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우주 분야는 국제적인 기술이전이 어렵고 자주개발에도 막대한 시간과 경비가 소요되어 전략적인 개발과 협력이 필요한 분야이다. 나로호로 대표되는 러시아와의 우주발사체 개발협력은 미국 등의 자유진영뿐 아니라 유라시아 지역의 구 사회주의 국가들과도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이를 지속할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현 상태에서도 국제공조가 원활한 위성 개발과 공동활용 분야도 긴밀히 협력할 수 있다. 각국이 보유한 위성을 공동으로 활용해 지진, 화산, 태풍 등의 재난 예측과 방지, 자원 탐사, 생태환경 복구 등에서의 국제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 백두산 화산 등에서의 공동연구는 북한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유망한 협력과제이다. 위성을 활용하는 항법 분야도 협력이 유망하다. 현재 러시아의 GLONASS, 중국의 북두 등이 미국의 GPS와 경쟁하고 있는데, 유라시아 지역에서는 중국과 러시아 모두 자국의 항법체계 사용을 우선시하고 있다. 따라서 동 지역에서의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이들이 개발한 항법체계를 병행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근래 지구온난화 등의 기후변화가 지속되고, 인류의 생활공간이 북쪽으로 이전하면서 북극 지역의 지정학적 잠재력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이 지역의 잠재력에는 북극 항로와 막대한 지하, 해양, 수산자원, 풍력과 수력 등의 신에너지자원, 저온 집약산업 등이 있다. 특히,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 항로를 운항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항로로서의 경제적 이익이 큰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이 항로를 이용하는 상업적 목적의 선박 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 대규모 빙하 형성으로 북극 항로를 운항하는 선박 수가 감소하기도 했으나, 그 잠재력만큼은 여전히 크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 북부의 동북항로는 7월 초부터 11월 중순까지 약 140일 정도 항해가 가능하다. 주요 장애 요인으로는 높은 파랑과 강풍, 기상예보 부족, 긴급 재난 구조 설비 부재 등이 있다. 특히, 결빙이 지속되는 겨울에서 봄까지 항해가 어렵고, 여름에도 빙하와 빙산 활동이 있으므로 쇄빙선의 지원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경비 증가를 야기한다.
다양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3국, 특히 일본과 한국, 중국 동북지역은 북극 항로가 가지는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아시아권 허브 항만 중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항구는 부산항이다. 이 항구에서 북극 항로를 이용해 로테르담까지 운송하면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항로에 비해 약 3,100km를 단축할 수 있다. 수송 거리의 29%, 수송 일수로는 6~7일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이다. 북극 항로를 통과하는 선박들의 운송 화물들은 주로 디젤유, 가스콘덴서, 제트기름, LNG 등의 석유화학 관련 제품들이고, 그 다음으로 철광석과 석탄 등의 지하자원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2020년에는 석유와 가스가 70%, 벌크 화물이 10%, 컨테이너 화물이 6%, 비철금속이 6%, 철광석이 4%, 목재가 4%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와 연동하여 북유럽 국가들이 북극 항로로 이어지는 항만과 철도, 도로를 확장하고 있고, 러시아도 TSR과 북극 항로의 연계를 위한 방안을 인프라 확충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페름부터 아르한겔스크까지 연결되는 러시아 북극권 철도 건설에의 참여를 희망하였다. 북극은 항로 외에 풍부한 자원의 보고라는 점에서도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기에, 일찍부터 러시아와 중국, 유럽 대륙으로 연결하는 철도에 관심이 모아졌다. 우리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첫 번째 과제로 “대륙철도 연결을 통한 하나의 대륙”이 선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안에서 우리와 대륙의 중간에 위치한 북한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정책대안들이 제시되었다. 철도운송은 정시성과 정속성, 에너지 활용 효율, 친환경성, 주행 안정성 등에서 도로운송이나 해상운송, 항공운수 등 여타 교통수단보다 우수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초기 투자 비용이 상당히 크고, 건설 기간이 길며, 선로 이외 지역에의 접근성이 없어 도로운송과의 연계 없이는 원활한 수송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많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 육상 위주로 장거리 수송을 하려면, 관련되는 다양한 운송 조건을 결합해 가장 합리적인 최적 운송수단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고려해야 할 요소들에는 화물의 이동시간과 운임, 안전성과 쾌적성, 단위 화물량, 통과 노선의 기후조건, 통관과 검역 등 출입국 심사 횟수와 용이성, 부대비용 등이 있다.
