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위험사회에서 날로 흉폭하고 잔인해져가고 있는 연쇄살인, 강도, 성폭력범죄와 같은 전통적 강력범죄뿐만 아니라 새로운 범죄현상으로서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경제범죄, 조직범죄, 테러범죄 등으로부터의 위험을 예방 ․ 축소 ․ 제거함으로써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또 다른 수단으로 ‘적대형법’이라는 형법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견해는 앞서 언급한 새로운 위험뿐만 아니라 조직범죄, 테러범죄 등과 같은 새로운 범죄현상을 사회적 위험으로 파악하여 이러한 사회적 위험까지 도 위험형법의 적용영역이 될 수 있다고 하나, 위험형법은 현대 후기산업사회에서 나타나는 과학기술적 새로운 위험의 조종수단으로 국한하여 이해하고, 테러리스트와 같은 새로운 범죄현상의 특정 범죄인에 대해서는 시민이 아니라 단지 적(敵)으로 여기고 그에게는 법치국가에서 인정하는 기본 권리조차 인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른바 적대형법의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주지하듯이, 적대형법이라는 개념은 독일의 형법학자이자 법철학자인 귄터 야콥스(Günther Jakobs) 교수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된 이래 그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사회계약론자들과 칼 슈미트(Carl Schmitt)에 의해 제안된 ‘시민과 적의 구별’을 통해 전통적인 법치국가형법은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법질서를 지킬 준비가 되어있는 ‘시민’에게만 적용되고(시민형법), 테러리스트와 같은 범죄자는 원칙적으로 법질서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이러한 질서를 파괴하고자 하기 때문에 사회의 ʻ적ʼ으로 간주하여 그러한 자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법치국가형법이 아니라 위험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특수한 형법으로서 적대형법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나아가 그는 시민형법과 적대형법은 서로 다른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고, 양자가 양립하는 데에도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즉 시민형법이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인 시민들에 대해 규범의 타당성을 분명히 각인시키고 형벌예고를 통해 규범준수에의 동기설정을 하도록 기여하는 반면, 적대형법은 시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방위되어야 할 위험한 행위자를 향한다고 한다.
그러나 독일 형법학계는 이러한 적대형법에 대해 인간의 존엄성, 책임원칙, 법치국가이념 등 헌법적 가치와 원칙을 훼손하며, 범죄자를 사회방위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오남용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재앙의 징조”, “나치망령의 부활”, “형법이론의 스캔들”, “특정한 범죄인 내지 범죄집단을 마녀화하는 행위자형법”이라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고 한다. 적대형법에 대한 비판적 입장은 국내 형법학계도 마찬가지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적대형법은 사회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그 공동체내에서 일어나는 범죄에 대해 함께 나누어야 할 공동책임의 여지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고, 단지 증오의 대상인 적에게만 그 책임을 전적으로 전가시키고 이 위험한 적의 타도만을 최선책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적이라는 개념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그에 따라 누가 적으로 간주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하여 특정 권력자의 기호에 따라 반체제 ․ 반정부 인사가 손쉽게 적으로 변질되어 이들을 제거하는데 악용될 우려가 있다. 더욱이 테러리스트, 성폭력범죄자를 적으로 간주하고 그에게 부여된 헌법상의 시민적 자유권을 박탈하는 것은 헌법상의 기본권의 침해, 특히 인간존엄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사회현상과 관련하여 그간 형법학계는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이 제시한 ‘위험사회(Risikogesellschaft)’의 개념을 수용하여 ‘위험형법(Risikostrafrecht)’의 틀로 설명을 시도해 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위험형법 이외에도 ‘예방형법(Präventionsstrafrecht)’, ‘안전형법(Sicherheitsstrafrecht)’, ‘적대형법(Feindstrafrecht)’ 등의 용어를 사용하여 새로운 위험과 새로운 범죄현상을 예방 ․ 축소 ․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과연 전통적 ․ 자유주의적 법치국가형법이 적합한 수단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은 죄형법정주의, 책임원칙, 비례성원칙, 보충성원칙이라는 ‘법치국가형법(rechtsstaatliches Strafrecht)’의 여러 원칙을 위협하여 현대형법의 위기를 초래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러한 위험형법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전통적인 법치국가형법과 구별되는 특징을 나타낸다. 첫째, 형법의 적용대상과 관련하여 전통적인 법치국가형법과 그것의 행위규범은 전적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분쟁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위험형법은 현재 세대보다 오히려 세대 간에 걸쳐 진행되는 사회분쟁을 그 대상으로 하며, 그 해결책도 다음 세대에 태어날 우리의 자손들과 연관을 맺고 있다. 따라서 위험형법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 그 자체(die Zukunft als solche)’, 즉 현재로부터 시작해서 다음 세대에 본격적인 위험의 잠재력이 드러나게 되는 사회분쟁에 주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둘째, 형법의 불법구조와 관련하여 전통적인 법치국가형법이 전제하고 있는 불법은 인간의 지각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구체적 위태화 내지 침해인 반면, 위험형법의 불법이란 예컨대 환경오염, 유전인자의 조작 및 정보기술체계의 조작 등과 같이 이미 그 침해가 발생하기 이전의 것으로, 인간의 지각으로 감지할 수 없는 종류의 것들과 관련을 맺고 있다.
