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이러한 현실 하에서 기업범죄에 대해 새로운 형사제재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우선 기업과 시장의 자율적 규제에 대한 환상 때문이다. 중세 봉건제의 올무에서 벗어난 자유시장경제는 모든 경제주체들의 자유와 평등을 기치로 하였다. 그리하여 생산성 향상과 사회발전의 원동력을 위한 사유재산제가 제도화되었고, 개인이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하고 그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경제활동의 자유가 또 하나의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나아가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이익 추구를 시장경제의 또 다른 제도적 원칙으로 받아들였다. 우리 헌법도 제119조 제1항에서도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하는 시장경제질서를 천명하고 있다. 여기서 중세적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와 평등을 보장받도록 하는 인간주의가 근대정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자유로운 시장경제질서가 일견 근대의 인간주의와 가장 부합하는 경제체제로 보일 수도 있다.
기업의 경우도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어서, 기업의 자유와 자율은 기업의 책임을 전제로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윤추구의 이면에 있는 준법적 기업활동은 후순위로 밀려났으며 자율적 컴플라이언스의 추구는 허구로 드러났다. 준법경영・ 윤리경영의 풍토가 마련되지 않은 미성숙사회에서는 자율적 감시와 견제를 배제한 기업의 자유 추구가 역설적으로 기업 자체에 대한 간섭과 개입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모든 경제 시스템은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이며 새로운 시장상황에 적응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시장의 자율과 국가의 역할의 조화를 뜻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시장은 배척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의존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양극화, 경제주체간의 갈등 확대는 완전한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환상을 접어야 함을 보여주었으며, 경쟁시장에서 사익과 효율성 추구의 최정점에 있는 기업이 국가를 대변하며 기업의 가치가 사회를 지배하는 사회의 위험성이 노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공동체적 존속에 미치는 해악의 심각성에 비춰볼 때, 기업도 자유와 자율이라는 경제적 방임의 구가에서 벗어나 형법을 비롯한 보다 강력한 규범체계의 질서에 적극 편입되고 실효적 제재의 대상이 되어야 함을 보여준 것이다.
경제범죄, 화이트칼라범죄, 조직범죄 등 기업을 둘러싼 범죄현상을 이해하고 규제하려는 시도들은 1983년 서덜랜드가 화이트칼라범죄를 정의한 이후, 각국에 기업범죄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에 기업범죄의 현상 파악과 그에 대한 효과적인 형법대책의 필요성을 제기한 연구들이 속속 등장하였다. 기업범죄는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으나, 기업범죄는 기업활동 과정에서 기업 스스로 또는 기업의 구성원이 기업조직을 배후로 기업을 수단 내지 도구로 하여 발생시키는 위법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기업활동상 행하여지는 범죄 내지 기업의 기업적 생활관계에서 발생하는 범죄로 정의할 경우 거의 모든 기업범죄 유형을 포괄할 수 있으나 이는 개념정의가 아니라 동어반복에 불과하며, 기업이윤의 직접적 증가를 개념요소로 할 경우에는 기업범죄가 반드시 이윤의 증가를 목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님을 간과하였기 때문이다.
