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대검찰청은 2017년 4월 23일 미국에 은닉되어 있던 불법다단계 사기 범죄 수익 10억 원을 환수하여 피해자 691명에게 환부하였다. 해외에 유출된 뇌물이나 불법정치자금을 국고로 환수한 사례는 있었으나 범죄피해재산을 환수하여 피해자에게 환부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법률에 이를 허용하는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범죄피해재산의 피해자 환부 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관해 학술적인 소개가 있었으나, 수사기관이 개인의 사적 영역인 피해회복에 관여하는 것은 우리 법의 기본적인 민・형사 분리 체계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더 이상 진전을 이루지 못하였다. 본고를 통해 미국 법령에 따른 피해재산 환수, 환부 절차를 실무적으로 이행한 경험들을 소개 하고자 한다. 일종의 신약 임상실험 보고서와 같다. 그래서 반대 견해들이 갖고 있는 우려가 사실상 크게 문제되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적 편익이 크며 법적, 정책적 정당성을 갖는 제도라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이 사건과 같이 우리 사회에서 많이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다단계 사건의 경우 범행규모와 피해액은 일반 경제사범의 수준을 뛰어 넘는다. 조희팔 사건의 경우 2006년 6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대구 등 전국에 세운 24개 유사수신 법인을 이용해 모은 돈은 5조 715억 원으로 추산되고 피해자만 7만 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최근에 발생한 IDS 홀딩스 사건의 경우 피해액은 1조 원을 넘고 피해자는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의 저금리와 경기침체는 고수익 유혹에 투자자들을 쉽게 유혹하므로 불법 다단계 사건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대책은 미온적인 것이 현실이다. 최근 책임자들에 대한 낮은 처벌 수준과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피해회복을 비판하면서 피해자들은 기구를 만들기까지 하였다.물론 이와 같은 사회문제가 검찰의 강력한 수사와 높은 수준의 처벌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시스템 뿐만 아니라 다른 행정규제, 보험제도, 민사제도 등 인접한 사회제도들과 밀접하게 얽혀서 사고예방과 손해회복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어느 영역의 역량이 피해자의 손해회복을 위해 나서야 하는지는 사회 전체적인 맥락에서 고찰되고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가 미국 정부에 의해 몰수된 범죄피해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애였다. 통상 외국에 소재한 범죄수익에 대한 반환은 국내 법원의 판결을 집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형사사법공조요청을 통해 이루어지나, 본건에 있어서는 일단 미국에 반환을 요청할 근거가 되는 몰수・추징판결이 없었다. 범죄수익규제법 제8조 제3항 및 제10조 제2항에 따르면 몰수대상재산이 범죄피해재산인 경우에는 몰수, 추징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패재산몰수법 제6조는 범죄피해 재산을 예외적으로 몰수, 추징하여 피해자에게 환부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는 횡령, 배임죄로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본건과 같은 사기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우리가 이를 반환받더라도 국내 피해자들에게 환부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 규정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게 되면 우리나라 피해자에게 귀속되어야 할 범죄피해재산이 미국 국고로 귀속될 수밖에 없게 되는 딜레마에 처해졌다.
둘째, 형벌 이론과의 관련성, 몰수 제도의 법적 성격과의 관련성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가가 범죄피해재산을 몰수하였다가 이를 피해자에게 환부하는 것이 몰수의 기본 성격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몰수의 법적 성격이 무엇인가에 관하여 다양한 견해가 있으나, 몰수는 원상회복적 성질, 형벌적 성격, 보안처분적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 일반적으로 범죄수익에 대한 몰수는 원상회복조치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범죄로 인하여 취득한 불법수익을 박탈함으로써 범죄이전의 상태, 즉, 범인이 불법수익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로 되돌리려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범죄수익환수가 형벌의 성격이 부인되는 것은 아니다. 범죄행위의 대가를 국가에 귀속시키는 것을 몰수와는 다른 박탈(Verfall)로 정의하고 있는 독일에서도 박탈의 범위를 순익주의에서 총액주의를 전환한 이후에는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유사한 원상회복조치의 성격외에 형벌로서의 성격도 추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셋째, 민・형사 분리 사상이 국가가 범죄피해회복에 관여함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사유가 된다고 할 것이다. 형법은 행위자에 대한 처벌에 관여하는 것인 반면, 민법은 대등한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 조정을 위한 절차를 규율하는 상호 분리된 체계이기 때문이다. 즉, 민법상의 손해배상은 정당하지 않는 상태를 법질서에 적합한 상태로 원상회복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반면, 형벌은 원상회복이 아니라 행위자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본질로 한다. 이 논리라면 범죄피해재산의 당사자 간의 민사절차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민법에서 규율하는 불법행 위법은 범죄 예방을 위한 메시지를 공동체 전체에 발신하는 기능을 하게 되는 바, 이러한 측면에서 이미 불법행위법은 공적 규제 수단이 되며 여기에서는 사법과 공법의 경계가 불분명해진다는 진단이 가능하다. 또한 형벌법의 운용에서도 민・형사 분리사상은 많이 완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독일에서 손해배상을 형의 감면 사유로 보거나 집행유예의 부담사항 중 하나로 손해배상을 명시하는 것이 그 근거가 된다.