한편, 시민의 안전보장의 수단으로서 투입된 형법은 무엇보다 규제적 ․ 예방적 기능을 강화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아래에서 살펴보듯이 전통적인 자유주의적 법치국가형법이 아닌 ‘위험형법’, ‘적대형법’, ‘안전형법’으로서 특징지어진다. 그런데 일반 시민이 국가로부터 새로운 위험과 새로운 범죄현상으로부터 보다 많은 안전보장을 요구하면서, 이와 동시에 국가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모순된 요청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안전보장을 이유로 광범위한 위험예방 내지 범죄예방의 도구로 변화된 위험형법, 적대형법, 안전형법은 그 이름이 어떠하던 간에 공권력에 의한 기본권의 침해수단들(예컨대 비밀수사관의 투입, 도청장치의 설치 및 심지어 감시를 목적으로 하는 위치 또는 방향추적시스템의 설치, 생체인식기술을 활용한 생체정보의 수집 등)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단들은 필연적으로 시민의 기본권과 자유권에 대한 희생을 요구한다. 즉 안전보장은 개인의 자유의 희생이란 대가의 지불 없이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최대한의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안전형법은 위험과 범죄에 대한 효율적인 대처와 시민의 안전보장을 위해 투입된 감시적 ․ 통제적 수단들이 실질적으로 그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한 채 형사입법자들로 하여금 이를 위해 무엇인가를 했다는 정치적 목적만을 달성하게 할 뿐이며, 이러한 수단들은 위험과 범죄의 예방이라는 미명하에 시민의 기본권과 자유권을 비정상적으로 제한하고, 전통적인 법치국가적 형법의 체계원칙들(대표적으로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의 원칙)을 붕괴시킬 위험성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안전형법을 통한 위험과 범죄의 효율적인 대처와 이를 통한 일반 시민의 안전보장은 시민의 엄청난 희생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위험사회에서 시민은 자신의 안전을 위협하는 (단 한명의) 테러리스트, 조직범죄자, 연쇄살인범 등을 잡기 위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을 일정부분 포기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 “안전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자유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안전형법의 이러한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시문 (instruction)
본문에서 설명하는 '적대형법'과 '시민형법'의 차이점을 대상과 목적의 측면에서 비교하여 설명하라.
질문 (question)
적대형법과 시민형법은 각각 어떤 대상을 향하며, 추구하는 목적은 어떻게 다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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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적대형법과 시민형법의 대상과 목적을 비교 분석하는 과업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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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시민형법의 대상, 목적, 적대형법의 대상, 목적에 관한 정보를 추출한다.
- 시민형법은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법질서를 지킬 준비가 되어있는 ‘시민’에게만 적용되고... 시민형법이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인 시민들에 대해 규범의 타당성을 분명히 각인시키고 형벌예고를 통해 규범준수에의 동기설정을 하도록 기여하는 반면, 적대형법은 시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방위되어야 할 위험한 행위자를 향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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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비교의 핵심이 되는 대상(시민 vs 위험한 행위자)과 목적(규범 준수 동기설정 vs 시민 안전 확보를 위한 방위) 문구를 선택한다.
- 시민형법은... ‘시민’에게만 적용되고... 규범준수에의 동기설정을 하도록 기여하는 반면, 적대형법은... 위험한 행위자를 향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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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reasoning
reasoning추출된 정보를 바탕으로 두 개념을 대조하여 정리한다. 시민형법은 법질서를 지키는 시민을 대상으로 규범 준수를 유도하며, 적대형법은 법질서를 부정하는 위험한 행위자(적)를 대상으로 시민의 안전을 위해 그들을 방위하는 데 목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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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정리된 비교 내용을 최종 답변으로 구성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시민형법은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법질서를 지킬 준비가 된 '시민'을 대상으로 하며, 규범의 타당성을 각인시키고 형벌예고를 통해 규범준수에의 동기를 설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적대형법은 테러리스트와 같이 법질서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파괴하려는 사회의 '적(위험한 행위자)'을 대상으로 하며, 시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이들을 방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