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이는 기업가 활동이 양적으로 활발하고 기업 수가 많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질적으로 뛰어난 기업가 활동이 이루어져야 경제적 번영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또 저소득 개도국에서 기업가 활동은 적극적 능동적 창업이라기보다는 취업 기회를 찾지 못한 빈민들의 자구적 생계활동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이런 식의 기업가 활동은 경제성장의 동력이라기보다는 반대로 저발전의 결과라고 볼 여지가 크다. 따라서 기업가 활동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거론할 경우에는 고차적인 활동, 즉 혁신적 생산적이고 기술 및 생산성 수준이 높은 활동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앞 절에서 살펴봤듯이 고차적 기업가 활동을 찾아보기 어려운 저소득 개도국에서도 지난 20~30년간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업가 활동을 고차적인 것과 저차적인 것의 두 유형으로만 단순하게 나눌 수는 없으며, 비교적 저차적이라 하더라도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생산적인 기업가 활동이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다른 사례로 ‘써래기’라고 불리는 생산·판매상(일종의 매뉴팩츄어 운영자)을 들 수 있다. ‘썰다’라는 말은 개인이 원단을 쌓아놓고 본에 따라 자르는 행위를 말한다. 지금까지는 국영공장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규모의 의류 생산을 어느 여성 상인이 자기 돈을 투자하여 판을 크게 벌려놓은 것이다. 청년동맹이 태권도 경기대회를 위해 청년학생들에게 단체복 준비를 요구하면 이 정보를 입수한 여성상인, 즉 ‘써래기’는 국경 도시의 상인에게 필요한 천(원단)을 주문한다(수입·구매 공정). 그리고 입수한 천을 ‘산(고용한)’ 일군들에게 재단시킨다(썰기 공정). 그리고 재단된 천을 개인 재봉공들에게 맡겨 제품을 완성한다(가공 공정). 이렇게 만들어진 태권도복을 넘겨받으러 온 상인들에게 ‘맞돈치기(즉결)’ 얼마, 후불 얼마로 다 나누어주면(판매 공정), 태권도복은 장마당으로, 집집으로 구석구석 퍼져 나간다. ‘써래기’가 운영하는 이 의류생산체계는 새로운 수요에 따라 의류를 생산하기 위해 또다시 가동한다. 형체를 갖춘 직장도 없이 여성들이 분업적으로 일을 나누어 맡아, 심지어 외국에 천을 주문 수입하여 장마당의 수요를 신속하고도 충분하게 보장해 나가고 있다.
이제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북한의 경우 비공식 경제 개념을 정의해 보자.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에 의하면 비공식 경제는 ‘관료기구의 통제에서 벗어나 법률과 제도의 틀 바깥에 있는 경제’인데, 북한의 경우 공식적인 법률과 제도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이므로 여기에서 벗어나는 부분을 비공식 경제로 정의할 수 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국영기업(집단소유제 기업 및 집단농장 포함)과 계획(명령)이라는 두 가지 특성에 의해 정의되므로 북한의 비공식 경제는 사경제와 시장 및 가족 내 자급자족의 특성을 갖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경제단위의 소유제적 성격과 자원배분 메커니즘의 짝이 맞지않는 경우들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국영기업이 계획 수행을 위해 시장을 활용할 수 있고, 개인 기업가들 또는 관료들이 국영기업의 명의와 자산 및 조직을 이용해 사익 추구 활동(즉 사실상의 사경제 활동)을 할 수도 있다. 이런 분명치 않은 경우들 때문에 비공식성 개념은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로 나누어 정의해 볼 수 있는데, 앞에서 본 개도국의 경우를 모방하여 비공식성을 좁게 정의할 때에는 ‘비공식 부문’으로 부르고, 넓게 정의할 때에는 ‘비공식 경제’로 부르기로 한다.
