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필자는 이처럼 중요한 범죄현상이지만 형법의 효과적 대처가 부족했던 기업범죄에 대한 대응방안으로써 직업금지가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우리의 경우 특별형법에 취업제한제도가 규정되어 있었지만, 오래 전에 명문화된 유럽의 각국의 상황과 달리 최근에야 비로소 직업금지제도에 대한 일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201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독일의 직업금지 규정에 대한 운용과 법적 성격의 검토, 임시직업금지의 도입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을 뿐이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문제 인식에 기반하여 기업범죄의 논의에서 기업의 범죄능력 논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이보다는 기업범죄에 대한 효율적 대처수단, 특히 기업구성원에 초점을 맞추어 형사제재로서 직업금지제도의 법적 성격과 판단 기준을 검토해 본다. 그리고 현행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취업제한 제도에 대한 시사점을 모색해 봄으로써 우리나라 기업과 입법 현실 하에서 취업제한 제도의 바람직한 운영 및 개선 방향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동법에 규정된 취업제한제도는 1983년 제정시부터 존재하였으며, 본질적인 내용에 변화는 없었다. 이후 2009년 5월 8일 일부개정(법률 제9646호)에서 부처중심의 책임 있는 행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정부위원회 정비계획에 따라 특정경제범죄행 위자와 관련된 취업 승인 및 관허업의 허가 등의 승인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의결하는 경제사범관리위원회를 폐지하면서 법무부장관이 그 사항을 승인하도록 변경 되었다. 이 같은 취업제한제도의 도입취지는 경제범죄가 날로 대형화・조직화・지능화되고 경제・사회에 미치는 충격과 피해가 막심하여 그 근절대책이 절실한 실정임에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범죄에 대하여 엄벌함과 아울러 범법자들의 경제활동을 제한함으로써 경제질서의 확립을 도모하고 나아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며, 직접적으로 거액 경제범죄자 및 거액의 금품 등을 수수한 금융기관 임・직원 등은 일정 기간 동안 금융기관 등에 취업하거나 관허업의 허가 등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자 함이었다. 거액 경제사범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하여 경제활동을 제한함으로써 범죄 시도에 대한 노출의 기회를 최소화하고 반성의 시간을 제공할 것을 기대한 것으로 판단된다.
여성, 아동 등 형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비교적 큰 특정 대상에 대한 범죄가 심화되면서 행위자의 위험성을 차단하고 이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고자 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 결과 새로운 형사제재 수단으로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행위자들의 취업제한이 일부 법률들에 도입되었다. 바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의 취업제한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의 취업제한이다. 이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으로 약함)은 건전한 국민경제윤리에 반하는 특정경제범죄에 대한 가중처벌과 그 범죄행위자에 대한 취업제한 등을 규정함으로써 경제질서를 확립하고 나아가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동법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범(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 재산국외도피의 죄, 수재 등의 죄, 사금융 알선 등의 죄) 중 특정한 자에 대해서는 금융회사, 국가출자기관 및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의 취업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H차그룹, S그룹, SO그룹 등의 (부)회장 등은 여전히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기업의 주요 결정에 참여하며 기업의 경영권을 유지하거나 승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들이 등기이사에서 비등기이사로 변경되거나, 여전히 동일한 직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취업제한 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주요한 이유는 등기이사에서 비등기이사로 변경될 경우 급여미지급 형태이므로 ‘취업’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이미 회장 내지 대표이사직을 가진 상태로 취업이 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유죄확정판결 이후 취업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취업제한 조치가 전무했다는 현실은 결국 특정경제범죄법이 애초 목표하였던 경제범죄에 대한 효율적 대처라는 본질은 간과되고 동법에 규정된 취업제한 제도가 사문화됨으로써 기업범죄에 대한 효율적 대처방안을 사장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범죄는 최종적이고 궁극적인 의사결정자에 대한 책임의 추궁과 그 이익귀속의 주체인 기업에 대한 책임을 물을 때에만 적절한 범죄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 기업이라는 구조체의 부속품에 불과한 기업의 하위 구성원이 아니라, “진정한 죄인”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 자체 또는 의사결정자가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직업과 결부된 경제범죄에 대한 효과적 형사정책의 수단으로 직업금지만큼 제재의 효과가 범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은 드물기 때문에 기업범죄의 영역에서 형사제재적 잠재력을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독일의 직업금지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정경제범죄법도 특별형법으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수지분을 가지고 총수가 선단식 기업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업현실에서 기업범죄에 대한 효율적 재범방지 수단을 규정하고 있다. 즉 취업제한을 통해 총수 일가의 재범을 방지할 수 있는 효율적인 억지수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취업제한 제도는 사문화되었다. 여기에는 취업제한 규정의 모호한 법적 성격으로 인해 기인하는 바도 컸다.
