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행정학도라면 누구나 동의하는 것처럼, 국정운영은 공익을 지향해야 한다. 공익이 무엇인가에 대해 여러 가지 이해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이를 단순화해서 ‘개인이익의 합’으로 보는 시각과 ‘일반이익’으로 보는 시각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공익이란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선호를 결집한 것에 불과하다는 개인주의적 자유주의 시각이 전자에 해당한다. 공익이란 개인들의 선호를 단순히 합한 것을 넘어 공동체 전체의 일반이익을 찾아 그것을 구현해야 한다고 보는 공동체주의적 시각이 후자에 해당한다. 서로 대립되는 이 두 시각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가’라는 아주 오래된 그리고 끝없는 논의를 여기서 반복할 필요는 없다. 사실 이 문제는 ‘옳고 그름’의 ‘진실 게임’이기보다는, ‘좋고 나쁨’의 ‘선호 문제’인 것으로 이해된다.
공익이 무엇인가가 정의되면 다음은 그런 의미의 공익을 국정운영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라는 제도화의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우선 개인이익의 합으로서의 공익이 구현되도록 하려면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의 이익이 상호조정을 거치면서 상향적으로 결집되어 국가정책으로 도출되도록 하기 위한 제도화가 필요하다. 다양한 사회집단과 정당을 매개로 하여 의회가 이 기능을 담당하는 핵심 국가기구로 진화해 왔다. 예로써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농어촌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삭발을 하고 단식 투쟁을 벌이는 것은 자신들이 대의해야 할 그 지역 유권자 개개인의 이익이 다소나마 정책 결정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한 전위 행위다. 정치인들이 ‘추석 민심’이나 조간신문 논조에 따라 어제와 오늘 전혀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렇다고는 해도, 마치 ‘진흙탕을 헤쳐 나아가는(Muddling Through)’ 것처럼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정당·의회 중심의 다원적이고 보수적인 정책 결정 과정으로부터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진취적인 국정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경쟁적인 두 공익관념들 간의 조화로운 절충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국가기구를 조직화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개인이익의 합으로서의 공익관은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의 이익을 중시하는 장점이 있으나, 공동체 전체의 (특히 장기적인) 이익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일반이익으로서의 공익관은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장점이 있으나, 개인의 (특히 단기적인) 이익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면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하기 위해 양자 간의 절충과 조화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절충과 조화가 실현되도록 뒷받침하는 국정 제도화가 이뤄져야 한다. 실제로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서로 대립되는 이 두 시각의 공익을 절충하기 위한 국가기구의 제도화가 이루어져 왔다. 18세기 말에 개인주의적 자유주의 국가로 시작한 입법 국가 미국이 19세기 말 이래 행정국가로 진화한 것, 공동체주의와 국가주의의 전통 아래 강력한 관료제를 구축했던 독일·프랑스가 20세기 들어 험난한 굴곡을 거치며 대의민주주의를 강화해 온 것이 예다. 그렇게 하여 서로 대립되는 공익관과 그것에 각각 친화적인 국정제도들 간의 장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기 위한 수렴과 융합이 이뤄지는 것이다.
일반이익으로서의 공익기준을 합리적으로 모색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총체적(Synoptic) 접근의 정책 결정을 갈망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이와 같은 관념의 정책 결정은 지역구 유권자들의 단기적 이익과는 한 단계 거리를 둔 행정부가 구조적으로 더 적합하다. 공공서비스를 사회부문의 대상 집단 혹은 개인들에게 직접 제공하는 행정기구들보다는 한 단계 더 뒤에서 예산·조직 등을 배당하는 중앙관리기구들(Central Agencies)이 공동체 전체의 일반이익을 챙기기에 더 유리하다. 앞의 자유무역협정 협상과정의 예에서, 농수산품 같은 제1차 산업이나 자동차·전자제품 같은 제2차 산업 관련 업무를 각각 나누어 담당하는 부처들보다는 기획재정부가 나라 전체, 즉 ‘국익’의 시각에서 정책을 분석하는 기획합리성을 발휘하기에 구조적으로 유리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일반이익을 정의하고 그것을 합리적으로 추진하는 데 필요한 보편적 기준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한다. 사회후생함수를 객관적으로 도출할 수 없는 마당에, 관료제가 조직이나 심지어 개인 이익을 끼워 넣는 일탈까지도 벌어질 수 있다.
