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더욱이 최근 ASEAN의 역내 리더쉽에도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ASEAN은 전통적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4개국이 핵심 국가(core states)들로서 ASEAN의 운영을 주도해 왔는바, 최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은 국내 정치적으로 많은 불확실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 사업가 출신의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은 외교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메가와티(Megawati Soekarnoputri) 전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여당(PDIP: Partai Demokrasi Indonesia Perjuangan)조차 전혀 장악하지 못하고 있어 외교 문제에 집중할 여력이 거의 없어 보인다. 말레이시아의 나집(Najib Razak) 수상은 야권은 물론 집권당(UMNO:United Malays National Organization) 내 마하티르(Mahathir Mohamad)전 수상 지지세력으로부터 국부펀드 관리부실로 인한 대규모 손실 발생과 펀드의 개인적 유용 문제로 사임하라는 강력한 내부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동적 평형이란 원래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으로서 사회현상에 관해서도 일부 사용되고 있는 용어인바, 일반적인 정의는 “외견상 정지하여 변화가 없는 상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내용에 있어서는 교체되는 것이 있으며,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체제”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는 국제 정치학에서 현실주의에 입각한 “힘의 균형”과는 차별적 개념이라 할 수 있으며, 힘의 균형이 제로섬적 게임이라면 동적 평형은 비제로섬적 게임에 비유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적 평형 독트린은 구체적 내용과 정교한 전략을 포함한 공식적 외교정책이라 할 수는 없다. 다만 큰 틀에서 인도네시아의 오랜 외교적 전통을 바탕으로 향후 방향성을 제시한 것인바, 단적으로 동남아지역에서 그 어떤 강대 세력도 지배적이고 완전한 승자로 만들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ASEAN은 인도네시아의 동적 평형 독트린을 구현하는 일차적 기제이다. 인도네시아는 ASEAN 내 역내 리더쉽을 바탕으로 ASEAN 주도의 다양한 다자협력 메커니즘을 통해 역외 국가들을 자신들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유도해 나가려는 외교적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ASEAN 국가들이 순번제로 의장국을 맡고 있는 ARF, ASEAN+3, EAS 등 각종 다자협력 과정에서 의제 설정과 우선순위 조정을 통해 ASEAN 공동의 이익을 관철하고 역외 강대국들의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동적 평형 독트린은 최근 중동지역 터키의 새로운 외교적 이니셔티브인 “Zero Conflict Initiative”와 더불어 21세기 중견국 외교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북미의 캐나다와 멕시코, 동아시아의 한국, 인도네시아, 호주 그리고 중동의 터키 등은 오늘날 국제무대에서 대표적인 중견국들이다.
그러나 동적 평형 독트린은 여전히 개념이 모호하고, 정치적 구호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실제로 구체적 정책을 결여하고 있다는 외부의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유도요노 대통령은 이 독트린을 설파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에서 모든 국가와 친구가 되고 어떤 세력에게도 적이 되지 않겠다(million friends, zero enemy).”라는 정치적 수사를 즐겨 쓴 바 있다. 또한, 동적 평형 독트린의 추동력은 인도네시아와 ASEAN의 “소프트 파워”에 기반하고 있는 것인바, 과연 중견국 또는 중소국가 연합체가 주도하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형태의 다자협력 방식이 역외 강대 세력들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 나갈 수 있을 정도로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도 당연히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남아지역에서 미‧중 경쟁과 ASEAN의 전략적 대응과 관련한 문제는 한국외교에 중요한 시사점과 함의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한 외교적 대응의 문제는 우리에게도 매우 현실적이고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경쟁은 동남아에서뿐만 아니라 이미 한국외교에 있어서도 핵심 이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오랜 전통적 동맹국인 한국은 1990년대 초 중국과 수교함으로써, 한국외교의 중요한 다변화를 이룩해왔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크고 깊어지는 동시에, 미‧중관계가 상호 호혜적 협력관계에서 차츰 경쟁 관계로 변모해 나감에 따라, ASEAN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보다 더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조야 일각에서 나타나고 있는 한국의 “중국경사론”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외교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미‧중관계를 관성적으로 한반도 문제와 동북아 4강 관계의 차원에서만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항상 미국의 대(對)중 정책을 한‧미관계, 미‧일관계, 중‧러관계 등 주요 강대국 관계에서 파악하려는 동시에, 이를 언제나 북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남중국해 문제는 우리에게 보다 광역 차원의 접근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중국-ASEAN간 지역적 안보 쟁점이 아니라 아시아지역 전체 나아가 세계적 차원에서 미‧중관계를 새롭게 규정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간 남중국해에서 우리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원칙적 입장을 표명해 왔으나, 2015년 EAS 정상회의에서 비군사화 공약준수를 언급한 것은 기존의 입장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일반적이고 원론적 차원의 대응을 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최근의 사태발전에 따라 한국도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번 EAS에서 한국은 미국, 일본, 호주 그리고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등 일부 ASEAN 국가들과 항행의 자 유와 비군사화 원칙에 입장을 함께했다. 