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우선, 정보주체의 허락이나 법적 근거 없이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전달하면 모두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생각을 들 수 있다. 만약 정보주체가 자신의 집 주소와 연락처를 원치 않는 사람에게 알려준 지인에게 항의하고 싶다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인 걸 아느냐고 다그칠 것이다.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라면 처벌에서 자유롭다는 생각도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이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는 ‘개인정보처리자’를 주된 수범대상으로 삼은 탓이다. 안타깝게도 모두 법에 대한 부족한 이해가 불러온 잘못이다. 이러한 오해는 처벌범위를 광범위하게 확장하거나, 협소하게 축소시키는 정 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 형사처벌의 대상성 문제가 많은 논란거리를 지녔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논란은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담임교사나 대학교수가 지도학생의 전화번호를 타인에게 임의로 전달한 게 형사처벌 대상인지는 쉽지 않은 문제다. 만약 법률이 일상생활에까지 국가형벌권이 개입할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로서 기능한다면 과잉입법일 수밖에 없다. 「개인정보 보호법」이 과잉입법이 되지 않도록 하는 해석이 필요하다.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구성요건해당성과 위법성, 책임을 모두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위법성과 책임은 소극적으로 범죄를 조각시켜주는 역할에 머물 뿐이어서 구성요건에 해당하면 죄가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는 사안의 경중을 묻지 않는다. 10원을 훔쳐도 절도죄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윽박으로 막대사탕을 빼앗아 먹어도 공갈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구성요건해당성에 대해서는 문언에 충실한 해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얼마든지 가능한 대목이다.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가져오는 파급력은 상당하다. 고소, 고발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을 받더라도 피의자・피고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가져오는 중압감을 견딘 시간은 고통일 수밖에 없다. 구성요건해당성이 의문인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고소・고발조차 종종 일어나는 점을 떠올리면, 사소하거나 일상적인 행위라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구성요건에 해당하면 언제든 국가형벌권의 과잉이 문제될 수 있는 생각이 설득력을 갖는다. 구성요건해당성 이후 단계를 살펴보고 미리 불가벌 행위를 정형화해둘 필요가 있는 이유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기존에는 적용 대상이 아니었던 민간영역도 대상으로 삼았다. 게다가 컴퓨터 파일 형태만을 규율하던 데서 나아가 종이로 존재하는 개인정보로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다. 인적・물적 적용대상을 비약적으로 확장한 것이다. 동법 이전에는 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국가권력과 개인 간의 관계에서 개인정보침해의 금지 및 처벌 논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제는 기본권 향유 주체인 개인 간의 문제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동법이 민간영역, 즉 시민간의 관계에서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 모든 사람은 원칙적으로 타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권리를 가진다. 우리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보호하는 것은 의견표명이지 단순한 사실의 전달이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의견이란 평가적 사고를 바탕으로 개개인이 사물과 인간에 대하여 내리는 가치판단 또는 ‘입장표명’이다. 개인정보침해는 의견표명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전화번호・이메일・주소는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개인을 식별해준다. 사용자가 속한 직장이나 학교를 알면 전화번호・이메일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다. 해당 집단에 속한 아무에게나 물어보면 된다. 주소를 알면 해당 주소지의 우편함을 살펴보면 된다. 우편함에는 거주자 앞으로 된 수많은 고지서와 안내문이 있다. 등기부를 열람하면 제한적이나마 일정한 등기명의자 정보도 알 수 있다. 이들 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법」이 적용되는 영역에 존재함이 분명하다. 한편, 전화번호・이메일・주소는 공개정보와 비공개정보의 연속선상에서 ‘공개정보에 가까운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를 논증하는데 있어서는 전화번호・이메일・주소가 개인과 공동체를 연결시켜 주는 정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개인의 전화번호와 이메일은 정보주체 스스로가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생성한 정보로, 주된 목적이 공동체와의 교류다.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변경한 사람은 대부분 바뀐 정보를 주변에 알려준다. 전화번호와 이메일이 공개를 전제로 정보주체인 특정 개인을 일정한 공동체 속에 연결시켜주고, 그 안에서 사회적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해주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정 정보에서 직접적으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경우 수범자는 별다른 혼란을 겪지 않는다. 문제는 ‘쉽게 결합’하는 때다. 수범자의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인데, 용이성에 대한 생각은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개인에 따른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정보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 차이’는 식별 가능성 판단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개인정보 해당성이 정보사용자(처리자)와 관계없이 판단되느냐는 물음이다. 20대 청년은 휴대전화 번호만으로 개인을 특정하는 경우가 있다. 80대 노인은 전화번호만 가지고 어떻게 누군지를 아느냐고 손사래를 친다. 20대에게 개인정보라면, 80대에게도 개인정보인지 의문이 떠오른다. 쉬운 결합이 합법적인 수단만을 전제하는지도 문제다.