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장애여성은 몸의 차이로 인해 ‘비정상적’인 존재로 보여지는 위치에 놓여지곤 한다. 일상적으로 외출을 할 때면 사람들은 여전히 드러내놓고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거리를 나설 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고, 연말 불우이웃돕기 모금 방송은 장애를 가진 몸을 측은하게 바라본다. 그러나 몸에 대한 통제가 장애여성만이 경험하는 억압은 아니다. 자본의 이해에 따라 노동자의 신체는 그에 적합한 외향뿐 아니라 감정적 적격성도 갖춰야 한다. 건강하지 않은 몸, 질병이 있거나 손상된 몸, 나이든 몸, 여성/남성답지 못한 몸, 트렌스젠더의 몸, 뚱뚱한 몸... 모두 비정상적인 몸이다. 정상성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장애여성의 이야기는 타인에 의해서 규정되고 쓰여 졌다. 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는 공연을 만들 때 늘 이점에 주목한다. ‘보여주는’ 주체가 되기 어렵고 ‘보여지는’ 존재들이 겪는 삶의 경험을 ‘보여주고’ 거부하는 것이 중요한 공연 제작의 목표다. 늘 대리되거나 온전한 소통의 자유와 선택을 보장받기 어려운 언어장애가 있는 배우는 언어 전달력을 가져야 하는 연극 공연에서 더욱 도전 받는다. 때론 의성어, 의태어, 단음절로만 감정과 이야기를 엮는 것을 시도했다.
결핍과 무능, 돌봄이 필요한 의존적 존재라고 장애인을 생각하는 나라에서 평등한 동료 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협소하고 강제된 선택에 몸을 맞추어 살아갔던 장애여성 배우들에게 차별의 경험은 익숙하다. 반면에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 주장하거나 토론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극단에서 연출을 담당하는 C는 이것은 공연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이런 특징들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설명하고 있다. 때론 이 특징들이 한계가 되기도 하고 앞서 강조한 것처럼 역설적으로 전혀 다른 방식의 배우로서 관계 맺기와 창작할 수 있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썩은 복지’ 인가라는 자조 섞인 말은 장애인을 주체적인 시민으로 상상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다. 공연을 만들어 내는 과정의 갈등이 ‘왜 우리는 이것밖에 못하나’가 아니라 ‘우리는 왜 이제야 실패의 경험을 하고 있나’라고 질문을 바꾸는 것이다. 왜 최고로 잘하지 못하나가 아니라, 왜 이제야 이런 경험을 시작하는가 라는 질문은 장애인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던 시간에 대한 문제제기다.
새롭고 정치적인 이야기를 생산하고, 장애가 있는 몸으로 연기양식을 고민하고, 무대연출을 재구성하며 기획과 연출에 참여하는 것, 문화생산의 주체로서 장애인 예술가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다른 몸이 위계화 되고, 인권을 존중받지 못하며, 구경거리가 되는 사람을 만드는 권력구조는 소멸되지 않았다. 그래서 사회 제도 안팎을 넘나드는 장애인 권리 투쟁이 유효하듯, 무대 위에서도 여전히 그들은 투쟁중이다. 무대 위에서 기꺼이 자신의 몸이 연기자가 되거나 오브제가 되기도 하며, 소통을 돕는 자막을 무대장치로 적극 활용한다. 연출과 기획의 역할을 익히고, 협력하며 일상 연습을 꾸려 나간다. 또 비장애인다움을 흉내내지 않고 장애와 비장애 역할을 넘나들며 장애인다운, 비장애인다운 몸과 이미지에 균열을 내기도 한다. 이러한 문화적 도전의 과정들은 무대 안팎에서 세상과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실천이다.
춤추는 허리는 실전에 강하다. 나는 공통된 몸의 경험과 인식이 주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무대라는 실전은 현실세계의 축소판으로 공연이 시작될 때 배우들은 힘을 모아 세상을 바꾸기 위해 집중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술영역의 주변인으로만 머물던 장애여성이 연극 생산의 주체가 되려고 하는 과정은 정상성 중심의 사회에 대한 도전이며, 변화를 위한 운동이다. 본무대는 리허설이며, 삶은 실전이다. 실전은 언제나 투쟁의 일상이다. 무대 안에서 느낀 자유로움은 무대 밖 삶과 이어 지며 치열함을 위한 힘을 준다. ‘비정상적인 몸’이라는 규정을 벗어난 무대안팎의 장애여성 배우들의 몸은 더 이상 무기력하지 않다. 이것이 바로 타인에 의해서 규정되고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 장애 여성으로써 삶의 경험을 토대로 새롭게 이야기를 써야 하는 이유이고, 우리가 무대에 서는 이유다.
