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은 거주지역과 계층에 따라 상당히 다양한 양태를 보인다. 이 글에서는 김정은 집권 이후 시기에 평양시와 접경지역 도시 지역에서 거주했던 탈북자 1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면접 자료를 기초로 하여, 최근 북한 주민들의 여가생활에서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평양시는 북한의 수도로, 정치⋅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도 북한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평양 주민들은 타 지역의 주민들에 비해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문화적 측면이나 여가생활의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양강도 혜산시와 함경북도 회령시 등의 접경도시는 경제난 이후 북중 밀무역을 통한 상거래 및 외부문물 유입의 중심지이며, 중국을 통해 들어오는 변화의 바람이 가장 먼저 일어나는 지역이다. 주민 인식의 변화가 가장 큰 지역이기도 하다. 평양시와 접경도시 주민들의 여가생활의 모습은 북한 주민들의 ‘평균적인’ 여가생활의 모습은 아니겠지만,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의 변화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상류층은 명절날이나 특별한 날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시외로 들놀이를 가거나 도 경계 밖에 있는 계곡, 해수욕장, 온천 등 유원지에 개인차를 빌려서 놀러 가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전통적으로 직장이나 인민반 등에서 명절날 조직의 구성원과 가족들이 참가하는 야유회를 조직하거나 백두산, 평양, 혁명전적지 등지 방문을 조직해서 운영해 왔다. 경제난 시기에는 이와 같은 집단적 여가생활이 불가능해졌고, 2000년대 들어서 공식 조직 단위의 집단적 여가모임이 다소 복구되었지만 이전과 같이 활성화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변화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비공식적인 개인의 경제활동이 활성화되면서 공식 직장이나 인민반과 같은 공적 조직을 대신하여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거나 야유회나 여행 등 여가를 함께 즐기거나 사적인 모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모임의 구성원은 순수한 친분관계인 경우도 있지만 주로는 “장사와 연결되어” 있거나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여가’의 사전적 의미는 “일이 없어 남는 시간”이다. 여가를 즐기려면 생계유지를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시간 이외에 ‘남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경제난 이후,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공식적인 직업이 아닌 시장활동 등의 사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가를 즐길 만한 시간적인 여유를 갖기는 쉽지 않다. 2000년대 들어 북한경제 전반에서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시장활동을 통해 일정한 부를 축적한 집단이 생겨났다. 기존의 정치적 성분을 대신하여 경제적 부에 의한 계층질서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 사회문화적 요인에 의한 계층 분화가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의식주생활은 물론 소비생활과 정보환경에 이르기까지 계층 간 격차가 두드러지게 되었다. 상류계층의 경제력 능력 확대는 소비활동 다양화와 여가생활 확대로 연결되었다. 지역 간 이동에 제약이 있고 교통인프라가 잘 발전되어 있지 못한 북한사회에서 자신의 거주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가서 여가를 즐기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어느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단에게 가장 일상적인 여가 활용의 방식은 가족이나 친지들과 함께 외식을 하거나 각종 문화⋅위락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다.
북한에서 최근 여가생활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연령집단은 청년층이다. 일반적으로 북한의 젊은이들이 여가를 즐기는 주된 공간은 집이다. 북한의 젊은이들은 명절처럼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친구들끼리 집에 모여 앉아 음식과 술을 나누거나 주패(카드)놀이를 하거나 음악을 틀어 놓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면서 시간을 보낸다. 친구 생일날 돌아가면서 생일 모임을 갖고, 믿을 수 있는 친구들이 모이면 금지된 남한 노래를 틀어 놓고 놀기도 한다. 이들이 집에 모여 노는 것은 놀이의 공간, 문화적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은 집밖에 없기 때문이다.집 이외에 북한의 젊은이들이 여가시간을 보내는 또 하나의 주요한 공간은 거리이다. 경제난 이후 사회적 이동성이 증가하는 시기에 태어나고 청소년기를 보낸 북한의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이동성에 익숙하다. 여가를 보내는 방식을 묻는 질문에 대해 최근 탈북한 어느 20대 청년은 “애들끼리 나오면 그냥 다녀요, 그냥. 한국처럼 어디 이렇게 가는 게 아니고 그냥 싸돌아다녀요.”라고 답한다. 배회하기, 무작정 걷기 등은 북한 젊은이들의 놀이문화의 주요한 패턴 중의 하나이다. 특별한 목적의식 없이 시내에 나가 거리를 걷고 물건 구경을 하거나 거리의 매대에서 간식거리를 사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집 아니면 거리로 나뉘어져 있던 젊은이들의 놀이공간이 다양화된 것은 최근 몇 년간에 일어난 일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국가적 시책으로 주민 문화시설 확대를 꾀한 것뿐만 아니라, 2000년대 이후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개인 자본이 투자된 영리 목적의 문화⋅위락 시설, 편의시설이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번성하게 된 것이 그 주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2012년부터 점진적으로 공장⋅기업소에 대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 경영자율권을 부여하고, 공장 자체적인 원료의 조달과 생산물 제조와 판매, 대외무역 권한을 부여했다. 예컨대 식당, 상점, 소규모 공장, 소규모 탄광, 버스 등 생산수단의 사실상의 개인 소유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인정해 주지는 않지만 특정 국가 기관 또는 국영 기업의 산하로 편입시키되 개인 사업체로서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한다. 이렇게 국가 기관⋅기업소의 명의를 대여해 주면서, 즉 ‘사회주의 모자’를 씌워 주면서 부분적인 합법성을 부여하는 대신 국가가 사실상의 세금을 수취하고 있다.
