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아렌트는 이처럼 새로운 세계적인 정치 상황으로 말미암아 권리를 잃게 되었고, 그 잃은 권리를 더 이상 되찾지 못하는 수백만 명이 발생한 상황에서, 우리는 권리를 가질 권리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으며 일정한 공동체에 속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권리를 가질 권리’라는 표현의 뒤에 사용된 ‘권리’라는 말은, 그 자체 인류임으로부터 유래하며 누구든 일정한 인간 집단에 구성원으로 속해야 함을 선언하는 말이다. 아렌트에게 권리의 담지자로 승인된다는 것은 우선적으로 ‘성원권’에 대한 승인, 즉 어떤 인류 공동체에 ‘속함’에 대한 승인을 뜻한다. 권리담지자로서의 인간의 지위는 성원권에 대한 인정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러면 성원권은 누가 인정하거나 취소하는가? 인간의 권리의 난제들에 관한 장의 인상적인 한 구절을 보면, 아렌트는 권리가 없는자에 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난민과 국민사이』를 쓴 서경식은 지난 20세기를 ‘난민의 시대’로 보고 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냉전과 국지전 등에서 자행된 엄청난 폭력을 피해 이산한 민족들의 비통한 사연들이 20세기를 점철했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놓고 볼 때, 이산민, 즉 디아스포라는 그런 의미에서 20세기의 주인공 아닌 주인공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리고 21세기의 주인공을 꿈꾸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강조는 필자) ‘인권이란 무엇인가?’, 혹은 ‘인권의 주체는 누구인가’를 근본적으로 다시 묻게 만들어주는 또 하나의 주인공 아닌 주인공인 무국적 탈북자의 문제는 이제 민족사적 과제라기보다는 보편적인 세계사적 과제의 하나로서 인식되어야 한다. 이러한 지금까지의 논의에 근거하여 무국적 탈북자의 ‘권리를 가질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들을 제언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본 논문에서 무국적 탈북자의 문제를 ‘권리를 가질 권리’라는 개념을 통해 살펴본 이유는, 바로 우리가 직면한 무국적 탈북자 문제의 성격이 국가공동체를 벗어난 자들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두고 벌인 국제법적 고투의 연장선에 놓여있다는 점을 확인해두는 데 있다.
세계인권선언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평등하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질문이 등장한다. 이러한 속성의 이행 공간은 어디인가? 이에 대해 아렌트가 그러한 것처럼, 만일 사적 삶의 공간으로부터 분리된 시티즌십의 공간, 정치적 삶의 공간이라고 대답한다면, 이 문제를 서둘러 처리하는 것이 된다. 문제는 정확히 다른 삶으로부터 하나의 삶을 분리시키는 선을 어디에 긋는가에 있다. 정치란 바로 이러한 경계선에 관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경계선을 다시 문제로 삼는 행동이다. 랑시에르는 인권을 “자신들이 가진 권리를 가지지 않고 자신들이 갖지 않은 권리를 가진 자들의 권리”로 정의한다. 그는 이러한 정의를 통해 시민권으로부터 배제됨으로써 인권을 갖지 못하는 것처럼 나타나는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나 푸코의 열등한/나쁜 인종들을 ‘인권의 주체’로 격상시킨다. 랑시에르는 프랑스 혁명기 당시의 여성운동을 예로 들어 자신의 정의를 설명한다.
아렌트는 국가의 국적 박탈 권한으로부터 비롯하는 문제들에 대해 단순한 개념적 해결이 아니라 정치적 해결을 제안한다. 권리를 가질 권리는 일정한 정치적 공동체 속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아렌트가 민족국가 체제의 약점을 비판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정부에 관한 그 모든 이념에 대해서도 똑같이 회의적이었다는 점은, 아렌트의 정치사상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점 가운데 하나다. 벤하비브가 적절히 평가했듯이, “비록 무국적자와 난민 그리고 망명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법이 상당히 발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보편인권과 주권의 요구 사이의 갈등이, 구획된 영토를 갖는 국가 중심주의적 국제질서의 한가운데 있는 뿌리 깊은 역설임을 간파했던 칸트와 아렌트가 전혀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러한 뿌리 깊은 역설 속에서도 “그녀와 칸트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본 몇 가지 역설들이 국제법의 제도적이고 규범적인 차원에서 발전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도 동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아렌트를 비판하는 랑시에르의 입장에서 주목할 지점은 인권을 어떤 ‘구획된 것’ 속에서 발견하는 태도를 비판하는 그의 방식이다. 랑시에르에게 인권의 ‘주체’는 기입된 인권적 영토의 경계 혹은 외부에 존재하는 이들이, 기입되지 않은 권리들을 요구할 때 구성되는 것으로 보았다.
