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이러한 목적론적 자유주의에 따르면, 개인정보인권은 원칙적으로 다른 사회적 공리보다 우선적인 지위를 누리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엄격한 형량 대상이 될 수 있다. 빅 데이터 과학이 창출하는 새로운 예측이나 가치는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빅 데이터 과학이 사회 전체적으로 안겨줄 수 있는 가치나 유용성, 즉 사회적 공리를 고려하면, 이를 활용하기 위해 개인정보인권을 어느 정도 형량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헌법 도그마틱의 용어로 바꿔 말하면, 빅 데이터 과학의 유용성과 개인정보인권 사이의 ‘실제적 조화’(praktische Konkordanz)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구체적으로는 헌법상 비례성 원칙을 통해 실현된다. 독일의 공법학자 알렉시(Robert Alexy)가 강조한 ‘최적화요청’은 여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실제적 조화를 강조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서로 충돌하는 이익을 형량하다 보면, 어느 한 면으로 편향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적 조화의 정확한 지점을 발견하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철학적으로 보면, ‘인지주의’(Kognitivismus)가 아닌 ‘결정주의’(Dezisionismus)는 실제적 조화의 정확한 지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비례성 원칙 역시 정답을 말해주는 장치는 아니다. 바로 이러한 근거에서 다시금 개인정보인권의 우선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또 다른 원칙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는 것처럼,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설정함으로써 해결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 자체도 명확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러한 연유에서 ‘의심스러울 때는 개인정보인권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을 제안하고자 한다. ‘의심스러울 때는 자유의 이익으로’(in dubio pro libertate) 원칙을 응용한 이 원칙에 따르면, 빅 데이터 과학의 유용성과 개인정보 인권을 형량할 때 이에 대한 실제적 조화의 지점이 명확하지 않는 경우에는 개인 정보인권을 우선해야 한다.
반면, 빅 데이터가 활용될 수 록 개인정보의 유출문제와 정보자기결정권의 상실이라는 문제에 접할 수 있는데 이는 헌법상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연결되어 기본권 상실이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렇듯 빅 데이터의 활용은 명(明)과 암(暗)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시대적 산물로 평가할 수 있다. 새롭다는 것은 누구에게 있어서는 이익이 될 수 있고, 누구에게 있어서는 손해를 야기할 수 있는 아직 정립되지 않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법철학적인 시각에서 빅 데이터와 정보인권을 바라보고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빅 데이터 과학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어 유용한 통찰과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보면, 빅 데이터 과학을 적극 수용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앞에서 시사한 것처럼, 빅 데이터 과학은 거의 모든 법적 문제가 그런 것처럼 야누스의 얼굴, 즉 두 얼굴을 갖고 있다. 한편으로 빅 데이터 과학은 우리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통찰과 가치를 생산한다. 그러나 이것이 전적으로 무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다른 한편으로 빅 데이터 과학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그 무엇인가를 대가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미 앞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현대사회는 다양한 구조변동을 겪고 있다. 이 연구와 관련하여 중요한 구조변동으로서 사회의 안전사회화를 언급해야 한다. 현대 사회는 위험사회를 넘어서 안전사회로 이행하고 있다. 안전사회는 위험사회가 필연적・구조적으로 낳은 산물이다. 현대 위험사회에서 추상적이고 구조적이며 확률적인 위험(Risiko)이 증대하면서,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욕구 역시 덩달아 높아진다. 이로 인해 사회 전체적으로 안전을 강조하는 ‘안전사회’(Sicherheitsgesellschaft) 가 도래한다. 안전사회에서는 사회구조 및 사회의 기능체계들이 안전을 도모하는 데 적합하게 재편성된다. 물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법체계의 한 부분영역이 형사사법체계이다. 형사사법체계는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형사사법도구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 때 말하는 안전은 구체적이고 우발적인 위협(Gefahr: Threat)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이고 구조적이며 확률적인 위험(Risiko: risk)을 그 대상으로 한다.
