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불법적인 접근 주체는 크게 두 범주로 볼 수 있다. 처음부터 해당정보에 접근이 허락되지 않은 자(이하 ‘권한 없는 자’)와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해당정보를 열람・사용할 수 있는 자(이하 ‘권한 있는 자’)다. 예컨대 일반 시민과 파출소 경찰관, 일반 고객과 고객정보를 관리하는 통신사 직원이 그 예다. 권한 없는 자가 결합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방법은 권한 있는 자에게 부탁하거나(유형 1), 스스로 혹은 제3자를 통해 해킹 같은 불법 열람을 하는 것이다(유형 2). 권한 있는 자가 불법으로 결합정보를 취득하는 경우는, 정당한 사유 없이 시스템에 접속하여 열람하는 것이다(유형 3). 합법성 논의의 출발점을 ‘쉽게 결합’이라는 문언에 두고 유형별로 검토하기로 한다. 유형 1은 타인에게 개인정보 누설이라는 불법을 저지르게 하는 것이다. 타인에게 민・형사 책임을 감수토록 요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대향범인 탓에 공범규정이 적용되지 않겠지만 범죄 교사와 다름없다. 더군다나 범죄 교사가 성공해야 한다. 쉽게 결합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다. 유형 2는 정보관리 시스템의 보안 프로그램을 분석하고 허점을 찾아내는 게 필수다. 전문가가 설계한 보안프로그램을 무력화시키는 게 쉬운 작업일 수 없다. 유형 3은 일견 쉬운 결합처럼 보인다.
대법원이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공개정보라는 사실이다.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 전후 법리를 달리하긴 했지만 공개정보가 아니었다면 어느 기준도 만족시킬 수 없었음이 분명하다. 사회상규 고려에서 개인정보의 공개여부가 중요한 판단요소임을 시사해준다. 물론 대상판결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 아니기 위한 요건으로 공개성만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객관적으로 볼 때 정보주체의 동의 범위에 있는 사용일 것을 요구했다. 그렇다면 “공개정보 사용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지 않으려면 반드시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추정)되어야 한다.”는 명제로 이어지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적어도 형사법적 관점에서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 ‘동의가 존재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의 문제는 형법상 추정적 승낙과 구조가 유사하다. 양자는 명문으로 존재하는 적법요건에 착안한 논의다. 「개인정보 보호법」이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으면 얼마든지 개인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허용했듯, 형법 제24조 역시 피해자의 승낙이 있으면 처벌대상이 아니라고 확인해준다.
그런데 공개정보에 대해서는 다소 완화된 기준이나 시각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 사회는 정보를 유통시킴으로써 정보가 가지는 사회적 효용을 높여나가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적 성격을 가진 정보에 대해서는 특정인의 독점이 아닌 자유로운 유통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른바 정보의 자유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가지는 통제적인 성격에만 주목할 경우 자칫 개인정보를 공유하려고 하는 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 게다가 정보주체가 스스로에 관한 정보라는 이유로 그 모든 유통을 통제하고 지배할 수 있다고 보면 신체적・재산적 법익이 아닌 여타 인격적 법익을 보호하는 초상권이나 명예훼손 등이 가지는 의미를 형해화 시킬 수도 있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인격과 관련된 다수의 권리를 포섭한다는 결론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공개정보에 대해서는 통제가 아닌 올바른 유통과 이용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는 시각은 해외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인도, 벨기에처럼 일반적으로 공개된 정보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률 적용을 배제하도록 명시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
다음으로 자유로운 유통이 가능한 경우가 언제인지를 살펴본다. 생각건대 다음의 몇 가지 요건을 갖추면 업무상 알게 된 전화번호・이메일・주소(이하 ‘대상정보’)를 타인에게 알려주더라도 사회상규에 따른 행위라고 평가해야 한다. 첫째, 1차 수집 과정에서 대상정보가 전적으로 업무상의 목적만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사교의 목적도 함께 가지고 있었어야 한다. 범죄 신고자가 경찰관과 업무 외적인 목적으로 연락하고 싶을 리 없다. 보험설계사와 사적인 연락을 하고 싶은 고객도 없다. 배달음식점에서 주문 말고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면 불쾌하다. 반면 학생과 교사, 교수 간의 관계는 다르다. 거래처 직원 사이 관계, 직장 동료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분명 업무 때문에 타인의 개인정보를 알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업무와 관계없이 대상정보를 사용한다고 해서, 즉 사교의 목적으로 연락하거나 방문한다 해서 정보주체가 당황하지 않는다. 사교의 목적을 요구하는 이유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대상정보가 본래 공개정보에 가까운 성격을 지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고정불변의 성질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보주체의 명시적 의사에 따라 완전한 공개정보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비공개정보가 될 수도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과 청탁금지법은 일종의 상징입법이다. 법이 가져오는 수범자의 혼란, 법규범의 논란과 관계없이 법이 제정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대중들로 하여금 법질서와 국가기관에 신뢰를 갖게 한다. 두 법이 가지는 공통점은 「개인정보 보호법」에서도 청탁금지법에서처럼 사회상규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을 가능하게 해준다. 두 법은 성격은 물론 가벌성의 불명확성이라는 혼란, 국가형벌권이 일상생활에 과도하게 작용한다는 우려가 유사하다. 문제와 원인이 비슷하면 해결책도 유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사회상규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청탁금지법의 접근이 충분한 해결책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상규를 고려하지 않는 것보다는 법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법」에서도 형법 제20조 사회상규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일정한 불가벌 영역을 수범자에게 확인해줘야 한다.