무국적의 이 ‘불법적’인 주체들을 ‘합법적’ 주체로 변화시키거나 기입시키려 하는 사고정향은 우리가 맞닥뜨린 주권과 인권의 상황을 축소하거나 혹은 외면하려는 태도일 수 있다. 제도와 규범은 사태에 대한 민주적 반추(벤하비브)와 예외적 주체(아감벤)들의 주체화 과정(랑시에르) 속에서 끝없이 발전하는 과정 속에 놓여 있는 것으로 할 때, 우리의 인권 담론은 “보편적 인권”이라는 ‘빈 기표’를 채워나갈 재료를 마련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특정의 인격체를 법률과 제도의 틀 안에서만 파악하는 것은 보편적 인간의 차원을 뒤로하고 그들을 철저히 ‘대상화’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랑시에르는 이는 그저 “치안(police)”의 관점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우리는 인권을 철저히 치안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지는 않은지 되물어야 한다. ‘치안을 통한 인권’, 얼마나 어색한 조합의 현실태인가.
제2차 세계대전 이래 국적 없는 민족들과 난민, 망명객들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큰 진보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나 아렌트가 말했듯이 “시민권 지위를 상실하는 것은 인권 전체를 상실하는 것”이 되는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현대의 권리 체제 가운데 가장 발달된 곳에서조차 난민과 망명객은 여전히 준범죄집단 지위로 간주된다. 그들에게 인권은 공동체를 득한 자들만의 특권인 것이다. 이들 개인에게 온전한 인권을 보전하고 이들의 지위를 범죄집단시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시대 세계시민주의적 정의의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랑시에르가 말한 “비인간적 주체들”의 투쟁과 숙명론을 거부하고 ‘정치적인 것’을 발견하는 것이 되었건, 아렌트 식의 국민국가와 공화정체 속에서의 정치적 삶의 승인이 되었건, 벤하비브 식의 칸트적 세계시민주의의 변증법과 민주적 반추가 되었건, 무엇이 해결법이냐는 것은 불분명하지만, 적어도 근대적 인권개념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국민국가적 차원의 해결법이 한계에 봉착해 있음을 인정하고 그러한 자기성찰에서부터 해결지점을 모색할 때 전혀 다른 해결법들이 떠오를 것도 분명하리라 생각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현행 북한이탈주민보호 및 정착지원법 은 “북한에 주소, 직계 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자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사람”을 북한이탈주민으로 정의하고 보호하고 있어 실질적인 보호에 장애가 되고 있다. 탈북 해 중국에 체류한지 오래된 재중 탈북자들은 이 법의 지원 외부에 놓여있는 게 그 단적인 현실이다. 북한이탈주민보호 및 정착지원법 이 너무 협소하고 형식화된 채 지원 대상이 선택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 북한이탈주민보호 및 정착지원법 에 따른 제한적 포섭과 국적판정제도의 간접적 접근에 의존하는 소극성”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현실성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무국적 탈북 아동들이 한국 국민으로서의 비호절차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어머니가 스스로 북한 국적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탈북자들은 일반적인 무국적자들과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탈북자들에 대한 국적판정제도와 일반적인 무국적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적판정제도를 이원화하는 방안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아렌트의 관점에서 권리담지자로서의 인간의 지위가 결정되는 핵심적인 요건은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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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아렌트가 정의하는 권리담지자의 지위가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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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권리담지자와 성원권, 그리고 승인에 관한 문장을 추출한다.
- 아렌트에게 권리의 담지자로 승인된다는 것은 우선적으로 ‘성원권’에 대한 승인, 즉 어떤 인류 공동체에 ‘속함’에 대한 승인을 뜻한다.
- 권리담지자로서의 인간의 지위는 성원권에 대한 인정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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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인간의 지위가 무엇에 달려있는지 명시한 문장을 핵심 근거로 선택한다.
- 권리담지자로서의 인간의 지위는 성원권에 대한 인정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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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권리담지자의 지위는 성원권의 승인과 직결되며, 이는 곧 공동체에 속함이 인정되는 것을 의미함을 연결한다.
- 아렌트에게 권리의 담지자로 승인된다는 것은 우선적으로 ‘성원권’에 대한 승인, 즉 어떤 인류 공동체에 ‘속함’에 대한 승인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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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인간의 지위는 성원권에 대한 인정 여부에 달려있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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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질문에 대한 답을 간결하게 작성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성원권에 대한 인정 여부이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아렌트에게 권리담지자로서의 인간의 지위는 우선적으로 성원권에 대한 승인, 즉 어떤 인류 공동체에 속함에 대한 승인 여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