인류가 기업이라는 제도를 고안한 이후, 기업은 문명의 발전과 명암을 같이해 왔다. 오늘날 주요한 문명의 이기를 안겨다 준 과학기술은 효율적인 조직을 활용한 기업의 성과에 힘입은 바 크며, 인류역사에 기록될 만한 대재난의 경우 기업의 안전관리 부실과 과욕에 기인한 경우가 다수였다. 기업을 통한 범죄, 기업에 의한 범죄는 지능적이고 전문적으로 행해져 외부에 드러나기 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피해액이 1,700만 달러로 당시 강・절도 피해 합계금액의 4배에 이르렀던 미국의 에너지회사 엔론(Enron)의 분식회계 사건에서 보듯이, 기업범죄의 피해는 국민들의 인식 정도와 달리 그 사회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산업은 물론 경제체계 전반에 문제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기업이 발달하고 기업의 가치가 사회를 지배하는 주요한 기준이 되는 현대 기업사회화 현상에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에서 보듯이 기업범죄는 밀행성과 더불어 피해의 광범위성과 피해자 불명성 및 피해인식의 부족이라는 속성을 여지없이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기업, 즉 법인의 범죄능력이라는 기본적 문제점을 차치하더라도 기업범죄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형법은 범죄와 그에 대한 법률효과로 형벌과 보안처분을 규정하고 있다. 형벌이 발동되기 위해서는 그 요건으로서 범죄현상에 대한 진단과 단호한 대처의 필요성이 확정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형법에서는 행위자를 인간으로 전제하였으므로 형벌 내지 보안처분이라는 형사제재의 발동을 위한 범죄의 확정이 비교적 용이했다. 그러나 형법이 기업이라는 새로운 법적 개념을 맞닥뜨리고, 기업을 통한, 기업에 의한 범죄가 생겨나고 자유시장경제의 문제점과 결합됨으로써 이러한 전통적 범죄개념에 기반한 형사제재의 관념에 변화가 요구되었다. 인간만이 형법상 유의미한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전통적인 도그마는 기업 앞에서 한계에 봉착하였다. 기업의 구성원도 조직체의 일원에 불과하며 양벌규정에 의한 벌금형만이 유일한 제재인 상황에서 기업범죄에 대해 전통적인 도그마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한 직접적 형벌을 통해 기업에게 실질적인 책임을 묻지 않고 기업의 정책과 목적에 따라 단순히 행위하는 기업의 구성원인 개개인만을 형벌로 처벌해서는 어떠한 형사정책적 효과도 거둘 수 없다는 주장은 기업범죄에 있어 책임 귀속의 대상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런데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태에서 제품 판매 18년 만에 기소가 이루어졌지만 자신의 재직 기간 중 사망사고 발생에 대해서 도 보고누락을 이유로 본사의 임원은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였으며,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태에서 미국 소비자에 대한 거액배상을 실시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표가 독일로 몰래 출국한 것은 기업범죄에 대한 우리의 형법적 대처가 정밀・정교 하지 못하였으며 그 결과 실패로 귀결되었음을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다. 형벌의 오랜 목적인 응보는 범죄자에게 고통을 주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기업의 하위 구성원에 불과한 개인에 대한 응보는 절대적 정의의 요청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효율적 재범예방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응보에 바탕을 둘 때, ‘범죄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범죄자 스스로 진다’는 명제의 전제는 정당한 ‘자기의’ 죄값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한 형사처벌이 기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기업의 경영활동에 장애가 된다 는 입장에서는 형법의 최후수단성의 확실한 등판을 주장할 수 있다. 더욱이 “단체는 죄를 범하지 못한다”는 법언을 역설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은 철저한 손익계산을 바탕으로 한 이윤의 추구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기업에 대한 제재, 민사적 제제와 행정적 제재는 물론 형사처벌의 리스크 역시 비용으로 계산하여 제품이나 용역의 원가에 포함시킬 수 있다. 더욱이 기업 내 법률 전문인력을 활용한 사전검토를 통해 합법적 행위의 한계를 실증해 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기업범죄에 대한 기존의 형사제재수단들이 제대로 된 범죄억지력을 가지는 것인지, 증가일로에 있는 기업범죄에 대한 효율적 형사정책을 세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기업범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그 속성 측면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사례를 통해 나타난 기업범죄의 특징 네 가지는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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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우리나라의 최근 사례를 바탕으로 기업범죄가 가지는 구체적인 속성 네 가지를 추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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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문맥에서 우리나라의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을 언급하며 기업범죄의 속성을 설명하는 부분을 찾는다.
-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에서 보듯이 기업범죄는 밀행성과 더불어 피해의 광범위성과 피해자 불명성 및 피해인식의 부족이라는 속성을 여지없이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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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기업범죄의 속성을 직접적으로 명시한 문구를 선택한다.
- 밀행성
- 피해의 광범위성
- 피해자 불명성
- 피해인식의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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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추출된 네 가지 속성을 정리하여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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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기업범죄의 속성은 밀행성, 피해의 광범위성, 피해자 불명성, 피해인식의 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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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질문에서 요구한 네 가지 특징을 나열하여 최종 답안을 작성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기업범죄의 속성은 밀행성, 피해의 광범위성, 피해자 불명성, 피해인식의 부족이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에서 보듯이 최근 우리나라의 기업범죄는 밀행성과 더불어 피해의 광범위성과 피해자 불명성 및 피해인식의 부족이라는 속성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