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사실인정은 순수하게 사실적・서술적인 측면만 갖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인 측면도 갖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실인정과정에서 문제되는 대상이 재물인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재물 개념에 대한 해석론적・법도그마틱적 관점과 지식이 필요하다. 또한 사실인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성향 개념적 사실들, 가령 고의나 과실, 예견가능성 등과 같은 이른바 내적 사실을 판단할 때도 고의나 과실, 예견가능성에 대한 형법 도그마틱의 지식이 요청된다. 예를 들어, 형법에서 고의는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 규범적 개념인 동시에 사실인정의 대상인 범죄사실에 해당한다. 형사법관이 구체적인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에게 고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려면, 형법 도그마틱에서 고의 개념을 어떻게 구체화하는지를 파악해야 하고, 이렇게 파악된 고의를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실제 내적으로 갖고 있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규범적인 지식과 경험적인 지식이 동시에 요구된다.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사실인정은 규범적인 성격을 갖고, 구성요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합리적인 사실인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형사법 규범이 규정하는 구성요건을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성향 개념을 논증하는 문제 역시 사실인정에서 어려운 문제에 속한다. ‘성향 개념’(Dispositionsbegriff)은 범죄체계론의 측면에서 보면 주관적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한다. 이러한 성향 개념으로는 고의, 과실, 예견가능성 등을 언급할 수 있다. 그중에서 고의 판단 문제가 사실인정에서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고의범은 과실범에 비해 형량이 높은 반면,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생각보다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고의 등과 같은 성향 개념이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각종 주장과 증거로 증명하기 쉬운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와는 달리,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는 행위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것으로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신이 아닌 이상 행위자의 내면적 상태를 직접 관찰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때문에 고의와 같은 성향 개념은 행위자가 진정성 있게 자백을 하지 않는 한, 직접사실이 아닌 간접사실만으로 증명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사실 형사법관이 이러한 심리적 편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쉽지 않다. 고도로 숙련된 법관이라도 언제든지 심리적 편향에 빠져들 수 있다. 그 이유는, 현대 심리학의 성과가 말해주듯이, 우리 인간의 생각구조 자체가 그렇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심리학과 경제학을 접목해 이른바 ‘행동경제학’을 창시한 카너먼(D. Kahneman)의 연구성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카너먼에 따르면, 인간의 사고시스템 안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시스템이 존재한다. ‘빠르게 생각하는 직관적인 사고시스템’과 ‘천천히 생각하는 합리적인 사고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근대 계몽주의 철학이 전제로 한 이성적인 주체나 고전 경제학이 상정하는 합리적 존재 또는 모든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롭게 사실을 인정하는 법관상은 이러한 두 가지 사고시스템 중에서 후자만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카너먼에 따르면, 인간의 사고시스템 안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오히려 전자, 즉 ‘빠르게 생각하는 직관적인 사고시스템’이다. 이 사고시스템은 직관에 의해 자동적・습관적으로 작동한다. 바로 이 때문에 이 사고시스템은 언제나 올바르게, 사실인정과 관련해서 말하면, 공정하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정보를 토대로 하여 작동하는 편향적인 성격을 띤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형사소송법은 증거재판주의를 기본원칙으로 하면서 자백배제법칙, 자백보강법칙,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 전문법칙 등과 같이 증거능력을 규율하는 증거법과 자유심증주의와 같이 증명력을 규율하는 증거법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증거법이 사실인정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할 수 있다. 첫째,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증거법은 합리적인 사실인정을 하는 데 기여한다. 증거법은 사실을 인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때, 이러한 정보수집이 피고인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아야 하고(자백배제법칙),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집되어야 하며(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 신빙성이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요청한다(전문법칙). 이렇게 정보수집에 대한 제한을 설정함으로써 사실인정절차가 합리적인 절차적 진실을 추구할 수 있도록 기여한다.
