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농장과 자재공급기관 간 거래에 대한 양강도농촌경리위원회 자재상사의 사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따라서 최근 함경북도 온성군과 함경남도 단천시의 일부 협동농장 사례와 2000년대 초중반부터 최근까지 평양지역 자재상사와 협동농장 간 거래사례를 통해 농장과 자재공급기관 간 거래 실태를 유추해 보기로 한다. 2011년 함경북도 온성군의 A농장은 군 자재공급소로부터 8톤가량의 비료를 인계받을 때 평균적으로 생돼지 다섯, 여섯 마리분의 ‘야매 돈’ 즉 웃돈을 지급하였다. 농장이 자재공급기관으로부터 공급받기로 계획된 자재를 받을 때 야매돈(웃돈)을 쓰는 것은 현재 일반화한 것으로 보인다. 협동농장이 자재를 국가공급체계로부터 공급받는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모호할 정도이다. 2008년 함경남도 단천시의 B농장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B농장은 계획에 의해 비료공장에서 비료를 공급받을 때 행표 결제를 하면서 쌀, 술, 고기 등 뇌물을 웃돈 개념으로 “뒷구멍으로 들”이고야 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아예 행표 없이 시장가격에 준하는 현금 결제만으로 자재공급기관과 협동농장 간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2008년도 함경남도 단천시 협동농장은 가축방역 항생제와 양어장 치어를 시장가격에 준하는 돈을 지불하고 공급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의 세계적 확산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되었다. 냉전적 대결에서 비롯된 안보이익과 경제이익의 실천적 결합은 미국이 아시아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미국의 아시아정책은 안보와 경제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냉전이 끝나면서 미국의 이해관계는 이 지역에서 냉전기 동안 확보하였던 미국의 안보이익과 경제이익 및 이를 위한 적극적인 지역균형자로서의 역할을 지속하는 것이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미국이 추구하는 일반적인 이익은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동급의 경쟁자(peer competitor) 혹은 지역패권국가의 출현 저지, 유라시아에서 강대국들 간의 안정적 관계 확보, 중동지역의 평화와 지역 내 미국의 영향력 유지, 미국 주도 시장경제 중심의 성장,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전파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은 방대한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아시아와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이다. 하지만 미국이 역외균형자로서 아태 지역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국가라 할 수 있다. 오바마의 동아시아정책의 기조는 기존의 양자동맹체제 강화와 더불어 범지역적 지역안보체제의 추진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미국은 아시아 국가가 아니면서 왜 아시아 지역에 집착하는가? 2014년에 발간된 4년주기 국방태세검토(Quadrennial Defense Review) (이하 QDR)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의 국가이익은 대체로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국가, 국민,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의 안보를 수호한다. 둘째, 기회와 번영이 보장되는 개방적 국제경제 환경 속에서 강하고 혁신적이며 성장을 지속하는 미국경제를 유지한다. 셋째, 미국을 포함하는 전 세계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존중을 증진시킨다. 넷째, 전 지구적 도전에 맞서서 강력한 국제협력을 바탕으로 평화, 안전 및 기회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확보한다. 이러한 미국의 국가이익을 추구함에 있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면서 미국이 이 지역에 갖는 이익도 당연히 커졌다.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의 견해는 참조할 만하다. 맥마스터와 콘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외출장인 중동 순방 직후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이 더 이상 뒤에서 조용히 리드하는 대신 미국 리더십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되찾겠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의하면 미국 우선주의는 결코 미국 홀로 행동하겠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의 핵심 이익을 보호하고 증진시키는 동시에 동맹 및 우방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협력을 증진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세계는 ‘글로벌 공동체(global community)’가 아니라 국가와 비정부 행위자들, 그리고 기업들이 이익을 위해 서로 관여하고 경쟁하는 무대일 뿐이다. 이것이 국제관계의 본질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들은 미국을 든든한 우방으로 갖게 될 것이고, 반대로 미국의 이익을 거스르는 국가들은 강력한 저항에 봉착하게 되리라는 것이다(McMaster and Cohn, 2017).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는 현재의 글로벌 경제와의 연관성 때문에 중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트럼프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포퓰리즘 정치와 관련된 리스크 중 대표적인 요인으로 간주된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해 아직 총체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이르지만 대체로 미국 주류 지식인사회에서는 우려의 시각이 우세하다. 트럼프노믹스의 근간인 재정 부양책과 감세는 미국 재정 적자를 키울 수밖에 없다. 지금도 미국은 엄청난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 세수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재정규모를 늘리기 위해서는 빚을 더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빚을 끌어다 쓰려면 기업에서 채권을 발행하듯 국가는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국채 발행규모가 커질수록 미국 재정 적자는 더욱 커지고, 국가 신용도는 하락하게 된다. 돈이 풀리면 인프레이션 압력은 높아지고 미국 연준은 과도한 인플레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된다. 금리 인상은 돈의 가치가 오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달러화 강세로 이어진다. 달러 강세는 미국 수출기업들에게는 곧 가격경쟁력 하락을 의미한다. 달러 강세가 심화되면 세계시장에서 미국산 제품가격이 올라가게 돼 수출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미국 내 공장 가동률은 떨어지고 이는 일자리 감소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국 우선주의 시대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앞으로의 트럼프 시대에 국제정치질서와 관련해 우려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미국은 신고립주의로 후퇴할 것인가? 트럼프 공약에 비춰 보면 미국의 대외정책 정향은 국제문제에 대한 선별적 개입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되고, 이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일정 부분 발을 빼는 고립주의적 성향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신고립주의로 후퇴한다면 이는 전후 70년간 미국이 건설해 온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의 심각한 퇴조를 예고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각종 국제적 규범과 제도를 통해 무역과 외교를 수행해 왔고,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진정한 ‘체제설계자, 이익향유자(system-maker, privilege-taker)’였다. 미국의 신고립주의로의 후퇴는 미국 스스로 이러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기초를 허무는 것이며, 중러와 같은 현상타파세력 국가들의 부상을 가속화할 것이다.
둘째, 오바마 행정부의 아태 재균형정책은 약화될 것인가? 아시아에서 미국의 후퇴는 아시아 전체를 중국의 영향권에 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의 부상, 미국의 상대적 쇠퇴가 추세인데, 미국이 지금 아시아에서 발을 빼면 그 빈틈을 중국이 재빠르게 메울 것이고, 나중에 미국이 이를 바로 잡으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진영의 재균형정책 비판은 주로 어정쩡한 대중국 압박으로 인해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만 늘리고 미국의 국익을 저해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회귀는 말만 요란하고 효과는 없어서 역내 불안만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상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에서 미국으로의 회귀(Pivot to America)가 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만일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정책을 약화시킨다면 미국의 방위공약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신뢰에 심각한 손상이 불가피하며, 아시아 각국은 자국의 안보를 위해 군비지출 증가, 역내 갈등과 긴장도 불가피하며, 동⋅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긴장 악화도 예상된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제2의 닉슨쇼크’를 맞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