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북한에서는 법적으로 생산수단의 사유화가 인정되고 있지 않지만 시장화의 진전으로 생산수단의 실질적인 사유화가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사유화가 서비스업뿐 아니라 농업, 수산업, 광업, 무역업, 나아가 제조업의 영역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윤인주는 왈더(Andre G. Walder)가 제시한 재산권 재할당 유형에 관한 개념 틀을 원용해 북한의 사유화를 3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첫째, 파트너십 계약형(대부투자)이다. 이는 사적 자본이 국영기업에 대부투자를 하고 나중에 자신이 투자한 몫에 대한 수익금을 회수하는 형태이다. 개인이 공장·기업소에 대해 임가공을 의뢰하는 것도 이 유형에 속한다. 둘째, 공공자산 임차형(명의대여)이다. 이는 사적 자본이 국영기업으로부터 명의를 대여 받고 자산을 임차해서 자신의 자금을 투자하고 종업원도 고용하는 등 자신의 주도 하에 일체의 경영활동을 수행하는 유형이다. 셋째, 사영기업(개인기업)이다. 가내수공업을 비롯한 개인수공업, 소토지 등 개인영농, 개인상업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세 가지 유형 가운데 경제적 의미가 큰 것은 첫 번째와 두 번째이다. 특히 두 번째는 기업가라고 부를 만한 존재이다.
광업은 북한의 대표적 산업이며 본래 국영기업에 의해 경영되지만 국영기업 및 기관의 명의를 빌려 사실상의 개인기업이 출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평안남도 평성시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의 사례를 통해 탄광 및 무역업 분야에서 개인기업이 설립, 운영되는 과정을 살펴보자. 그는 우선 평안남도 인민위원회를 찾아가 자체 탄광을 개발해 인민위원회 간부들의 주택 난방용 석탄을 공급해 주겠다는 조건으로 탄광 운영권을 따냈다. 사실상 개인 탄광이지만 ‘평안남도 인민위원회 자체탄광기지’로 이름을 붙이면서 합법성을 획득한 것이다. 다음에 그는 퇴직 탄부, 기술자와 함께 탄광 도면을 보면서 폐갱을 선택하는 작업부터 했다. 폐갱을 확보하고 나서는 석탄공업부에 가서 광권을 발급받았다. 이를 위해 3,000달러를 사업비로 지불해야 했다. 일종의 면허료인데 1990년대부터 석탄 수출 사업의 고수익성에 매료된 개인들이 늘어나고, 따라서 개인탄광 사업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광권 발급 사업비도 이른바 시장가격 수준으로 올랐다고 한다.
제조업 분야의 개인기업 사례로는 앞 절에서 ‘써래기’로 불리는 의류 제조업의 경우를 보았는데, 여기에서는 식품가공업의 경우를 살펴보자. 식품가공업으로 대표적인 것이 국수공장과 인조고기 공장이다. 이들은 비교적 저렴하고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거나 저렴하면서도 맛과 영양을 고루 갖춘 식품들이다. 이들 품목을 생산하려면 기계설비도 있어야 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도 필요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수공장 및 인조고기 공장은 주요 국영공장의 ‘생산기지’로 등록한다. 이 기지는 통상 해당 국영공장의 ‘더벌이’ 과제 수행이라는 합법적 형태를 띤다. 국수공장 같으면 대개 다음과 같은 방식이다. 마른 국수를 생산하는 황해남도의 어느 한 개인기업은 기계공장 산하로 들어갔다. 공장의 건물 일각에 자기의 국수 생산기지를 꾸리고 자기가 선발한 노동자, 자기의 설비, 자기가 구입한 원자재로 국수를 생산하고 이를 대기하고 있는 도매상들에게 팔고 그 이윤의 일부를 공장 측에 이관한다. 개인기업가는 ‘기지장’이라고 불리며 경영상 공장과는 독립이지만 이윤 분배와 자원대여, 법적 수속은 양자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 방식으로 되어 있다.
인조고기(콩으로 만든 돼지고기 맛이 나는 음식) 공장 사례도 흥미롭다. 북한의 B시(농촌 제외 시 인구 20만 명)에서는 1999년에 처음으로 인조고기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B시에 거주하는 개인 수공업자에 의해 생산되었는데 원래 이들은 중국 수입 콩으로 콩기름을 짜서 시장에 팔던 개인 콩기름 제조업자들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인조고기가 큰 인기를 끌자, 그들은 안주에 가서 ‘콩으로 만든 고기’의 생산기술을 배우고 그 생산기계를 모방해 기계를 제작한 후 자체적인 제품 생산에 성공한 것이다. 인조고기 공장을 꾸리려는 개인은 우선 인맥이 있는 국영공장의 간부와 의논해 공장으로부터 생산기지 설치 운영권을 승인받은 후 자신이 해당 기지 책임자가 된다. 그러면 공장 내의 건물 일부를 생산기지로 분배 받고, 공장의 동력선(전기선)도 분배 받아 자유롭게 사용한다. 그리고 개인자금으로 인조고기 생산기계를 구입한다. 본인이 10명 미만의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데 대개 공장 간부의 가족들이 포함된다. B시에서 처음으로 인조고기가 생산되기 시작한 해(1999년)로부터 9년이 지난 2008년 현재, B시에는 10명 이하 규모인 인조고기 생산기지가 7~8개소로 늘어났다고 한다.