둘째, 증거법, 그 중에서도 증거능력을 규정하는 증거법은 형사법관의 논증의무를 경감한다. 만약 증거능력을 규율하는 증거법이 없다면, 형사법관은 각 당사자들이 제시하는 증거가 과연 어떤 점에서 수용될 수 있는 것인지를 매번 형식적・내용적인 측면에서 논증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형사법관의 부담은 늘어날 것이고, 이로 인해 형사소송의 부담과 비용도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증거능력을 규율하는 증거법은 형사법관의 논증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셋째, 증거법, 그 중에서도 증명력을 규율하는 증거법은 반대로 형사법관에게 증명력에 대한 합리적 논증의무를 부과한다. 왜냐하면 증거의 증명력에 대해 우리 형사소송법은 제308조에서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고 함으로써 이른바 자유심증주의를 천명하고 있는데, 이 때 말하는 ‘법관의 자유판단’은 법관이 전적으로 자유롭게 판단하라는 요청이 아니라, 법관이 합리적 이성에 따라 판단하라는 요청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형사법관은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증거의 증명력을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형사법관이 전적으로 자유롭게 증명력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심증주의에서 말하는 ‘자유’는 무제한의 자유를 뜻하기보다는 합리적 이성을 전제로 하는 ‘자율’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형사법관은 합리적 이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증명력을 판단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증명력을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 이성에 따라 판단하는 것인가? 이에 대한 기준으로 제시되는 것이 ‘합리적 의심배제’이다. 가령 특정한 증거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증명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에만 형사법관은 이 증거에 따라 사실인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형사법관은 공판정에서 제출된 증거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증명력을 갖춘 경우로서 형사법관에게 요증사실에 대한 확신 또는 고도의 개연성을 심어주고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먼저 합리적 의심배제에서 ‘합리적’이라는 수식어가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합리적’이라는 수식어를 말 그대로 풀어내면 ‘이치에 맞는’이라는 뜻이 된다. 그러면 이 때 말하는 ‘이치’는 무엇인가? 이른바 논리칙과 경험칙이 이 때 말하는 이치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특정한 주장이나 판단이 우리가 공유하는 논리칙과 경험칙에 합치한다면, 이러한 주장이나 판단은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논리칙은 논리법칙을 뜻하는 것으로, 우리가 논리적・이성적으로 공유하는 법칙을 의미한다. 수학이나 논리학에서 말하는 각종 공식이나 법칙들이 대표적인 논리칙에 해당한다. 이러한 논리칙은 우리가 이성적으로 사고하면 어렵지 않게 획득할 수 있다. 또한 특정한 주장이 논리칙에 합치하는지 여부도 우리가 이성적으로 사고하면 손쉽게,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판단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경험칙은 경험법칙을 뜻하는 것으로 우리가 경험적인 검증과정을 통해 밝혀낸 객관적・보편적 법칙을 뜻한다. 자연과학이 실험으로써 밝혀낸 법칙이 대표적인 경험법칙에 속한다. 연역적 방법에 의존하는 논리법칙과는 달리, 경험법칙은 귀납적 방법을 사용한다. 이로 인해 경험법칙은 논리법칙과는 달리 확고한 보편성과 객관성을 획득하기 쉽지 않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카너먼(D. Kahneman)이 제시한 두 가지 사고시스템 중 '천천히 생각하는 합리적인 사고시스템'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설명하시오.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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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질문은 카너먼의 연구에서 언급된 두 가지 사고시스템 중 '천천히 생각하는 합리적인 사고시스템'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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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문맥에서는 카너먼의 연구를 인용하며 인간의 사고시스템에 '빠르게 생각하는 직관적인 사고시스템'과 '천천히 생각하는 합리적인 사고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다.
- ‘빠르게 생각하는 직관적인 사고시스템’과 ‘천천히 생각하는 합리적인 사고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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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문맥은 '빠르게 생각하는 직관적인 사고시스템'이 직관에 의해 자동적·습관적으로 작동하며 편향적인 성격을 띤다는 점은 설명하고 있으나, '천천히 생각하는 합리적인 사고시스템'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 이 사고시스템은 직관에 의해 자동적・습관적으로 작동한다.
- 이 사고시스템은 언제나 올바르게, 사실인정과 관련해서 말하면, 공정하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정보를 토대로 하여 작동하는 편향적인 성격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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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제시된 정보들을 종합하면 두 시스템의 명칭과 '직관적 사고시스템'의 특징은 알 수 있지만, 질문이 요구하는 '합리적 사고시스템'의 작동 원리나 방식에 대한 정보는 결합을 통해서도 도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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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질문에서 요구하는 '천천히 생각하는 합리적인 사고시스템'의 작동 방식은 문맥에 명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답을 결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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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외부 지식을 사용하지 않고 주어진 문맥만으로는 답변이 불가능함을 확인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주어진 문맥만으로는 답을 확인할 수 없다.
분석 (analysis)
문맥은 카너먼의 두 가지 사고시스템을 소개하며 직관적인 사고시스템의 편향성을 설명하고 있으나, 합리적인 사고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외부 지식을 통한 추측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