개별 법률에 규정된 취업제한제도의 법적 성격에 대해 보안처분으로 이해하는 견해와 형벌로 이해하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이러한 견해대립의 실익은 소급효제한금지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가에 있다고 한다. 보안처분설은 형법 제41조에 규정된 형벌이 아닌 경우에는 보안처분에 해당하고 청소년성보호법의 목적을 고려하면 취업제한은 형벌과 별개의 제재수단으로 자유제한적 보안처분이라고 한다. 반면 형벌설은 보안처분의 기본원칙, 즉 범죄자의 재범위험성 판단을 기초로 비례성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하는 요청에 비추어 볼 때, 취업제한은 취업제한 부과시 행위자에 대한 별도의 재범위험성 판단 요건이 없고 대상 범죄로 인한 처벌을 전제로 일률적으로 5년 내지 10년의 취업제한이 가해지므로 형벌이라고 한다. 형법상 형벌의 종류를 형식적으로 판단하여서는 안 되며 보안처분의 경우에는 형벌과 별도로 보안처분의 부과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데 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제도는 법원이 유죄로서 징역형이 이 선고되면 자동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므로 보안처분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 구체적 성격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부수형 또는 제3의 부수처분’이라는 견해와 형벌로서 자격정지라는 견해로 다시 나눠진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청소년성보호법이 정하고 있는 취업제한제도로 인해 성범죄자에게 일정한 직종에 종사하지 못하는 제재가 부과되기는 하지만, 이는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형벌이 아니므로, 헌법 제13조 제1항 전단의 형벌불소급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청소년성보호법상 취업제한 제도가 보안처분에 해당되므로 범죄의 경중이나 재범위험성을 대한 개별적, 구체적 심사 없이 일률적으 로 성폭력범죄자에게 10년의 취업제한을 부과하도록 하는 것은 위헌임을 밝혔다. 생각건대 취업제한 제도는 보안처분의 일종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형법 제41조에서 형벌의 종류를 구분하여 엄격히 규정해 놓은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의 표현이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는 어떠한 형법상 원칙에도 그 우위를 양보할 수 없는 형법의 등뼈(脊椎)와 같은 원칙이다. 따라서 9종의 형벌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형벌의 일종으로 파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취업제한 제도가 기업의 주요 결정권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적용되지 못하고 사문화된 주요 이유를 본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설명하시오.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
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 제도가 기업 경영권자들에게 실질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문화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
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기업의 주요 결정권자들이 직위를 유지하거나 경영권을 행사함에도 취업제한 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구체적 사례와 논리를 추출한다.
- 등기이사에서 비등기이사로 변경될 경우 급여미지급 형태이므로 ‘취업’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이미 회장 내지 대표이사직을 가진 상태로 취업이 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유죄확정판결 이후 취업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
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취업의 정의에 대한 해석 문제와 유죄판결 이후의 취업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 문제를 핵심 근거로 선택한다.
- ‘취업’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이미 회장 내지 대표이사직을 가진 상태로 취업이 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유죄확정판결 이후 취업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
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비등기이사 전환 시 급여 미지급을 취업으로 보지 않는 논리와, 기존 직위 유지를 유죄판결 후의 신규 취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논리가 결합되어 제도의 실효성을 저해함을 도출한다.
-
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취업의 개념을 좁게 해석하거나 기존 직위 유지를 사후 취업으로 간주하지 않는 논리적 허점이 제도의 사문화로 이어졌음을 정리한다.
-
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추출된 근거를 바탕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구성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기업의 주요 결정권자들이 등기이사에서 비등기이사로 변경될 경우 급여 미지급 형태를 취함으로써 이를 '취업'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 판단하거나, 이미 회장 또는 대표이사직을 보유한 상태를 유죄 확정판결 이후에 새롭게 취업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 때문이다. 이러한 해석으로 인해 취업제한 조치가 실질적으로 내려지지 못하면서 제도가 사문화되었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기업 경영권자들이 직위를 변경하거나 유지하는 방식을 통해 취업의 정의를 회피함으로써 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 제도가 실효성을 잃게 된 인과관계를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