그저 취미나 아마추어 발표로 보이는 이 작업에 참여하는 것은 진지한 정치적 선택이다. 무대에 수년째 오르는 장애여성 배우 A는 자신의 삶이 변화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언어장애가 있어 의사소통이 대리되거나 장애인 거주시설의 통제를 경험했던 과거는 그가 자신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어렵게 했다. 삶을 옮겨다 놓은 모형 같은 연습실과 무대는 실패를 연습하는 공간이 되어주었다. 대사를 외우지 못하거나 동선을 틀리기도 하고 동료와의 관계는 어그러진다. 그러나 갈등을 빚고 긴 시간을 두고 함께 해결해 가는 과정이야 말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사회적 관계이자, 사회적 책무이기도 하다. 연습시간을 지켜야 하고 최대한 맡은 배역에 충실해야 한다.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시간이다. 나 다운 내가, 우리를 만드는 시간이다.
이번엔 무대로 가보자. 무대라는 공간에서 배우는 여전히 정형화된 이미지와 몸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다. 공연을 할 수 있는 몸은 ‘정상적’인 신체를 상정하고 있으며, 관객 역시 그러한 배우를 상상하고 기대한다. 장애여성 배우의 경우 여성에게 강요되는 정형화된 몸의 기준과 억압이 한 층 더 복잡하게 작동된다. 설사 아름답고 튼튼한 몸에 대한 압박이 약하더라도 민첩하게 움직이고 크게 소리를 내는 단련된 배우의 몸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은 남는다. 따라서 무대 위에서 장애여성 배우는 복잡한 맥락 안에 놓여진 자신의 몸을 경험하며, 넘어서야 하는 편견과 억압에 직면하게 된다. 이를 인식할 때 무대에 서는 행위는 사회가 기대하는 이미지를 거부하며, 장애와 권리를 이야기하는 움직임은 사회에 대한 저항이다. 이것이 바로 장애여성 예술인의 삶의 경험을 토대로 새롭게 이야기가 쓰여져야 하는 이유이며, 장애인 문화예술운동이 지향해야 할 가치다.
말을 하고 소리를 내는 행동은 그러한 장애가 없는 사람에겐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에너지와 집중력을 덜 필요로 한다. 하지만 언어장애가 있는 뇌병변 장애여성의 경우 한마디를 내뱉기 위해 전후 동작과 긴장을 거쳐야 한다. 대부분의 뇌병변 장애여성은 오랜 세월 자신의 몸에 익숙해져서 어떤 타이밍과 방식으로 소리내는 것이 자신에게 편한 것인지 알고 있다. 나는 이런 행동이 무대에서 비장애인 배우가 발성을 위해 훈련을 거듭하는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장애여성 배우는 연습과 소리내기의 방식이 그와 다를 뿐이다. 이 점을 포착한다면 장애여성 배우들의 기술적 연마를 다른 각도로 해석할 수 있다. 장애여성의 예술하기는 이처럼 장애여성의 무대 언어를 찾기 위한 과정으로 고통스럽지만 의미있는 시간이다. 또 장애여성의 예술가 되기는 정상적이고 일상적이라고 여겨졌던 몸과 행위들에 대해서 반문하는 과정이다. 예술가라고 상상/인정되는 사람과 작품에서 지워진 장애가 있는 몸들의 존재를 등장시키는 것이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가 공연을 제작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목표는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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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의 공연 제작 목표를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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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문맥에서 '춤추는 허리'의 공연 제작 목표와 관련된 문장을 추출한다.
- 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는 공연을 만들 때 늘 이점에 주목한다.
- ‘보여주는’ 주체가 되기 어렵고 ‘보여지는’ 존재들이 겪는 삶의 경험을 ‘보여주고’ 거부하는 것이 중요한 공연 제작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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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공연 제작의 목표를 명시한 핵심 문구를 선택한다.
- ‘보여주는’ 주체가 되기 어렵고 ‘보여지는’ 존재들이 겪는 삶의 경험을 ‘보여주고’ 거부하는 것이 중요한 공연 제작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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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선택된 근거를 바탕으로 극단이 지향하는 바를 정리한다. 이들은 타인에 의해 규정되는 '보여지는 존재'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삶의 경험을 직접 '보여주는' 주체가 되고자 하며, 기존의 방식에 거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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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한다. '보여지는' 존재로서 겪는 삶의 경험을 직접 '보여주고' 이를 거부하는 것이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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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최종 답변을 작성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보여주는’ 주체가 되기 어려운 ‘보여지는’ 존재들이 겪는 삶의 경험을 직접 ‘보여주고’ 거부하는 것이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는 공연을 만들 때 ‘보여주는’ 주체가 되기 어렵고 ‘보여지는’ 존재들이 겪는 삶의 경험을 직접 ‘보여주고’ 거부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