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이러한 동아리 지원사업은 국내적으로 지역 지부가 설치되어있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단체의 역량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사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유스클럽 사업은 현재 지속되지 못한 채 동아리에 캠페인 도구를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축소 운영되고 있다. 그 이유로는 동아리 활동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담당 교사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교사의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역량과 열의 부족으로 인해 단체와 청소년들 간의 효과적인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다음으로는 아프리카 지역의 교육협력사업에 참여하는 교사공동체에서 출발한 교육 NGO 호이(HoE; Hope is Education)에서 운영하는 토요 청소년 프로그램 세계시민교육 희망의 비헤르겐토사업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세계시민과 관련된 여러 가지 가치를 다룸에 있어서 게임, 음악, 예술, 글, 사진, 영상 등의 매체를 적극 활용하여 일방적 전달이 아닌 ‘수평적 배움’을 강조하고, 청소년들이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실현해보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또한 주제별 활동 이후에는 ‘피스라디오’라는 활동을 통해 익명의 청취자와 진행자가 되어 해당 주제에 대해 문제해결 방법을 함께 찾아보는 방식으로 청소년들에게 성찰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고양외고는 유네스코 학교 활동을 통해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유네스코 활동의 시작은 교사들의 고민으로부터 출발하였다. 교사들이 보기에 학생들에게는 고등학교를 입학하자마자 입시가 최우선의 문제가 되고, 더욱이 특목고의 특성상 많은 활동들이 이루어지지만, 학생들은 해당 활동이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는가를 기준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 활동의 원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고민하던 교사들은 ‘입시를 위한 활동’이 아닌 ‘그 자체로 가치로운 활동’을 실현하기 위해 유네스코의 이념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자 뜻을 모았다. 첫 단계는 몇몇 교사들을 중심으로 연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이었다. 교사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다문화, 평화, 인권 등 주제를 중심으로 유네스코 가치교육을 실시하였고, 학생들에게 교과 내용을 습득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하였다. 이후에는 보다 학생이 주도하는 창의적인 활동을 만들어가기 위해 유네스코 자치회를 구성하게 된다. 처음에는 신청자 30여명 가운데 10명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자치회를 구성하였는데, 다음 해부터는 학생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과 참여를 촉진하고자 직선제 방식으로 변경하였다.
다음으로 청소년의 세계시민의식 함양 효과 관련 연구도 활발하게 수행되고 있다. 구정화(2008)는 국제이해교육 프로그램 실시 후 초등학생의 세계이해, 타문화에 대한 관심, 타문화에 대한 편견 감소, 타문화 이해와 인정 등의 항목 등을 측정하였다. 분석 결과 세계이해와 관심 영역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지만 편견 감소와 인정 항목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거나 여학생에게서만 차이가 나타났다. 이는 청소년의 세계시민의식 함양 과정에는 단순히 세계에 대한 이해와 관심에서 다양한 문화에 대한 편견 감소와 인정 등으로 나아가기까지는 복합적인 학습과 경험이 수반됨을 시사한다. 이러한 점은 타 연구(김옥순, 2010; 김옥순・신인순, 2013)의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다수의 연구물에서 청소년 국제교류 활동이 세계시민의식 함양에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송민경(2014)은 국제워크캠프 참가자들에게서 지구시민성의 모든 차원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발견하였고, 김기헌 외(2015)는 우리나라 청소년 10,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국제교류 활동 참여 경험 여부에 따라 청소년들의 글로벌 역량, 세계시민의식, 다문화수용성 등이 유의미하게 달라짐을 보고하였다.