형법 조문은 단순하다. 아무리 복잡한 법리를 담고 있어도 결국은 ‘~(금지행위)을 한 자는 ~(형벌)에 처한다’는 구조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범자가 조문을 통해 무엇이 허용되고 금지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문이 아닌 법 해석으로 수범자에게 불가벌적인 행위를 확인해주자는 주장이 불편하게 들리는 이유다. 하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법은 때때로 이상과 거리가 멀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대표적이다. 청탁금지법은 제5조(부정청탁의 금지) 제2항 제7호, 제8조(금품등의 수수 금지) 제3항 제8호에서 ‘사회상규’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금지대상 행위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으면 부정청탁・금품수수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이 조문에서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모든 형벌법규는 사회상규에 해당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 형법 제20조가 사회상규 해당을 불가벌 사유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탁금지법상 사회상규의 법적 성질 혹은 기능이 무엇인지를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위법성조각사유라고 보기가 어색하다. 형법 제20조를 되풀이한 이유가 석연찮기 때문이다.
생각건대 청탁금지법의 사회상규는 법 적용에 있어 형법 제20조 사회상규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선언적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형적인 불확정 개념인 사회상규가 구성요건요소일 수 없다. 구성요건은 다른 범죄와 구별되는 정형적인 행위내용을 명백히 해줘야 한다. 사회상규가 보충적인 개념으로 쓰였다고 하더라도 구성요건을 설명하는 요소라고 보는 순간, 구성요건의 징표기능이 현저히 손상된다. 사회상규가 구성요건의 해석기준으로 사용되면 구성요건이 개방적 개념으로 변질될 것이다. 둘째, 구성요건은 형법상 개념이고 사회상규는 법질서 전체를 배경으로 한다. 법질서 전체의 고려는 위법성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형법상 개념인 구성요건에서 법질서 전체를 고려하자는 것은 모순이다. 부분이 전체를 포함할 수는 없다. 셋째, 헌법재판소는 청탁금지법상 사회상규를 형법 제20조와 동일한 의미라고 했다. 동일한 의미가 구성요건과 위법성 각각의 단계에서 중복하여 효과를 가져 올 수 없다. 법체계에도 맞지 않다. 위법성조각사유 중에서도 보충적 지위를 가지는 사회상규가 위법성에 앞선 단계인 구성요건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회상규 용어는 이미 1915년부터 가인 김병로 선생이 사용했다. 형법제정 과정에서도 그 의미와 취지가 다뤄졌다. 대법원은 1956년 처음 사회상규 개념을 다룬 이래 몇 차례 새로운 설명을 했다. 최근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① 사회통념, 관례 같은 ‘포괄적인 기준으로 환원’하여 설명하거나, ② 목적과 정당성, 수단의 사회적 상당성, 균형성, 보충성, 긴급성 이렇게 다섯 가지 세부기준을 사용한다. ③ 별다른 설명 없이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②는 주로 사회상규를 부정하기 위해 사용된다. ③은 동어반복이라 기준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경우를 정형화하기 위해서는 ①과 같이 포괄적인 기준을 설명한 판례를 참고해야 한다. 사회상규 적용 판결이 많은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에서의 법원 판단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재산상 손해, 법적 불이익, 해악이나 공포 등 정보주체에 불리한 결과가 초래돼선 안 된다. 「개인정보 보호법」의 취지는 통제받지 않는 개인정보 유통이 정보주체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사생활의 평온을 비롯한 정보주체의 권리가 침해됐다면 사회상규에 해당할 수 없다. 다만 불쾌감과 같이 지극히 주관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대신 사후통제로 보호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보주체의 내심이 형벌을 좌우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추상적인 권리도 마찬가지다. 셋째,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없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2015. 2. 26. 자 2009헌마17 결정(간통죄 위헌소원)에서 일부 재판관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사회적으로 비난가능성이 없는 간통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 이는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사회상규의 판단요소 중 하나임을 지지해준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업무상 알게 된 대상정보(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를 타인에게 알려주는 행위가 사회상규에 따른 행위로 평가받기 위한 요건 중, 정보의 수집 과정과 관련된 첫 번째 요건은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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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업무상 알게 된 대상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는 행위가 사회상규에 부합하기 위한 첫 번째 요건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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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자유로운 유통이 가능한 경우에 대한 요건을 설명하는 문단을 탐색한다.
- 다음의 몇 가지 요건을 갖추면 업무상 알게 된 전화번호・이메일・주소(이하 ‘대상정보’)를 타인에게 알려주더라도 사회상규에 따른 행위라고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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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첫 번째 요건에 대해 명시적으로 기술된 문장을 선택한다.
- 첫째, 1차 수집 과정에서 대상정보가 전적으로 업무상의 목적만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사교의 목적도 함께 가지고 있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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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선택된 근거를 바탕으로 첫 번째 요건의 핵심 내용을 정리한다. 대상정보가 수집될 당시 업무적 목적뿐만 아니라 사교적 목적도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을 파악한다.
- 1차 수집 과정에서 대상정보가 전적으로 업무상의 목적만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사교의 목적도 함께 가지고 있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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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질문에 대한 답으로 1차 수집 과정에서 정보가 업무적 목적뿐만 아니라 사교적 목적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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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정리된 내용을 바탕으로 최종 답변을 작성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1차 수집 과정에서 대상정보가 전적으로 업무상의 목적만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되며, 사교의 목적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업무상 알게 된 대상정보를 타인에게 알려주어 사회상규에 따른 행위로 평가받기 위한 첫 번째 요건은 1차 수집 과정에서 대상정보가 전적으로 업무상의 목적만을 가져서는 안 되며 사교의 목적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