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오히려 수사권 논쟁을 통하여 나타난 위의 제언들과는 전혀 다른 견해들이 유력하게 제시되었다. 이는 왜곡된 법현실을 법규범의 정신에 합치하도록 수정해야 한다는 것을 그 요지로 한다. 즉 경찰의 수사 실무에 보다 세심한 검찰의 통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검찰의 범죄인지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에도 경찰의 보고의무를 강화하여 검찰이 범죄수사 상황을 인지하고 그에 대해 실질적인 통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괴젤(Gössel) 교수는 (검찰에 의해 통제된) 경찰의 자율적 수사권 확대에 어느 정도 찬성하면서도 수사정보 외에 수사하지 않은 것에 대한 정보까지 보고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보고의무 강화를 검찰의 수사절차 통제를 통한 법치국가 실현의 필수 요소로 보고 있다. 릴리에(Lilie) 교수 역시 모든 신고 사건과 모든 수사착수가 보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동일한 맥락에서 검찰의 정보접근성 강화도 수반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2001년 독일, 오스트리아 및 스위스의 20명의 형법학자32)는 공동연구를 통하여 「수사절차 개혁에 관한 대안적 초안(Alternative-Entwurf Reform des Ermittlungsverfahrens, AE-EV)」을 발간하였다. 동 초안에는 검사의 수사권, 경찰의 수사권, 검사와 경찰의 관계, 검사의 기소유예 권한, 피해자 보고, 증거수집절차, 구속에서의 필요적 변호 등의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었으며, 이에 대한 개정 초안과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와 관련하여 동 초안은 경찰의 수사권의 한계를 명확히 하는 한편, 그에 대한 보다 실효성 있는 통제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명확히 정립하고 견고하게 구성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공동위원회의 입법권고안에서는 검찰과 경찰의 조직상의 독립과 효율적인 범죄투쟁을 위한 상호 신뢰ㆍ협력 및 긴밀한 정보공유체계의 중요성을 선언적으로 규정하고 있다(제1항).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일반적ㆍ구체적 수사지휘권을 인정하고(제8항 1문), 이에 대한 경찰의 이행의무를 규정하고 있다(제8항 2문). 또한 검찰을 수사절차의 책임기관으로 명시(제2항)하는 등 ‘수사절차의 주재자’로서 검찰의 지위를 종전과 동일하게 인정하고 있다.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은 더욱 강화되어 긴급한 경우 외에도 범죄를 수사할 권한과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제3항 1문), 수사 활동의 종류ㆍ범위ㆍ실행방법과 관련한 결정권한의 범위를 검찰의 수사지휘가 없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제 3항 2문). 나아가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ⅰ) 법률적ㆍ사실적으로 해결이 어렵거나 중요한 사건인 경우, ⅱ) 검찰의 요청이 있는 경우 검찰에 대한 즉각적인 보고의무를 명시하고 있다(제4항).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종전과 동일하게 유지되며, 수사절차를 경찰에 위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예비초안 제161조 제1항 1문). 수사를 위임함에 있어 검찰은 경찰수사의 종류와 방법을 지시할 수 있다(동초안 제161조 제1항 2문). 위임의 방법과 관련하여 원칙적으로 경찰관청에 대한 요청(Ersuchen)의 형식을 정하고 있으며, 지체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특정 경찰관에게 직접 지시할 수 있다(동초안 제161조 제2항 2문). 어느 경우에나 경찰은 검찰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동초안 제161조 제2항 제4문). 예비초안은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을 보다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을 인지하는 경우 스스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으며(동초안 제163조 1문), 검찰의 수사지휘가 없는 경우 수사의 종류와 방법 및 범위를 스스로 결정한다(동초안 제163조 2문). 다만 중요한 사건인 경우에는 검찰에 대한 즉각적인 보고의무가 인정된다(동초안 제163조 2문).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초동수사시에 경찰의 보고의무에 어느 정도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종전 형사소송법에서 경찰이 범죄를 인식하고 수사를 개시한 경우 검찰에 대한 즉각적인 보고의무를 규정한 반면, 입법권고안(1975)와 예비초안(1978)에서는 일반적 보고의무를 삭제하고 해당 사건이 난해하거나 중대한 경우와 검찰의 요구가 있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보고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경찰이 수사를 개시하고 위의 예외적인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검찰보고 없이 수사를 자율적으로 종료시까지 진행하고, 종료한 후 검찰에 송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많은 사건에서 검찰이 종료 후 검찰 송치에서 사건을 인지한다는 현실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1975년과 1978년의 제언은 이러한 규범에 합치하지 않는 수사 실무에 법적 근거를 부여하고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론적으로 경찰은 초동수사를 개시하고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합법적 근거를 가지고 종료시 까지 수사 활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독일의 수사권 논쟁은 법현실과 법규범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수사실무에서 합규범성을 확보하는 한편, 당시 행해지던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에 대한 보다 세밀한 통제 체계를 확립하는 것을 목표하였다. 