호프집도 평양의 청춘남녀들이 데이트 장소로 선호하는 곳 중의 하나이다. 경제난 이전 시기에는 여성들이 호프집과 같이 공개된 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는 없었다. 일부 주민들은 술을 마시는 여성에 대해 ‘질이 나쁘다’고 부정적으로 인식하였으나,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고 경제적 능력이 커지고, 외국영화 등에 나타나는 여성 음주문화 등의 영향을 받아 여성들이 음주문화를 조금씩 즐기는 경향이 나타났다. 위에서 언급한 평양 출신 20대 여성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호프집은 남성들이 가는 곳으로 인식되었지만, 2010년 즈음에는 여성들이 남성들과 섞여서 같이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고 말한다. 2013년까지 평양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50대 여성도 예전에는 여성들이 맥주집에 다니지 않았지만, 지금은 “발전해서” 맥주집에 남녀가 같이 어울려서 맥주를 즐기고, 직장에서 일과 후에 맥주집에서 회식을 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적어도 평양에서 남녀가 어울려 가는 것이 부끄럽게 여겨지는 장소는 없는 듯하다.
이에 비해 다른 지역의 상황은 아직 그렇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혜산시에 거주하다 2016년에 탈북한 20대 남성은 혜산에서는 남녀가 같이 맥주집에 가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조금 보게 된다고 한다. 그는 지방 사람들은 “아직 완전히 깨지 못해서” 그렇다고 말한다. 젊은 남녀가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면 평양 출신인지 지방 출신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평양과 지방의 데이트 문화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경지역의 도시에서 살다가 취업을 하기 위해 평양에 오게 된 20대 여성이 평양에 거주하는 자기 또래의 친척과 그의 이성친구들과 수영장에서 커플데이트를 했던 경험을 말해 주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는 젊은이들의 문화에도 평양과 지방 간의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최근 북한에서 공식적인 공적 조직을 대신하여 여가를 함께 즐기거나 사적인 모임을 갖게 된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
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최근 북한에서 공적 조직 대신 사적인 모임이나 여가 활동이 생겨나게 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
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공적 조직(직장, 인민반)과 대비되는 최근의 변화 양상을 언급한 문장을 추출한다.
- 최근의 변화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비공식적인 개인의 경제활동이 활성화되면서 공식 직장이나 인민반과 같은 공적 조직을 대신하여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거나 야유회나 여행 등 여가를 함께 즐기거나 사적인 모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
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모임의 발생 원인과 구성원의 특징을 나타내는 근거를 선택한다.
- 비공식적인 개인의 경제활동이 활성화되면서
- 이러한 모임의 구성원은 순수한 친분관계인 경우도 있지만 주로는 “장사와 연결되어” 있거나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
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비공식적 경제활동의 활성화가 공적 조직의 역할을 대체하게 만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형성된 모임은 주로 경제적 이해관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결합한다.
-
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비공식적인 개인 경제활동이 활성화됨에 따라,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사적인 모임과 여가 문화가 형성되었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
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질문에 대해 명확하고 간결한 서술형으로 답을 작성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비공식적인 개인의 경제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순수한 친분관계뿐만 아니라 주로 장사와 연결되어 있거나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사적인 모임과 여가 활동이 생겨나게 되었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비공식적인 개인의 경제활동이 활성화되면서 공식 조직을 대신하여 여가를 함께 즐기는 사적 모임이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