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이러한 국방공업 중시노선에 의해 북한은 경제・핵무력건설 병진노선 아래에서도 재래식 무기 개발에 많은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2015년 4월 북한군 창설 83돐 중앙보고대회에서 총참모장 이영길은 “최근 시기에 진행된 적해상목표에 대한 군종타격훈련과 최첨단수준에서 개발된 신형반함선로케트시험발사, 섬화력타격 및 점령을 위한 연습, 비행장타격 및 복구훈련들은 … 필승의 위력에 대한 뚜렷한 과시로 됩니다. 국방공업부문에서는 1950년대의 군자리정신으로 우리 식의 위력한 최첨단무장장비들을 더 많이 만들어내며 온 사회에 군사중시기풍을 더욱 철저히 확립”해야 한다고 보고하였다. 이처럼 핵무력 개발을 통해 군사비를 절감하고, 경제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돌리겠다는 경제・핵무력건설 병진노선 아래에서도 북한은 여전히 군사력 현대화를 추진하는 국방공업 중시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핵무력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력의 현대화까지 포함하는 국방공업 중시 주장도 지속 등장하고 있다. 김정은은 경제・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이 발표된 바로 다음 해 신년사에서 “국방력 강화는 국사중의 국사”라고 말하며, “국방공업부문에서 경량화, 무인화, 지능화, 정밀화된 우리 식의 현대적 무장장비들을 더 많이 만들어 자위적 국방력을 튼튼히 다져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어 2014년 4월 25일 북한군 창설 82돐 중앙보고대회에서 총참모장 이영길은 “국방공업발전에 계속 커다란 힘을 넣어 나라의 방위력을 물질기술적으로 확고히 담보하며 우리 당의 전민무장화, 전국요새화방침을 더욱 철저히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2015년 북한 문헌도 김정은이 “국방공업발전에 언제나 선차적인 관심을 돌리”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의 국방공업중시로선을 결사관철”해야 한다고 명확히 나타내고 있다.
북한은 2002년 9월에 ‘국방공업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면서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선군시대 경제건설노선’을 제시하였다. 김정일 정권 출범 직후인 1998년 ‘선군정치’가 통치이념으로 등장하였고, 4년이 지난 후에 선군정치를 물질・경제적으로 뒷받침하는 전략노선이 제기된 것이다. 북한 관련 문헌에서는 선군시대 경제건설노선에 대해 “지금까지 (북한은) 중공업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면서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것을 경제건설의 기본로선으로 틀어 쥐고” 왔으나, “선군시대의 경제전략은 국방공업의 발전이 중공업의 발전에 토대할 뿐아니라 그 자체가 중공업의 발전을 가져 온다는 발상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김정일은 2003년 8월 28일에 발표한 담화 ≪당이 제시한 선군시대의 경제건설로선을 철저히 관철하자≫에서 “제국주의자들의 침략책동이 계속되고 날로 더욱 우심하여지는 조건에서 나라의 군사력을 강화하며 국방공업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은 혁명과 건설에서 제1차적인 전략적 과업”이라고 언급하였다.
둘째로 국방공업에 군사력 강화라는 본래의 목적 외에 ‘경제발전의 선도적 역할’ 및 ‘합리적 경제관리질서 창조’ 같은 경제적 역할을 부여하였다. 북한 학자 류창수는 국방공업 우선 발전을 ‘제1차적인 전략적 과업’으로 격상한 이유에 대해, 첫째 군사력을 강화하여 사회주의 운명을 튼튼히 지킬 수 있기 때문이며, 둘째 국방공업이 사회주의 경제발전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며, 셋째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경제관리질서와 방법을 창조하고, 넷째 제국주의자들의 침략책동이 날로 더욱 강화되고 있는 조성된 정세의 요구 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위의 두 번째와 세 번째 주장은 국방공업 우선론의 경제적 순기능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으로 볼 수 있다. 1960년대 경제・국방건설 병진노선은 ‘군사비 투입 증가로 경제에 어려움이 발생했으나 피할 수 없이 군사력을 증강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에 머물렀다. 그러나 2000년대 선군시대 경제건설노선에서는 ‘국방공업 발전이 타 경제부문의 발전을 추동한다’는 주장이 등장한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살펴볼 때, 북한의 선군시대 경제건설노선이 주장하는 국방공업의 경제적 역할은 2장에서 논의한 ‘군사비 지출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북한이 주장하는 국방공업의 ‘기술적 발전 추동’이나 ‘생산적 수요의 자극’, ‘합리적인 경제관리질서의 창조’ 역할은 2장에서 살펴본 ‘기술적 파급효과’나, ‘유효수요 창출 효과’, 그리고 ‘생산성 선도자 역할’과 동일한 맥락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선군시대 경제건설노선은 그 경제적 순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기존의 재생산 이론을 수정하는 등 이론적 체계화 과정을 거쳤으며, 경제난 속에서 국방공업에 우선적인 투자를 정당화하기 위해 경제성장에 미치는 긍정적 측면을 확대 선전하는 논리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연구는 북한에서 군사력과 경제건설의 동시 발전을 추진하는 병진노선이 ‘왜 계속 당과 정권의 전략적 방침으로 제기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병진노선이 가지는 ‘군사비 지출과 경제성장의 관계’에 대한 논리 구조와 변화 과정을 분석하였다. 세 차례의 병진노선은 모두 경제 침체가 외부의 안보위협 등에 의한 것이라는 외인론을 주장하였으며, 국가안보를 위해 군사력 강화가 우선적으로 요구된다는 논리체계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군사비 투입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일방적인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입장에서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 구조를 발전시키며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러한 논리 체계의 발전은 북한 지도부가 병진노선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주민들이 이에 동의하거나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게 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의 병진노선은 체제수호라는 최고의 이익을 보장하면서 사회주의 건설과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북한 지도부의 의지를 집약하고 주민들에게 선전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낮은 경제성장률을 초래할 수 있는 과도한 군사비 투입이 장기화될 경우, 이를 추진한 정책이 엘리트층이나 주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할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부는 병진노선을 시대적 조건에 맞는 ‘가장 합리적인 방침’으로 평가하며, 세 차례나 주요 전략노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유일지배체계가 확고히 수립된 북한에서도 경제성장이나 민생 안정에 실패한 노선을 연이어 제시하는 것은 최고지도자의 정치적 지지 유지에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시도일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가 바로 “왜 병진노선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채택되는가?”