그러나 제언된 문언에서 알 수 있듯이 입법권고안(1975)이나 예비초안(1978)에서 경찰의 수사권 확대에 관한 과격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음에도, 해당 제언은 실질적인 입법과정으로 귀결되지 못하였다. 경찰권의 확대는 독일의 오랜 법치국가적 전통에 따르면 오해를 불러오기 충분하였기 때문이다. 독일의 법치국가적 전통에 의하면, 경찰의 수사권 확대는 곧 이에 대한 통제권의 강화를 전제하는 것이어야 한다. 즉 자율성의 확대는 곧 요식성의 엄격함을 통하여 통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토대에서 단지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또는 변화된 현실에 법규범을 합치하도록 수정하는 기술적 의미에서의 형사소송법 개정은 배척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크레이(Krey) 교수가 1991년 11월 4일 트리어 대학에서 개최된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 행한 언명에서 잘 드러난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독일에서의 수사권 논쟁은 법현실과 법규범의 괴리에서 시작되었다. 통제 없이 실행되던 경찰수사 실무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기 위하여 경찰의 자율적인 수사권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고자 하였다. 이는 어느 정도 경찰수사권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율적 수사권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여 그 범위 내에서 자율성을 인정해 준다는 것은 반대로 그 이외의 범위에서는 검찰의 실효적 통제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현실과 괴리하는 법률의 개정을 위하여 성안된 일련의 제언들에서는 검찰의 통제가 약화된 또는 통제가 없는 경찰의 수사권을 상정하고 있지는 않았다. 이러한 측면에서 검찰의 실효적 통제방안에 대한 주장이 제기되었고, 이는 검찰의 통제력 강화 방안으로 귀결되었다. 이러한 논의의 흐름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사권 재조정 논의와는 그 방향을 달리 하는 것이다. 요컨대, 독일의 수사권 논쟁의 핵심은 권한분배가 아니라 국가권력의 통제에 놓여 있었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독일의 수사권 논쟁에서 입법권고안(1975)과 예비초안(1978)이 경찰의 보고의무를 규정한 방식은 종전 형사소송법과 비교하여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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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종전 형사소송법과 입법권고안 및 예비초안 사이의 경찰 보고의무 규정 차이를 비교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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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종전 형사소송법의 보고의무 규정과 입법권고안/예비초안의 보고의무 규정을 각각 추출한다.
- 종전 형사소송법에서 경찰이 범죄를 인식하고 수사를 개시한 경우 검찰에 대한 즉각적인 보고의무를 규정한 반면
- 입법권고안(1975)와 예비초안(1978)에서는 일반적 보고의무를 삭제하고 해당 사건이 난해하거나 중대한 경우와 검찰의 요구가 있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보고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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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두 규정의 핵심적인 차이점인 '보고의 범위'와 '보고의 조건'을 비교 근거로 선택한다.
- 즉각적인 보고의무를 규정한 반면
- 일반적 보고의무를 삭제하고 해당 사건이 난해하거나 중대한 경우와 검찰의 요구가 있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보고의무를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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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종전 법은 수사 개시 시 즉각 보고해야 하는 일반적 의무를 부여했으나, 새로운 제언들은 일반적 의무를 삭제하고 특정 조건(난해함, 중대함, 검찰 요구) 하에서만 보고하도록 제한했음을 통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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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종전에는 수사 개시 시 즉각 보고해야 했으나, 입법권고안과 예비초안에서는 일반적 보고의무를 삭제하고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보고하도록 변경되었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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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도출된 결론을 바탕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작성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종전 형사소송법에서는 경찰이 범죄를 인식하고 수사를 개시할 경우 검찰에 즉각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규정하였다. 반면, 입법권고안(1975)과 예비초안(1978)에서는 일반적인 보고의무를 삭제하였으며, 사건이 난해하거나 중대한 경우 또는 검찰의 요구가 있는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보고의무를 인정하도록 규정하였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종전 형사소송법의 즉각적 보고 의무와 달리, 입법권고안 및 예비초안은 일반적 보고의무를 삭제하고 특정 예외 상황에서만 보고하도록 규정하여 경찰의 자율적 수사 수행을 가능하게 했다는 차이점을 비교하여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