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그런데 시야를 조금만 더 넓혀본다면 재난이 발생함에 있어서는 거의 언제나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다수의 원인이 중첩적으로 작용하여 재난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은 열차 충돌, 항공기 추락, 건축물 붕괴,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서 우주왕복선의 폭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형의 재난에서 발견되는 일반적인 현상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어느 특정한 개인의 귀책사유에 의하여서가 아니라 위험관리를 위하여 마련된 인적, 기술적, 제도적 장치들이 모두 올바로 작동하지 아니하여 비로소 재난이 발생하게 된다면, 재난에 대한 형법적 대응 역시 그에 상응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래에서는 재난의 발생원인 내지 발생경로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간략하게 살펴본 후, 그에 기초하여 재난에 대한 형법적 대응방향을 검토해 보려고 한다.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는 모든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으며, 우리나라의 재난방지 시스템이 올바로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던져주었다. 세월호 침몰로 인하여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게 된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분석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감사원에서 발표한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 및 연안여객선 안전관리감독실태”에 관한 감사 보고서나 해양안전심판원에서 발간한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고 특별조사 보고서”에서는 세월호가 침몰하고 그로 인하여 중대한 법익침해가 야기되는 과정에서는 선박의 구조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는 물론 안전운항을 위하여 마련된 관련 규정의 미준수, 관리감독의 부적절, 재난발생 후 이루어진 초동대응 및 구조활동의 부실, 나아가 부적절한 대책본부 운영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였음을 지적하고 있다.
사회적・기술적 시스템에서 위험관리가 실패하여 재난이 발생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하여서는 방벽(barrier), 다계층적 방어(defence-in-depth), 재난발생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실패행위(active failure), 재난발생의 잠재적 조건(latent condition), 안전문화(safety culture) 등의 몇 가지 개념의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재난은 일선에서 위험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자의 직접적 실패행위가 있는 때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기장의 조종 실패나 항해사 내지 조타수의 조타 실패가 이러한 재난발생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실패행위에 해당한다. 사회적・기술적 시스템의 운영과정에서는 이러한 직접적 실패행위가 곧바로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대응수단을 마련해 놓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계층적 방어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에서는 인적・기술적 실패가 발생하여 위험관리의 국지적 실패가 있게 되어도 시스템의 안전 그 자체가 위협받지는 않게 된다. 그리고 이로 인하여 시스템 운영과정에서 인적・기술적 실패가 발생하여도 이를 묵인 내지 간과하고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인적・기술적 실패의 발생 및 그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이 오랜 기간 지속되거나 반복적으로 발생하게 된다면 이와 더불어 설치된 모든 방벽에서 인적・기술적 실패가 동시에 발생하고 결국 재난이 야기될 가능성도 증가하게 될 것이다. 다계층적 방어는 재난발생을 예방하는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지만, 이와 더불어 그 자체에 이미 다계층적 방어가 실패하고 재난이 발생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계기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다계층적 방어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에서는 설치된 방벽의 일부가 올바로 기능하지 아니하는 상태에서 직접적 실패행위가 야기되어도 곧바로 재난이 발생하게 되지는 아니한다. 그런데 방벽의 일부가 기능하지 않게 되면 재난발생의 가능성이 증가하게 된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즉 재난예방을 위하여 설치된 방벽이 올바로 기능하지 않게 되면 이것은 곧 재난발생의 잠재적 조건으로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방벽이 올바로 기능하지 않게 된 상태에서, 다르게 표현한다면 모든 방벽에 재난발생의 잠재적 조건이 형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일선에서 위험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자에 의한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실패행위가 있게 되면 재난이 발생하게 된다. 재난예방을 위하여 설치된 모든 방벽이 동시에 올바로 기능하지 않게 되는 것은 시스템 내부의 위험관리가 총체적으로 실패하였다는 것을 의미하는바, 재난은 시스템 위험관리의 총체적 실패가 있는 때에 비로소 발생하게 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논의에서는 개인이 행위를 통하여 창출하는 위험에 대하여 형법적 대응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아왔다. 그리고 행위는 고의, 과실과 같은 정신적 작용에 근거하여 수행되는 것이기에, 결국 행위자가 자신의 의지적 노력을 통하여 위험 발생 여부는 물론 발생하는 위험의 종류와 성질 등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보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는 시스템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는 적절히 사용되기 곤란하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개인이 창출하는 위험에 대한 대응으로는 재난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도 없으며, 위험관리과정에서 개인이 발생시키는 인적 오류 내지 인적 실패는 대부분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어서 행위자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를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재난에 대한 전형적인 형법적 대응방법은 재난발생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개인을 과실범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재난 연구자들은 이러한 대응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난발생의 필요적 조건이 된다는 측면에서 볼 때에는 잠재적 조건과 직접적 실패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난이 야기되었을 때 직접적 실패를 야기한 자에 대하여서만 비난을 가하게 된다면 이것은 위험관리체계의 총체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외부로 명확하게 드러난 실패행위를 야기한 자에 대하여서만 부담시키는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나아가 직접적 실패는 대부분 인간의 유한성이나 안전경시적인 작업환경에 기인하여 발생하는 것이어서 형벌의 부과를 통하여 이러한 유형의 실패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재난의 효과적인 예방을 위하여서는 업무수행환경을 개선하고 재난발생의 잠재적 조건이 형성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재난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방벽(barrier)'이 올바로 기능하지 못할 때, 이것은 어떤 개념으로 작용하는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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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방벽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때 어떤 개념으로 정의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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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문맥 내에서 방벽의 기능 부재와 관련된 설명을 추출한다.
- 방벽의 일부가 기능하지 않게 되면 재난발생의 가능성이 증가하게 된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 재난예방을 위하여 설치된 방벽이 올바로 기능하지 않게 되면 이것은 곧 재난발생의 잠재적 조건으로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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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방벽의 기능 부재가 특정 개념으로 연결되는 직접적인 문장을 선택한다.
- 재난예방을 위하여 설치된 방벽이 올바로 기능하지 않게 되면 이것은 곧 재난발생의 잠재적 조건으로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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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방벽의 미작동이 재난발생의 잠재적 조건이 된다는 인과 관계를 확인한다.
- 방벽의 일부가 기능하지 않게 되면 재난발생의 가능성이 증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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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방벽이 기능하지 않을 때의 개념을 '재난발생의 잠재적 조건'으로 도출한다.
- 재난발생의 잠재적 조건으로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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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기술한다.
- 재난발생의 잠재적 조건
최종 답변 (final_answer)
재난발생의 잠재적 조건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문맥에서 재난예방을 위해 설치된 방벽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그것이 재난을 일으키는 바탕이 되는 '재난발생의 잠재적 조건'으로 작용함을 확인하여 답을 도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