라는 점이다. 그 대답으로 우리는 북한의 유일지배체계가 연속적인 정책 실패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내생력을 갖고 있다거나, 아니면 북한 정치체제가 새로운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고 과거의 유산을 지속 고수할 수밖에 없을 만큼 체제의 경직성이 강해진 것 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 정권이 경제성장보다는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체제 유지에 일차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병진노선은 ‘군사비 투입 증대’에 정당성을 부여한 논리 구조를 발전시켰을 뿐, 실제 진행은 논리 구조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경제 분야에서 작은 변화가 보이나, 이 역시 ‘우리식 사회주의 경제관리방법’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핵무력건설 병진노선 추진 이후 공표 국방비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오히려 핵무기 및 운반수단의 질적 강화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의 발전을 동시에 추진함으로써 군사비 투자 소요는 더욱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로 인해 남북관계 역시 상호 불신이 심화되고 군사적 충돌 가능성만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 정권은 경제・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추진하면서 핵무력을 통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에게도 여러 국가들이 병진노선을 지지하고 있으며, 일시적인 시련 후에는 무한한 번영이 찾아 올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선전적 담론의 개발이 아닌 잘못된 노선의 수정과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실패한 노선의 계승과 심화는 북한 주민에게 허상을 제공하고 주민의 희생을 지속적으로 강요하며, 남북관계 개선과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에도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병진노선이 50년 이상의 긴 세월 동안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은 그 나름의 효용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북한 정권이 상징성을 가지는 명칭과 기본 성격은 유지한 채, 시대 상황에 따라서 내용과 논리구조를 변화시킨 것도 생명력 유지의 한 가지 원인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남한에서는 북한 병진노선에 대해 많은 연구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 ‘병진노선은 경제발전을 지연시킨 국방력 강화정책’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최근 김정은 정권의 경제・핵무력건설 병진노선 역시 국제사회의 강한 제재를 유발하고 북한을 고립시켜 결코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없는 정책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병진노선에 관한 연구는 내용이나 논리 구조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나 비교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세 차례에 걸친 병진노선의 내용과 논리 구조를 분석, 비교하여 병진노선의 특성을 보다 자세히 이해하는 데 목적을 둔다. 특히 병진노선이 지속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하여 ‘군사비 지출과 경제성장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리 구조를 집중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북한의 '선군시대 경제건설노선'이 기존의 중공업 우선 발전 방식과 차별화되는 핵심적인 발상은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
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선군시대 경제건설노선이 기존의 경제 발전 방식과 비교하여 어떤 새로운 발상을 담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
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기존의 경제 건설 기본로선과 선군시대 경제전략의 차이점을 나타내는 문구를 추출한다.
- 중공업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면서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것을 경제건설의 기본로선으로 틀어 쥐고
- 선군시대의 경제전략은 국방공업의 발전이 중공업의 발전에 토대할 뿐아니라 그 자체가 중공업의 발전을 가져 온다는 발상에서 출발하고 있다
-
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기존 방식은 중공업 우선 발전이었으나, 선군시대 전략은 국방공업 발전이 중공업 발전을 가져온다는 점을 핵심 근거로 선택한다.
- 선군시대의 경제전략은 국방공업의 발전이 중공업의 발전에 토대할 뿐아니라 그 자체가 중공업의 발전을 가져 온다는 발상에서 출발하고 있다
-
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기존에는 중공업을 중심으로 경공업과 농업을 병행했으나, 선군시대에는 국방공업의 발전을 통해 중공업의 발전을 이끌어낸다는 인과적 관계의 변화를 통합한다.
-
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국방공업의 발전이 단순히 중공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국방공업 발전 자체가 중공업의 발전을 견인한다는 발상이 핵심임을 도출한다.
-
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추출된 핵심 발상을 바탕으로 답변을 작성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기존에는 중공업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면서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것을 기본로선으로 삼았으나, 선군시대 경제전략은 국방공업의 발전이 중공업의 발전에 토대할 뿐만 아니라 국방공업의 발전 그 자체가 중공업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선군시대 경제전략은 국방공업의 발전이 중공업의 발전에 토대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중공업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기존 중공업 우선 발전 방식과 차별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