한국에서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정당과 의회는 멀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선거 과정에서 ‘적’이었던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여당까지도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공공선택론의 시각에서는 일단 집권한 이상 집권 엘리트들이 ‘최소승자연합(MWC: Minimum Winning Coalition)’에 의해 공직배분 등에서 몫을 키우기 위한 ‘합리적 선택’인 것으로 설명할 것이다. 그러나 공익이론의 시각에서 보면 정당과 국회의 미시적 안목의 정책지향으로부터 한 단계 거리를 두기 위한 궁여지책인 것으로 설명 가능하다. 그들과 섞여 어울리다가는 집권 엘리트들이 생각하는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일반이익을 구현하기 힘들다는 정무적 판단인 것이다. 이 대목은 헌법개정 논의에서 권력구조 개편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한국에서는 집권자 혹은 집권 가능성이 높은 유력 정치인일수록 한사코 내각책임제를 반대하고 대통령제를 지지한다. 대통령으로서 보다 강력한 권력을 누리고 싶은 합리적 선택도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이합집산으로 구성된 내각과 수상이 장기적 시각에서 일반이익을 구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국회와 행정부라는 이분법을 넘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접근하면, 한국에서 국정은 크게 세 축에 의해 운영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와 관료제 그리고 청와대가 그것이다. 앞에서 논의한 국회와 관료제와는 달리 대통령직(Presidency)은 이중적인 특성을 지닌다. 행정부의 수반이면서 동시에 선출직 공직자이기 때문이다. 선출직 공직자로서 대통령은 그가 속한 정당의 각종 선거 승리를 책임져야 하는 정치인이다. 그러기에 그는 유권자들의 미시적 선호에 순발력 있게 대응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매일 매일의 여론과 국민 지지도에 신경 쓰고, ‘선거경제주기’를 꾀하기도 한다. 그렇기는 해도 대통령은 국회의원들과는 국가정책을 보는 시각에서 차이가 있다. 공공선택이론가들의 주장처럼, 같은 선출직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은 의원들에 비해 좀 더 국가 전체의 장기적 시각에서 국정에 임하게 되는 것이다. 예산과정이 좋은 예다. 예산안 편성과 심의 과정에서 (사회부문에 고객들이 존재하는) 각 부처들과 국회 상임위원회들은 관련 정책의 대상자들(즉 고객들)의 선호를 반영하기 위해 가급적 예산을 증액시키려는 ‘소비자’ 성향을 지닌다. 중앙예산기관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는 국고를 지키고 세금을 덜 걷기 위해 가급적 예산을 삭감하려는 ‘절약가’ 성향을 보인다.
대신 대통령은 주로 관료제와 손을 맞잡고 국정을 이끌어 왔다. 권위주의 시대에 한국 대통령은 국가 기구의 일부, 즉 군부로부터 출현했다. 당연히 이 시기에 대통령의 정책 정향은 관료제의 시각에 보다 더 가까웠다. 양자 간에 소위 ‘긴밀한 연계(Nexus)’가 이뤄진 배경이다. 군 출신은 아녔지만, 이승만 대통령도 관료제에 크게 의존했다. 해외파라 정당기반이 취약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긴밀한 ‘청-관 관계’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민주주의 이행 이후부터다. 민주주의가 공고화됨에 따라 점점 더 국민들의 선호 결집을 바탕으로 선출된 문민 대통령들이 더 이상 관료제를 ‘동업자’로 보지 않게 된 것이다. 집권 엘리트들이 보기에 관료제는 구태의연하고 현상 유지적인 ‘영혼 없는’ 인사들의 집단이다. 레이건 같은 우파든 미테랑 같은 좌파든 집권 엘리트들은 그들이 공약한 정책의 추진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주로 관료제의 무능과 반동에서 찾고는 했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개인이익의 합으로서의 공익관과 일반이익으로서의 공익관이 각각 가지는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여 설명하시오.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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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두 가지 공익관(개인이익의 합, 일반이익)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 분석하는 과업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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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문맥에서 각 공익관에 대한 정의와 장단점 기술 부분을 추출한다.
- 개인이익의 합으로서의 공익관은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의 이익을 중시하는 장점이 있으나, 공동체 전체의 (특히 장기적인) 이익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 일반이익으로서의 공익관은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장점이 있으나, 개인의 (특히 단기적인) 이익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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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비교의 핵심이 되는 장점과 단점 문구를 선별한다.
- 개인이익의 합으로서의 공익관은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의 이익을 중시하는 장점이 있으나, 공동체 전체의 (특히 장기적인) 이익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 일반이익으로서의 공익관은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장점이 있으나, 개인의 (특히 단기적인) 이익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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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두 관점을 대조하여 개인이익 중심은 개인 중시/장기 이익 소홀, 일반이익 중심은 전체 중시/단기 이익 소홀로 구조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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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추출된 정보를 바탕으로 두 관점의 차이점을 명확히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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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질문에 대한 최종 답변을 작성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개인이익의 합으로서의 공익관은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의 이익을 중시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동체 전체의 장기적인 이익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일반이익으로서의 공익관은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중시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개인의 단기적인 이익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문맥에 명시된 두 공익관의 정의와 장단점 기술을 대조하여, 각 관점이 지향하는 가치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한계를 비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