 다르게 사회가 다른 방식으로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
Polanyi의 내포 개념은 역사적으로 사회에서 경제의 위치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다. 따라서 그것은 시장경제를 초역사적인 범주로 인식하는 경제주의적 오류를 비판하고, 시장경제의 특이성을 부각시키는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이는 시장경제가 변화 가능한 다양한 체제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 따라서 내포는 시장경제의 파괴적인 경향성을 제어하기 위한 개혁대안의 모색을 자극하는 개념이기도 하다(Beckert, 2007: 8). 그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Polanyi는 내포개념을 의식적으로 이론화하는 작업을 전개하지 않았다. 단지 경험적으로 현상을 기술하는 이론적 명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내포개념을 사용했을 뿐이다. 실제로 그의 주요저작인 ≪거대한 전환≫의 주제색인에는 내포개념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Barber, 1995). 이처럼 Polanyi가 내포개념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그 진의를 파악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Polanyi가 정의한 '허구상품(fictitious commodity)'의 구체적인 종류 세 가지는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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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Polanyi가 규정한 '허구상품'에 해당하는 세 가지 항목을 찾아 나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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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문맥에서 허구상품으로 규정된 대상들을 추출한다.
- 노동, 토지, 화폐는 사실 일반 재화와는 달리 본래부터 시장에 팔기 위해 생산된 것이 아니다.
- 따라서 Polanyi는 노동, 토지, 화폐를 ‘허구상품(fictitious commodity)’으로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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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허구상품의 명칭으로 명시된 노동, 토지, 화폐를 선택한다.
- 노동, 토지, 화폐를 ‘허구상품(fictitious commodity)’으로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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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추출된 세 가지 요소인 노동, 토지, 화폐를 질문의 요구에 맞게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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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허구상품의 종류는 노동, 토지, 화폐임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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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질문에 대한 답으로 노동, 토지, 화폐를 제시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노동, 토지, 화폐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Polanyi는 노동, 토지, 화폐를 본래 시장에 팔기 위해 생산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허구상품으로 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