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두 번째로 높은 평균 점수가 나타난 차원은 “이기주의 낙인”이었다. 특히, 해당 차원에는 ‘자살하는 사람은 불효를 저지르는 사람이다’, ‘자살하는 사람은 모진 사람이다’ 등의 유교적인 문화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었다. 이러한 부분은 배터햄과 동료들(Batterham et al., 2013) 및 코리건(Corrigan et al., 2017)이 개발한 자살 낙인 척도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항목들이다. 한국 사람들의 문화적 성향을 분석한 조긍호(2000)에 따르면, 유교사상을 근간으로 집단주의 문화가 지배적인 한국 사회는 개인의 감정과 생각을 억제하는 동기가 강하다. 이러한 자기 억제가 강조되는 이유는 개인이 속한 집단 구성원들 간의 관계를 중시하고, 관계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는 집단주의 문화적 특징 때문이다(조긍호, 2003, 2007). 특히,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개인의 편의를 우선시하는 이기적 행동은 관계의 조화를 깨뜨리는 결점으로 이해된다(조긍호, 2000). 즉, 한국 사람들에게 있어 자살은 가족이나 주변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개인적인 일탈 행동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을 향한 이기주의 낙인은 바로 이러한 문화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여진다.
앞서 언급된 5가지 차원은 대체로 자살 시도자를 향한 부정적인 사회적 낙인들을 보여준다. 반면, 본 연구에서 확인된 독특한 요인은 “연민 낙인”이다. 자살하는 사람을 사회의 부적절한 존재로 비난하는 한편, 이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이 동시에 나타난 것으로 확인된다. 상관분석 결과에서, “연민 낙인”은 “부도덕성 낙인”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지만, 다른 차원들과는 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는 빈곤과 같이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미디어의 보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배준성, 허태균, 2010; 유현재, 송지은, 2012). 특히, 해당 차원은 기존 서구권 국가에서 개발된 낙인 척도들(Batterham et al., 2013; Corrigan et al., 2017)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한국과 동일한 문화권인 중국에서 개발된 연구(Li et al., 2011)에선 발견된 부분이다. 즉,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자살 시도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가 양면적(ambivalent)임을 보여준다.
가장 낮은 평균 점수를 보인 마지막 차원은 “찬미 낙인”이다. 해당 차원은 자살하는 사람이 강직하고, 숭고하며, 헌신적이라는 긍정적인 항목들로 구성되었다. 이는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자살보다는 정치인, 예술가와 같은 특정 인물을 향한 인식으로 여겨진다. 역사적 기록이나 문학작품, 드라마나 뉴스 속에는 부조리한 사회에 저항하거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혹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묘사된다(이창언, 2009; 제해종, 2015; Winslow, 1840). 본 연구에서 발견된 ‘찬미 낙인’은 배터햄과 동료들(Batterham et al., 2013)에 의해 개발된 척도는 물론, 이전 자살 태도 척도(Diekstra & Kerkhof, 1988; Domino et al., 1982)에도 포함되어 있는 차원이다. 이러한 낙인은 오래전부터 지속되었던 자살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이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효과적인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자살을 정신병리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Chan et al., 2014; WHO, 2014), 후속 연구에서는 찬미 낙인이 형성된 원인과 이로 인한 영향력을 다각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상에서 발견된 자살 낙인은 모두 자살의 원인이 잘못된 이해로부터 기인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낙인은 자살이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인식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Chan et al., 2014; Rudd et al., 2013). 다행히, 자살의 원인에 대한 부정확한 지식으로 인해 발생한 낙인은 자살 리터러시(suicide literacy) 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자살 리터러시는 자살과 관련된 일반적인 지식 차원과 구별되는 치료 및 예방에 대한 지식으로, 자살 낙인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Batterham et al., 2013; Chan et al., 2014). 배터햄과 동료들(Batterham et al., 2013)은 자살 낙인이 자살 리터러시와 부적인 상관관계가 있으며, 낙인화된 질병의 이해수준(literacy)이 향상되면, 이를 둘러싼 낙인이 감소하고 적극적인 예방행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음을 확인했다.