미국의 몰수면제 제도는 민사몰수 등에 의해 확보된 범죄피해재산을 피해자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몰수를 면제하고 피해자들에게 환부하는 제도이다. 미국에서는 수사기관이 최대한의 재량을 가지고 주도권을 행사함으로써 효율성을 도모하고 있다. 피해자들에 대한 통지, 공고, 심사업무를 업무 대행자를 통해 수행하며 그 결과에 대해 피해자들의 불복을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의 경우, 이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는 있으나 아직 전통적인 민・형사 분리 사상으로 인해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 범죄피해재산의 피해자 환부 제도는 헌법상의 국가의 기본권보장의무 조항이나 범죄 피해자보호법의 기본 취지에 부합하는 제도이다. 민사, 형사, 보험제도 등 불법행위를 제어하는 사회 전체적인 안전망으로 불법행위 피해자를 보호하는 영역에서는 민・형사의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있으므로 민・형사 분리사상은 도입을 반대하는 논리로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피해회복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효율적이다. 수사 초기에는 은닉된 범죄피해재산을 발견하기 용이하며 선처를 바라는 범죄자의 협조를 끌어내기도 쉽다. 피해자들 역시 수사초기에는 단체를 구성하여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쉽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피해회복이라고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국가기관이 개인간의 사적인 분쟁에 개입하는 것이므로 민・형사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는 현행 제도상 적정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본고 말미에서 상술하고자 한다. 다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무조건 국가기관이 개인의 민사 사건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민형사 분리론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는 국가기관이 부담하는 범죄피해자에 대한 보호책무의 정도와 국가기관의 개인 간의 민사분쟁 관여에 따른 비용을 비교형량하여 비례원칙에 따라 국가의 개입 정도를 결정할 문제일 것이다. 범죄피해자보호법 제2조 제1항은 “범죄피해자는 범죄피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기관은 최대한 많은 범위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할 책무를 진다. 그런데 특정 사안에서 국가기관의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적합하고 필요한 경우, 상당한 범위 내에서는 그 정책이 정당성을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과거 우리나라에서 해외에 유출된 뇌물이나 불법정치자금을 국고로 환수한 사례는 있었으나, 범죄피해재산을 환수하여 피해자에게 환부한 것이 처음인 이유는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
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질문에서 요구하는 핵심은 범죄피해재산 환부 사례가 처음 발생하게 된 배경과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
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문맥에서 해외 유출 자산 환수 사례와 범죄피해재산 환부의 차이점을 언급한 부분을 추출한다.
- 해외에 유출된 뇌물이나 불법정치자금을 국고로 환수한 사례는 있었으나 범죄피해재산을 환수하여 피해자에게 환부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
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처음 발생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를 설명하는 문장을 선택한다.
- 그 이유는 우리나라 법률에 이를 허용하는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
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기존의 환수 사례(뇌물, 정치자금)는 국고 귀속이었으나, 피해자 환부는 법적 근거 부재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음을 연결한다.
-
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우리나라 법률에 범죄피해재산을 환수하여 피해자에게 환부하는 것을 허용하는 근거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도출한다.
-
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도출된 결론을 바탕으로 최종 답변을 작성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우리나라 법률에 범죄피해재산을 환수하여 피해자에게 환부하는 것을 허용하는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해외 유출 자산 환수 사례와 달리 범죄피해재산의 피해자 환부가 처음 이루어진 이유는 이를 허용할 법적 근거 규정이 부재했기 때문임을 파악하여 답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