하지만 한중일 3국간의 오래된 역사문제와 최근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 등, 3국간의 긴장관계가 지속되는 점을 감안할 때 청년들이 과연 ‘세계시민’으로서 각 국의 입장에서 벗어나 상호 이해와 공존의 가치를 추상적인 슬로건 수준이상으로 실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실제로 청년포럼에서의 논의는 국가 간 갈등의 여지가 있는 이슈는 제외되는 경향이 있으며, 청년들에게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발언하지 말라는 사전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물론 이는 TEMM 청년포럼이 3국 정부 간 공식 행사로 이루어진다는 점과 짧은 일정으로 인해 청년들 간 교류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라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청년들은 청년포럼 자체의 의미도 중요하게 인식하였지만, 이후 3국 청년들 간의 지속적인 관계와 협력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 것인가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 올해 포럼에서는 작년 참가자들이 포럼 이후에 각 국가별로 이루어진 컨퍼런스 참여와 청년포럼 기 참가자들 간의 교류 활동, 그리고 SNS를 통한 3국 청년들 간의 네트워크 유지 등의 사례를 발표하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TEMM 청년포럼이 실질적인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3국 청년들 간의 토의를 통해 도출된 정책 제안들이 실제 각 국의 환경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3국 정부 차원에서 협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청년들은 해마다 포럼 주제와 관련하여 많은 정책 대안을 제시하였지만, 포럼에서 장관 보고 이후 정부 차원의 대응이 이루어진 적은 없다. 물론 청년들은 정책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제안의 내용이 다소 추상적이거나 현재의 정책과 거리가 있다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3국 포컬포인트 간에는 청년들의 제안이 실제 정부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조사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이루었고, 11월에 개최되는 전문가 심포지엄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TEMM 청년포럼 참가자들은 각 국의 대표단으로 활동하는 것을 통해서 청년 리더로서의 자질을 기르고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이에 더 나아가 행동과 참여가 세계시민의식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청년들의 목소리가 실효성있는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3국 정부 당국 간의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사회에는 미래세대가 이러한 책무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산재해 있다. 지난 몇 년간 미래세대의 시대담론을 대변해 온 ‘답정너’, ‘노답사회’, ‘헬조선’, ‘노오력’, ‘N포세대’등과 같은 신조어들은 이들이 한국의 현실은 물론 미래에 대해 얼마나 냉소적이고 절망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휴머니즘적 생각과 수평적 소통 방식 대신 기성세대의 발전주의 논리와 가치관을 강요받은 미래세대가 직면한 현실은 인간으로서 또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응당 누려야만 하는 기본적인 권리(연애, 취직, 결혼, 가정, 출산 등)마저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신들을 위한 생활 공공성은 이미 무너졌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 미래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은 무한경쟁을 통해 각자도생하는, 즉 고립적이고 자기소모적인 삶이다. 2013년 서울대 학생 인터넷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서 불거진 ‘지균충’, ‘기균충’논란을 계기로 일부 대학가에서 대학의 지명도, 출신 고교, 입학 전형, 소속 캠퍼스 등을 기준으로 학생들이 공공연하게 서로의 서열을 매기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행태는 고립적이고 자기소모적인 삶이 미래세대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교육부의 주도로 세계시민교육 담론이 확산된 것은 2015년부터이지만,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는 지구촌나눔운동(2000)을 시작으로 민간단체에서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영해 왔다. 2016년 기준 KCOC 회원단체 130개 중 22개 단체가 세계시민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 프로그램은 주로 개발교육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국제개발협력의 필요성을 알리고, 관련 글로벌 이슈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의 학습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계시민교육, 지구촌시민교육, 지구시민교육, 나눔교육 등 다양한 용어로 일컬어지고 있다. 또한 앞 절에서 살펴보았듯이 몇몇 역량 있는 단체의 경우 교육청 및 코이카의 교사연수를 위탁하여 운영하는 등, 학교에서의 세계시민교육 강화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민간단체에서의 세계시민교육은 확산 추세에 있으나 학교로 찾아가는 교육의 경우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사일정상의 제약으로 일회성 교육에 그치는 등, 아직까지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성과를 거두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대부분의 교육이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 지역 간 격차가 큰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