한국은 그간 남중국해에서 우리의 이해관계(원유 수입량 90%, 교역량 30% 이상)를 고려하여 원칙적 입장을 표명해 왔으나, 이번 정상회의에서 비군사화 공약준수를 언급한 것은 기존의 입장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미국과 중국이 항해의 자유와 비군사화의 개념과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라 이 문제들은 지속적인 쟁점 사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이 문제들에 대해 국제법적 검토와 함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외교적 대응방안들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중견국에 과연 인도, 일본, 독일 등과 같은 강대국들이 포함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부터 싱가포르, 아랍 에미레이트 같은 소규모 도시국가까지 포함될 수 있는지 그 개념 자체가 명확치 않다. 또한, 인도네시아처럼 역내 리더쉽을 바탕으로 다자협력을 통해 미국, 중국 등 강대국 간 균형 또는 평형적 관계를 추구하는 모델부터 캐나다, 호주, 스웨덴처럼 범세계적 주요 이슈를 여타 중견 국가들과 연대하여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는 모델 등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북한 문제 해결이 항상 최대 외교 현안이 되고 있는 한국의 경우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강대국들에 대해 균형정책을 추구하거나 조정자 역할을 모색하려는 노력들은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역내·외 강대국들과 관계를 강화하여 지역적 역할을 증진시켜 나감으로써 자신의 국제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전략이 더욱 효과적인 중견국 외교 전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전망과 관련하여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이 상호 전략적으로 순응, 타협하는 방안이다. 단 이러한 경우에도 몇 가지 전제조건들이 충족되어져야만 한다. 일단 미국이 중국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존중하고 이에 상응하는 중국의 이익을 배려해 주어야 한다. 대신 중국은 미국이 주장하는 항행의 자유, 국제법적 지배원칙, 분쟁의 평화적 해결, 아태지역의 미군사력 유지 등을 받아들여야 한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 그리고 ASEAN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분쟁의 해결 또는 관리방안에 합의해야 하며, 기존의 국제법적 규범과 제도가 적용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즉 아태지역에 개방적이며 포괄적이고 협력적인 안보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며, 현재 중국과 ASEAN이 진행 중인 COC 협상의 성공적 결과가 중요한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핵심은 보다 높아진 국제적 위상과 이와 관련한 자국의 안보이익을 관철하려는 중국과 기존의 국제법적 질서를 유지하려는 미국과 어떻게 조화와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인도네시아의 동적 평형 독트린이 지향하는 전략적 방향은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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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인도네시아의 외교 전략인 '동적 평형 독트린'이 구체적으로 어떤 목적과 방향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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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문맥에서 동적 평형 독트린의 내용과 관련된 문장을 추출한다.
- 동적 평형 독트린은 구체적 내용과 정교한 전략을 포함한 공식적 외교정책이라 할 수는 없다.
- 단적으로 동남아지역에서 그 어떤 강대 세력도 지배적이고 완전한 승자로 만들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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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독트린의 핵심 전략을 명시한 문장을 선택한다.
- 동남아지역에서 그 어떤 강대 세력도 지배적이고 완전한 승자로 만들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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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추출된 문장을 바탕으로 동적 평형 독트린이 동남아 지역 내 강대국들의 독점적 지배를 막으려는 전략임을 도출한다.
- 동남아지역에서 그 어떤 강대 세력도 지배적이고 완전한 승자로 만들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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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질문에 대한 답으로 동남아 지역 내 특정 강대 세력이 지배적인 승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전략임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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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최종 답변을 작성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동남아지역에서 그 어떤 강대 세력도 지배적이고 완전한 승자로 만들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문맥에서 동적 평형 독트린의 성격을 설명하는 부분을 찾아, 해당 독트린이 동남아 지역 내 강대 세력의 독점적 승리를 방지하려는 전략임을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