또 다른 사례로 ‘써래기’라고 불리는 생산·판매상(일종의 매뉴팩츄어 운영자)을 들 수 있다. ‘썰다’라는 말은 개인이 원단을 쌓아놓고 본에 따라 자르는 행위를 말한다. 지금까지는 국영공장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규모의 의류 생산을 어느 여성 상인이 자기 돈을 투자하여 판을 크게 벌려놓은 것이다. 청년동맹이 태권도 경기대회를 위해 청년학생들에게 단체복 준비를 요구하면 이 정보를 입수한 여성상인, 즉 ‘써래기’는 국경 도시의 상인에게 필요한 천(원단)을 주문한다(수입·구매 공정). 그리고 입수한 천을 ‘산(고용한)’ 일군들에게 재단시킨다(썰기 공정). 그리고 재단된 천을 개인 재봉공들에게 맡겨 제품을 완성한다(가공 공정). 이렇게 만들어진 태권도복을 넘겨받으러 온 상인들에게 ‘맞돈치기(즉결)’ 얼마, 후불 얼마로 다 나누어주면(판매 공정), 태권도복은 장마당으로, 집집으로 구석구석 퍼져 나간다. ‘써래기’가 운영하는 이 의류생산체계는 새로운 수요에 따라 의류를 생산하기 위해 또다시 가동한다. 형체를 갖춘 직장도 없이 여성들이 분업적으로 일을 나누어 맡아, 심지어 외국에 천을 주문 수입하여 장마당의 수요를 신속하고도 충분하게 보장해 나가고 있다.
조개 양식도 개인기업이 많이 진출하는 분야이다. 물론 이 경우도 국가 무역회사의 무역지도원이나 외화벌이 기지장으로 소속을 만든 뒤 사업을 벌인다. 그런데 양식을 하려면 일정 면적의 바다를 확보해야 한다. 여기서도 광산과 마찬가지로 면허료가 필요하다. 바다에서 조개 양식을 하려고 하면 보통 200~300헥타르 정도를 확보해야 한다. 쓸모없는 지역도 많은데 이를 딱 고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100헥타르(30만 평)당 1,200달러의 세금을 국토부에 내야 했다(2005년 기준). 이 밖에도 총참모부에 바다 출입 허가를 위해 약 2천 달러, 국가보위부에 바다출입증을 위해 500~600달러, 4군단 경비국에 500달러 정도 바쳐야 했다고 한다. 세금인지 뇌물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엄청난 돈이 사업비로 필요했다.
한편 이석에 따르면 한국의 기관들이 조사한 시장가격 통계를 활용해 보면 1990년대에 비해 2000년대에 북한의 시장은 더욱 성숙해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39 이 시장가격 통계는 1998년 말에 KDI가 자체 조사한 것과 대북 NGO인 좋은벗들이 2006년 10월에 조사한 것이다. 이 두 가지 통계를 이용해 신의주(평안북도), 회령(함경북도), 해주(황해남도), 함흥(함경남도) 등 4개 지역의 장마당(종합시장)에서 판매되는 12개 품목의 가격에 대해 분석한 결과, 2006년에는 1998년에 비해 각 지역의 시장가격이 평균가격에 수렴함으로써 지역별 가격 격차가 사라지는 비율이 평균 8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각 지역에서 조사된 총 48개의 상품가격 가운데 81%가 이 기간 중 평균가격에 수렴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두 기간 동안에 이들 4개 지역만 놓고 보면 북한의 지역별 가격 격차는 매우 뚜렷하게 사라지고 있다고 말해도 크게 무리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각 시·군에 산재해 있는 종합시장들, 특히 국경도시 및 지방 대도시 종합시장의 연계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북한의 식품가공업 사례 중 국수공장과 인조고기 공장이 주요 국영공장의 '생산기지'로 등록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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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식품가공업(국수공장, 인조고기 공장)이 국영공장의 생산기지로 등록되는 구체적인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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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식품가공업 품목 생산에 필요한 물리적 요건을 추출한다.
- 이들 품목을 생산하려면 기계설비도 있어야 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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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생산기지 등록의 근거가 되는 설비 및 전력 관련 문구를 선택한다.
- 기계설비도 있어야 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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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개인기업이 제품 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기계설비와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영공장의 생산기지 형태를 빌린다는 점을 연결한다.
- 따라서 대부분의 국수공장 및 인조고기 공장은 주요 국영공장의 ‘생산기지’로 등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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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품목 생산에 필수적인 기계설비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결론을 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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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해당 품목들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기계설비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식품가공업 생산에 필수적인 요소인 기계설비와 전력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영공장의 생산기지 형식을 활용한다는 인과관계를 도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