기존의 북한경제 연구 문헌에서는 이런 변화를 ‘시장화’로 개념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으로 정착되어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서는 ‘시장화’ 대신에 ‘비공식 경제’를 중심 개념으로 채택하였다. 시장 대신에 비공식성을 중심 개념으로 삼는 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경제체제의 성격을 규정할 때, 자원배분 메커니즘 못지않게, 또는 그보다 더 경제주체의 소유제적 성격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 사회의 맥락에서 보면, 사회주의 제도와 이념에 합치하는 국영기업, 국가기관, 협동농장의 활동은 공식 경제에 속하며, 사경제 사기업 활동은 비공식 경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자원배분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북한경제의 변화를 파악하는 입장에서는 시장 거래를 활용하는 국영기업의 활동은 시장화 현상이고 시장 부문에 속하는 것으로 본다. 이와 달리 경제주체의 소유제적 성격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보면, 국영기업의 활동은 시장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공식 경제에 속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북한경제에 대한 선행연구에서는 1990년대 이후 북한경제에서 널리 확산된 비사회주의적 부분을 ‘시장(부문)’이라 부르고, 북한경제의 제도적 변화를 ‘시장화’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으로 정착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서는 ‘시장’ 대신에 ‘비공식 경제’를 중심 개념으로 채택한다. 이 장에서는 왜 비공식 경제를 중심 개념으로 채택하는지, 비공식 경제의 개념 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개념화가 성장요인 분석과 어떻게 관련되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북한에서 비사회주의적 부분이 확산되어 있다는 것은 또한 사회주의적 부분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처럼 제도적으로 이질적인 성격을 갖는 두 부분으로 경제가 이중화되는 현상은 북한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회주의국(오늘의 체제전환국)과 개도국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났고, 또 지금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여기에서는 이러한 이중경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국제 학계가 개발한 개념과 분석 틀을 살펴보고 북한 연구에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 논의한다.
둘째, 북한에서 나타난 새로운 경제활동은 사경제 사기업 활동이든 시장 활동이든 정상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에는 아직 한참 미달한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유재산권, 경제활동의 자유, 계약의 이행 등을 보호하는 법률과 제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북한 당국은 시장지향적인 개혁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시장경제를 뒷받침하는 법률과 제도는 아직 갖춰져 있지 않다. 북한에서 나타난 새로운 경제활동은 이러한 법률과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공식적인 특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북한의 비공식 경제가 북한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률과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경제 활동이라는 의미에서 비공식 경제는 옛 사회주의국(체제전환국)과 저소득 개발도상국에서 흔히 나타났고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과거에 이러한 비공식 경제는 경제성장의 측면에서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비공식 경제는 사경제 사기업 활동이고 대체로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지만, 사유재산권과 계약의 이행을 보호받지 못하므로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아 지속적인 성장을 성취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 보고서에서는 북한 비공식 경제의 양적 및 질적 성장의 실태를 살펴보고, 그러한 성장을 가능케 한 주된 요인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시론적으로 분석해 본다. 이러한 분석에서는 오늘의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는 비공식 경제가 일반적인 저소득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으로 약칭)의 비공식 경제와 상당한 유사성을 갖는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대다수 저소득 개도국에서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뒷받침하는 법률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법률과 제도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비공식 경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비공식 경제를 구성하는 경제활동의 구체적 내용도 북한과 저소득 개도국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 비공식 경제는 과거에는 경제발전에 따라 사라질 후진적 부분으로 간주되었지만, 최근에는 대다수 개도국이 비교적 양호한 성장실적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공식 경제 비중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거나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국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시 말해서 비공식 경제가 성장의 주된 동력은 아니라 할지라도 공식 경제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부문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보고서에서 기존의 '시장화'라는 개념 대신 '비공식 경제'를 중심 개념으로 채택한 두 가지 이유는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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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보고서가 '시장화' 대신 '비공식 경제'를 중심 개념으로 선택한 근거를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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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텍스트에서 '시장 대신에 비공식성을 중심 개념으로 삼는 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는 문장을 찾아낸다.
- 시장 대신에 비공식성을 중심 개념으로 삼는 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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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첫 번째 이유와 두 번째 이유를 설명하는 구체적인 문단을 선택한다.
- 첫째는 경제체제의 성격을 규정할 때, 자원배분 메커니즘 못지않게, 또는 그보다 더 경제주체의 소유제적 성격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둘째, 북한에서 나타난 새로운 경제활동은 사경제 사기업 활동이든 시장 활동이든 정상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에는 아직 한참 미달한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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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첫 번째 이유는 경제주체의 소유제적 성격을 중시해야 한다는 점이며, 두 번째 이유는 북한의 경제활동이 법률과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공식적 특성을 갖기 때문임을 결합한다.
- 경제주체의 소유제적 성격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북한에서 나타난 새로운 경제활동은 이러한 법률과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공식적인 특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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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두 가지 이유를 정리하여 답변을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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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최종 답변을 작성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첫째, 경제체제의 성격을 규정할 때 자원배분 메커니즘뿐만 아니라 경제주체의 소유제적 성격을 중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의 새로운 경제활동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뒷받침하는 법률과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공식적인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보고서가 '시장화' 대신 '비공식 경제'를 채택한 이유를 경제주체의 소유제적 성격 중시와 법률 및 제도의 미비로 인한 비공식적 특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도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