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우리나라 형사소송법과 판례에 따르면 피고인의 종전 불일치 진술이 조서의 형태이든 조사자 증언을 형태이든 재판정에 현출되어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매우 어렵다. 조서의 경우 진정성립의 요건을 통과하더라도 특신성이라는 엄격한 요건을 다시 충족하여야 한다. 조사자 증언으로 피고인의 종전 불일치 진술을 공판정에 현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참고인의 종전 불일치 진술에 대하여는 참고인이 재판정에서 증언하고 있는 이상 조사자 증언의 형태는 허용되지 않는다. 참고인에 대한 진술조서의 경우에도 조사자 증언을 통하여 그 조서의 진정성립을 인정받기 어렵고 진정성립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특신성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참고인의 종전 불일치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경우에 조서의 경우에만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경우를 두고 ‘불일치 진술을 들은 자의 진술’에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예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피고인의 종전 불일치 진술도 피고인이 현재 재판정에 있으므로 반대신문권의 보장이 문제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참고인의 종전 불일치 진술도 참고인이 재판정에 출석하여 있다면 역시 반대신문권의 보장이 문제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나라마다 입법 정책이 다르겠지만 비교법적 검토를 통하여 위와 같은 상황에서 주요 국가들은 피고인이나 참고인의 종전 불일치 진술을 재판절차에 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는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당연한 흐름이라고 볼 수 있고 피고인이나 참고인의 입장에서도 부당한 기본권 행사에 있어서의 제한을 받는 것이 아니다. 위와 같은 종전의 불일치 진술이 재판에 현출되더라도 그 증명력 판단은 여전히 법관의 자유심증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정의가 훼손될 우려도 없다.
수사과정에서 진술증거를 획득하는 방법에 관하여 각 수사주체에게 어느 정도의 재량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는 매우 어려운 정책적 결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각 수사주체에게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하는 경우 주체에 따라 부당한 편차가 발생할 우려도 있고 자칫 인권침해의 소지도 있다. 반면 수사방법을 지나치게 지침이나 매뉴얼에 정하는 경우 개별 사안의 수사에 있어 효율적이고 적절한 방법으로 수사하는 것을 방해할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하여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 애로가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지침이나 매뉴얼을 만들더라도 합리적이고 적절한 재량이 부여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수사기 관의 실무의 현황을 살펴보면 수사단계 진술증거를 획득하는 방법의 선택이나 절차에 있어 일반적인 통일적 지침 등을 규정하여 운영하기보다 필요한 상황이나 영역에서 단발적인 지침 또는 매뉴얼을 만들어 운용하여 온 것으로 판단된다. 이로 인하여 상당한 영역에 있어 수사 주체에게 그에 관한 재량이 부여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사 단계 진술을 획득하는 방법으로 피의자나 참고인을 소환할 것인지 여부, 소환의 횟수와 방식, 조서를 작성할 것인지 녹음을 할 것인지 여부, 수사보고서의 작성 방식 등 수사단계의 진술을 획득하는 다양한 방법들에 관하여 일반적인 지침은 없다.
수사기관이 수사단계 진술을 획득하는 방법에 관한 개별 규범들의 내용을 개략적으로 그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검찰사건사무규칙은 검찰의 사건처리에 관한 내부 절차에 관하여 일반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위 규칙은 제3절 ‘임의수사’항목에서 피의자를 조사하는 절차, 방식에 관하여 자세히 규정하고 있긴 하나 전문법칙과 관련하여 진술증거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확보하기 위한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기보다 조사 절차에 관한 일반적인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고 보인다. 다만 아래에서 보는 것과 같이 피의자와 신뢰관계 있는 자의 동석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는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는 피의자 진술의 ‘특신성’ 을 높이는 사항에 관하여 세부적인 기준을 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3절의 내용을 간략히 본다. 제12조는 피의자등의 출석요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데, 검사는 원칙적으로 서면에 의하여 피의자 등에게 출석을 요구하여야 하나(같은 조 제1항), 필요한 경우에 전화·모사전송 기타 상당한 방법으로 제1항에 따른 피의자등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같은 조 제2항). 제12조2에서는 피의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동석에 관하여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한편 법무부는 훈령으로 인권보호수사준칙을 만들어 인권을 보호하고 적법절차를 확립하기 위하여 검사 및 수사종사자가 지켜야 할 기본 준칙을 정하고 있다. 위 준칙에 피의자나 참고인의 조사시 지켜야 할 사항을 정하고 있다. 피의자신문과 관련하여 출석 요구, 진술거부권 고지, 변호인의 접견·교통 보장, 변호인의 참여, 가족의 참관, 피의자의 조사시 유의사항, 심야조사 금지, 참여직원의 단독 조사 금지, 휴식시간 부여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고, 피해자나 참고인의 조사에 관하여 2차 피해 방지, 전용조사실 사용, 피해자 등의 신변 보호, 조사 방식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 준칙은 주로 인권보호에 관한 사항에 초점을 맞추어 정하여진 것이고 그 내용도 세부적이지 않아 점점 복잡다기해져 가는 사회에서 어떻게 수사단계의 진술을 형사증거법의 요청에 부합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획득할 것인지에 관한 준칙으로는 부족한 면이 있다.
조서재판에 대한 비판과 공판중심주의 강화에 대한 결론은 다음의 회의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동운 위원장 - (중략) 법무부 의견서에는 외국의 입법례를 많이 인용하고 있는데, 우리와 외국은 그 역사적 배경이나 현재의 상황 등 그 요청이 다름 / 서양은 인권보장이 충분하여 오히려실체적 진실발견을 좀 더 강화하자는 요구를 반영하여야 하는 입장이고, 우리는 조서재판을 공판중심주의적으로 개선하자고 하는 입장임 / 서울지검 고문치사 사건을 보면 우리의 요청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음 / 그러한 정도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그 이후 계속된 피의자들의 투신자살 사태를 보면 고문은 없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검찰 피신에 피의자의 자백을 담으려고 하는 시스템, 이런 시스템에서 교육된 검사들의 태도가 최근의 요청에 영향을 주었다고 봄 / 안정적 증거 사용에 집착하게 되면 결국 무리한 수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 / 수사과정에서의 진술은 안정적 증거가 아니라 잠정적 증거에 그쳐야 할 것임 / 진술자가 법정에서 번복하면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하나, 조사자 증언 또는 증거보전 등의 안정적인 증거확보 방법이 마련되어 있음.
사실 수사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나 참고인의 진술을 조서로 기재하지 않고 녹음만 한 경우 판례가 그러한 녹음 진술의 증거능력이나 증명력을 어떻게 보는지에 관한 문제는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수사단계에 따라서는 조서를 작성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녹음으로 진술을 녹취하는 방식의 전문증거(영상녹화에 포함된 진술녹음도 마찬가지이다)에 관하여 형사소송법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종래 그 증거능력 인정여부, 인정된다면 그 근거 조문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학설의 다툼이 있었고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다툼이 있다. 녹음 진술의 증거능력을 폭넓게 인정하게 되면 수사기관이 조서를 통하여 진술을 획득할 때 요구되는 법령이나 판례상의 엄격한 제약을 회피하게 된다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반면 어찌 보면 녹음이나 영상녹화진술은 원진술자의 진술이 왜곡될 가능성은 조서에 대비하여 거의 없다고 보이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방향으로 법령이나 판례가 정비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