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개인식별이 불가능했던 정보가 경찰관의 불법조회와 결합하여 식별 정보로 탈바꿈할 수 있다. 해킹도 마찬가지다.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는 2011년 해설서를 통해 ‘쉽게’라는 표현은 ‘합리적으로’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생각건대 식별 가능성 해석에 개개인의 사정은 물론 ‘정보사용자가 속한 집단’도 고려할 필요가 없다. 상식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식별 가능성 개념이 바람직하다. 첫째, ‘가능성’은 결과론에서 자유로운 개념이다. 해당 정보가 끝까지 개인정보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식별 가능성이 존재했다는 해석이 부정될 수 없다. 정보사용자가 개인을 식별했는지는 개인정보의 성립요소가 아님을 보여준다. 둘째, 식별 가능성을 통해 밝혀지는 개인정보는 행위객체로서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다. 행위자의 관념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주관적 구성요건요소인 과실에서조차 개개인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데 개인정보에서 이를 고려할 이유가 없다. 개인정보와 체계상 지위가 다른 과실 개념이 행위자가 속한 사회집단을 고려한다고 하여, 개인정보에서도 그래야 한다는 논리적 연결고리 역시 없다. 셋째, 정보사용자의 인식과 능력만으로는 식별 가능성이 없던 정보라도 제3자의 도움을 받아 식별 가능성을 갖출 수 있다.
정보사용자의 고려는 식별 가능성이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지의 문제다. 각자가 접근 가능한 정보에 따라 단편적인 정보가 개인정보로 탈바꿈하기도 하고, 여전히 의미 없는 정보의 파편으로 방치되기도 한다.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2016.6.30)」은 식별 가능성에 대해 “해당 정보를 ‘처리하는 자’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수단을 고려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쉬운 결합의 판단도 정보사용자(처리자) 입장에서 해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관계부처의 유권해석이 법원의 판단을 구속할 순 없다. 이와 관련하여 형법학계에서 오랜 기간 이루어진 논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실범의 주의의무 해석이다. 주의의무와 식별 가능성은 양자 모두 구성요건요소를 해석하는 도구이고, 개인의 인식과 능력을 고려해야 하는지가 문제여서 유사하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문맥에 따르면, 개인정보의 식별 가능성을 판단할 때 정보사용자가 속한 집단이나 개개인의 사정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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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정보사용자의 집단이나 개인적 사정을 식별 가능성 판단 시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논리적 근거를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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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식별 가능성 해석과 관련된 세 가지 논거를 추출한다.
- ‘가능성’은 결과론에서 자유로운 개념이다.
- 식별 가능성을 통해 밝혀지는 개인정보는 행위객체로서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다.
- 정보사용자의 인식과 능력만으로는 식별 가능성이 없던 정보라도 제3자의 도움을 받아 식별 가능성을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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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식별 가능성이 결과론적이지 않다는 점,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라는 점,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근거로 선택한다.
- 해당 정보가 끝까지 개인정보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식별 가능성이 존재했다는 해석이 부정될 수 없다.
- 개인정보는 행위객체로서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다.
- 정보사용자의 인식과 능력만으로는 식별 가능성이 없던 정보라도 제3자의 도움을 받아 식별 가능성을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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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식별 가능성은 실제 식별 여부와 상관없는 개념이며, 주관적 요소가 아닌 객관적 요소이고, 제3자에 의해 변할 수 있으므로 사용자 개인의 특성에 종속되지 않음을 통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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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식별 가능성은 결과론에서 자유로운 개념이며,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 주관적 요소를 고려할 이유가 없고, 제3자의 도움으로 식별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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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추출된 근거를 바탕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작성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첫째, 식별 가능성은 결과론에서 자유로운 개념이므로 정보사용자가 실제로 개인을 식별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존재할 수 있다. 둘째, 식별 가능성을 통해 밝혀지는 개인정보는 행위객체로서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이므로, 행위자의 관념을 대상으로 하는 주관적 구성요건요소와 달리 개개인의 사정을 고려할 이유가 없다. 셋째, 정보사용자 개인의 인식과 능력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하더라도 제3자의 도움을 통해 식별 가능성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식별 가능성이 실제 식별 여부와 무관한 결과론적 개념이 아니라는 점,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 주관적 요소를 배제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제3자의 개입으로 인해 식별 가능성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정보사용자의 개인적 사정 고려가 불필요함을 논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