한국형 자살 낙인 척도의 개발은 국내환경에 맞는 맞춤형 자살 예방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필요한 선행과제이다. 또한, 서구권에서 개발된 낙인 척도와의 비교를 통해, 문화 간 유사성 및 차이점을 파악하고,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자살 낙인 속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자살 낙인 척도 개발을 위한 탐색적 연구를 시행하고자 한다. 한국 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자살 시도자들에 대한 낙인을 탐색적으로 조사하고, 이를 측정하기 위한 척도를 개발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지금까지 설문조사 등을 통해 나타난 한국인의 자살 인식은 매우 다면적이고 우리 사회 고유의 사회문화적 요인을 배경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실행된 전략들은 선진국 모형에 근거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한국의 사회문화적 규범을 고려한 전략과 정책들은 제한적이다. 한국사회에서 자살 낙인이라는 개념이 어떤 상이한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체계적으로 파악하여, 이를 제거할 수 있는 전략 수립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자살 시도자를 향한 사회적 낙인을 탐색적으로 조사하고, 이에 대한 측정 도구를 개발한 첫 연구로서 학문적, 실천적 함의를 갖는다. 우선, 본 연구는 중요도에 비해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던 자살 낙인에 관심을 갖고,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가 있다. 특히, 배터햄과 동료들(Batterham et al., 2013)이 개발한 척도에 집단주의 문화적 특성을 추가하고, 낙인의 유형을 세분화하여, 자살 낙인의 이해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서구권에서 개발된 척도들(Batterham et al., 2013; Corrigan et al., 2017)과의 차이점은 낙인이 특정 사회의 문화적 가치가 반영된 개념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었다. 이러한 결과는 기존 척도들을 그대로 인용하는 작업이 자칫 잘못된 낙인 파악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자살 예방을 위해선 이를 둘러싼 낙인 해소가 우선되어야하는 만큼(WHO, 2014), 본 연구를 통해 개발된 척도는 한국 사회의 낙인을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한국적 상황에 맞는 맞춤형 낙인 감소 전략을 수립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본 척도는 자살 낙인을 구성하는 속성을 다양한 차원에서 파악했기 때문에, 자살 주체에 따른 낙인의 차이를 살펴보는 후속 연구에 활용될 수 잇을 것이다. 청소년 자살, 노인 자살 등 주체에 따른 자살 낙인 차원을 비교하고, 대상별 맞춤 전략을 계획함에 있어 주의할 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더불어, 연령, 나이, 교육 수준 등 인구통계학적 요인에 따른 자살 낙인의 차이뿐만 아니라, 미디어 이용이나 낙인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행요인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통해 자살 예방을 위한 목표 공중 설정과 전략 수립에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탐색적 연구를 통해 개발된 본 도구는 타당도와 신뢰도에 제한점을 가진다. 리서치 회사에서 보유한 패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인만큼, 앞으로 본 척도의 대표성과 타당도 및 신뢰도를 보완하는 후속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특히, 본 연구에서 파악된 요인들을 바탕으로 확인적 요인분석을 실시하는 작업은 본 척도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실행되어야 하며, 항목간 상관관계를 고려한 통계 분석 (비직각 회전방식, oblique)도 요청된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본 연구에서 확인된 '연민 낙인'이 기존 서구권 국가에서 개발된 낙인 척도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무엇이며, 이러한 양면적 태도가 나타나는 문화적 배경은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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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질문에서 요구하는 '연민 낙인'의 서구권 척도와의 차이점과 그 원인이 되는 문화적 배경을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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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연민 낙인의 정의와 서구권 척도와의 관계, 그리고 문화적 특성에 관한 정보를 추출한다.
- 본 연구에서 확인된 독특한 요인은 “연민 낙인”이다.
- 해당 차원은 기존 서구권 국가에서 개발된 낙인 척도들(Batterham et al., 2013; Corrigan et al., 2017)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자살 시도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가 양면적(ambivalent)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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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서구권 척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과 집단주의 문화가 양면적 태도의 배경이라는 핵심 근거를 선택한다.
- 기존 서구권 국가에서 개발된 낙인 척도들(Batterham et al., 2013; Corrigan et al., 2017)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자살 시도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가 양면적(ambivalent)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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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연민 낙인은 서구권 척도에는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요인이며, 이는 관계를 중시하는 집단주의 문화적 특성 때문에 자살 시도자를 비난하면서도 동시에 안타깝게 여기는 양면적 태도로 나타남을 연결한다.
- 자살하는 사람을 사회의 부적절한 존재로 비난하는 한편, 이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이 동시에 나타난 것으로 확인된다.
-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자살 시도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가 양면적(ambivalent)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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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연민 낙인은 서구권 척도에는 없는 요인이며, 집단주의 문화의 관계 중시 특성으로 인해 비난과 안타까움이 공존하는 양면적 태도가 나타난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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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도출된 결론을 바탕으로 최종 답변을 작성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연민 낙인은 기존 서구권 국가에서 개발된 낙인 척도들(Batterham et al., 2013; Corrigan et al., 2017)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독특한 요인이다. 이러한 양면적(ambivalent) 태도가 나타나는 문화적 배경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집단주의 문화이다. 이 문화권에서는 자살 시도자를 사회의 부적절한 존재로 비난하는 동시에 이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이 동시에 나타난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연민 낙인은 기존 서구권 국가에서 개발된 척도에 나타나지 않는 독특한 요인이며, 관계를 중시하는 집단주의 문화로 인해 자살 시도자에 대한 비난과 안타까움이 양면적으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