횡단 철도가 지역 내의 물동량 이동을 담당하므로, 철도망 자체가 지역 내의 산업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현대 지식기반산업에서 원자재와 부품, 제품의 수급 사슬이 국가 간 경계를 넘어 단절 없이 지속적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국제무역이 24시간 쉬지 않고 이루어지고, 철도와 항만을 포함한 복합 운송망 주변에 관련 산업과 물류단지, 주거단지, 국제회의장과 전시장 등이 결집된다. SRX 전략에서도 지역 내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쟁력 있는 교통망을 구축하기 위해 지역 간 이동속도를 향상시키고 전략적인 산업 거점(단지)을 구축해 인구 유입을 확대하며, 이들은 연결하는 메가 시티를 형성해 나가는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정부는 시베리아횡단철도 중간지점이자 자원의 보고인 이루크츠크에 철도 역세권을 형성하고 새로운 공항을 건설할 계획이다. 아울러 블라디보스톡과 하바로프스크를 연결하는 고속철도를 건설해 이 지역을 새로운 메가시티로 육성할 계획이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회원국 간의 주요 협력 분야는 에너지 안보와 교통물류 분야이다. 이를 통해 가스, 전력망 연결을 위한 인프라 건설과 현대화, EU 단일 에너지 시장 완성과 역내 가스 공급 안전 확보, 국가 간 통합 교통시스템 구축과 이를 위한 고위급 협력채널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경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동력과 협력 파트너들이 부족한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공급되는 에너지 자원 가격과 안전한 수급에서 국가적인 위기를 맞기도 하였다. 따라서 주변국과의 연계를 강화해 추가적인 기금을 확보하고, 주변국을 넘어서는 국제협력을 통해 다양한 협력 대상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 사회주의 체제에서 유사한 특성과 체제전환 과정을 거친 동방파트너십(Eastern Partnership, EaP) 국가들에게 자신들의 경험을 전파하고 공동으로 협력 프로그램을 수립해 기금을 출연하였다. 2015년 12월에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다양한 협력 협정을 체결하기도 하였다.
협력분야와 실천과제, 과학기술의 역할 정립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유라시아 철도와 복합물류시스템 구축 등의 구체적 전략을 제시하는 “하나의 대륙”에 비해, 지역 내 창조경제 추진을 목표로 하는 “창조의 대륙” 과제들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지금까지의 유라시아 연구에서 논의된 과학기술의 위상과 역할은, 우선적으로 “창조의 대륙”을 주도하고, 기타 “하나의 대륙”과 “평화의 대륙”에서 보조적 역할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창조의 대륙” 자체에서 그동안 논의된 과제들은 구체성과 합리성, 실질적 추진 가능성 등에서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컨퍼런스(KIEP, 2013)에서 발표한 유라시아전략의 “창조의 대륙”에 대해서, “러시아의 혁신경제와 중국의 자주창신 등 개별국가 차원의 창조경제 추진 노력을 한데 모으면 그 시너지는 대단히 클 것이고, 유라시아 전역을 전 세계의 성장엔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2015년의 “유라시아 교통물류 국제심포지엄”에서는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등 현재 각국이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유라시아 네트워크 전략의 상호협력 강화”를 제안하였다.
유라시아 지역 국가들의 주력산업 변화에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오랫동안 기계와 에너지 등의 사회주의 중화학공업에 주력했으나, 체제전환 이후에는 소비재 IT와 경공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 분야에서의 상업화 능력과 경험도 우리나라의 커다란 장점이므로, 이를 매개로 관련국들과의 협력을 중재하고 확대해 나갈 수 있다. 이 국가들 상당수가 석유, 석탄 등의 지하자원과 농산물이 풍부하고 소비 지향적인 인구가 많으며, 염가로 활용할 수 있는 고급인력들도 많다. 이들을 활용한 협력은 우리 기업들의 국제시장 확대와 염가의 원자재 및 노동력 확보, 개방 혁신(Open Innovation) 추진 등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드라마, 영화, K-POP 등의 “한류”와 지역 내 국가들의 문화 콘텐츠를 교류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