이렇게 각종 위험으로부터 안전해지는 것이 사회의 최우선적인 과제로 설정되면서, 형사사법체계가 주도하는 사회통제의 목표 역시 변화한다. 사회복지정책에 따라 형사사법체계가 작동할 때에는 ‘재사회화’와 ‘규범에 대한 신뢰회복’으로 대변되는 적극적 특별예방 및 일반예방이 사회통제의 목표가 되었다. 그러나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요인으로 인하여 사회복지체계가 무너지면서 사회통제목표 역시 변화를 맞게 된다. 특히 전체 사회가 복지국가적 사회에서 안전사회로 변모하면서 적극적 특별예방 및 일반예방을 대신해서, 위험인물을 사회에서 배제(exclusion)시키는 것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는 소극적 특별예방 및 일반예방이 자리를 잡게 된다. 이제 사회통제의 목표는 범죄자를 선한 사람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안전을 위해 이들을 배제하는 것이 된다.
전통적인 사회통제의 목표였던 훈육을 대신해 새롭게 안전사회가 사회통제의 목표로 자리매김하면서, 사회통제 메커니즘 및 기술 역시 변화를 겪고 있다. 더욱 안전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형사법이 경찰법처럼 변모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이른바 ‘형법의 전단계화’(Vorverlagerung des Strafrechts)가 심화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회통제기관인 검찰이나 경찰 역시 구체적인 범죄혐의가 없는데도 사회의 안전을 위해 광범위하게 정보수집활동을 수행한다. 안전사회라는 명목 아래 사회 전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예방적 정보수집활동은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의 안전사회화 경향은, 아래에서 더욱 상세하게 살펴보는 것처럼, 개인의 정보인권과 관련하여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사회적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등장한 안전사회 패러다임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개인의 정보 인권을 위협하는 위험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정보화가 새로운 위험을 낳고, 이러한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안전사회가 등장한 것인데, 이러한 안전사회가 다시 새로운 위험으로서 모든 개인의 정보인권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로 빅 데이터 과학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과학기술의 발전, 그 중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의 발전을 빅 데이터 과학의 출현배경으로 언급할 수 있다. 위에서 시사하였듯이, 사회구조의 변화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상호의존 관계를 형성한다. 먼저 개인용 컴퓨터나 인터넷,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함으로써 전체 사회구조가 정보화 사회의 구조로 변모한다. 그리고 이렇게 정보화 사회로 구조변동한 사회에서 사회적 소통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으로써, 이에 대응하고자 정보통신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구조와 정보통신기술이 상호의존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사회의 데이터 역시 엄청나게 증대하고 있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빅 데이터 과학의 유용성과 개인정보인권 사이의 실제적 조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조화의 지점이 명확하지 않을 때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은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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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빅 데이터 과학의 유용성과 개인정보인권이 충돌할 때, 조화의 지점이 불분명한 경우에 적용되는 구체적인 원칙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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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문맥에서 빅 데이터 과학의 유용성과 개인정보인권 사이의 관계 및 조화에 관한 내용을 추출한다.
- 빅 데이터 과학의 유용성과 개인정보인권 사이의 ‘실제적 조화’(praktische Konkordanz)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실제적 조화의 정확한 지점을 발견하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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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조화의 지점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원칙을 특정한다.
- ‘의심스러울 때는 개인정보인권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을 제안하고자 한다.
- ‘의심스러울 때는 자유의 이익으로’(in dubio pro libertate) 원칙을 응용한 이 원칙에 따르면, 빅 데이터 과학의 유용성과 개인정보 인권을 형량할 때 이에 대한 실제적 조화의 지점이 명확하지 않는 경우에는 개인 정보인권을 우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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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실제적 조화의 지점을 찾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서, 저자가 제안한 '의심스러울 때는 개인정보인권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이 해결책임을 연결한다.
- 실제적 조화의 정확한 지점을 발견하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 ‘의심스러울 때는 개인정보인권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을 제안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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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질문에서 요구하는 원칙의 명칭을 도출한다.
- ‘의심스러울 때는 개인정보인권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을 제안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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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최종 답변을 작성한다.
- ‘의심스러울 때는 개인정보인권의 이익으로’
최종 답변 (final_answer)
‘의심스러울 때는 개인정보인권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이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빅 데이터의 유용성과 개인정보인권 사이의 실제적 조화 지점을 찾기 어려운 한계 상황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의심스러울 때는 개인정보인권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을 도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