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인지이론에서 가장 핵심적인 설명 도구는 ‘개념적 은유’이다. 인지이론에서 은유는 개념적 연상의 패턴, 즉 개념적 은유이며,“은유의 본질은 한 종류의 사물을 다른 종류의 사물의 관점에서(in terms of)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이다.” 개념적 은유에서 가장 중요한 기제는 사상(寫像, mapping)이다. 이때 사상이란 “관련된 개념들 간의 체계적인 은유적 대응”을 가리킨다.125) 이처럼 레이코프와 존슨은 은유의 본질이 언어적 표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개념 영역을 다른 개념 영역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인지작용”에 있다고 보았다. 개념적 은유는 일차적 은유와 복합적 은유로 나뉜다. 일차적 은유란, ‘애정은 따뜻함’, ‘친밀함은 가까움’, ‘범주는 그릇’ 등과 같이 기본적인 지각적 개념을 단순하지만 지각적이지는 않은 개념으로 사상하는 것이다. 반면에 복합적 은유는 일차적 은유들이 결합한 형태의 은유로서 오랜 기간 동안 관습화되고, 고착화되고, 고정되어 있는 경우가 상당하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개념적 은유는 추상적 대상인 목표영역을 구체적인 원천 영역의 관점에서 제시함으로써 목표영역에 대한 사고와 추론을 이끈다. 이 사상의 과정에서 원천영역과 목표영역의 상이함으로 인해 목표영역의 특정한 측면이 부각되거나 은폐된다. 개념적 은유로 인한 부각과 은폐는 목표영역에 대한 사고와 추론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지적 분석은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개념적 은유를 분석함으로써 그 사고의 심층적 구조를 밝혀낸다는 점에서 담화분석(discourse analysis)의 특징을 가진다. 여기에서 분석의 대상이 되는 담화란, 동성애에 관한 담론처럼 사회적 실천을 구성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장에서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담론적 실천(discoursive practice)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인지의미론의 창시자인 레이코프는 세금, 규제 등과 같이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는 어휘의 의미가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따라 다르며 이러한 어휘를 활용하는 방식의 이면에 작동하는 무의식적인 프레임이나 개념적 은유도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정치 담론에 대한 인지적 분석을 통해 밝혀냈다.
레이코프와 존슨은 관습화된 복합적 은유가 우리의 개념체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토대가 되고 그 체계에 따른 사고를 이끈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관습적으로 자주 쓰이는 ‘목적이 있는 삶은 여행’ 은유는 ‘삶’이라는 목표영역을 ‘여행’이라는 원천영역에 사상함으로써 삶에 관한 이해를 이끈다. ‘여행’이라는 원천영역은 여행자, 목적지, 여행의 일정 등의 요소들로 구성된다. ‘여행’ 은유에서 중간 단계의 목표는 중간 단계의 목적지(경유지)이며, 최종 목표는 최종 목적지이고,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행위는 경로를 따른 이동이며, 목표 성취에서의 진전은 목적지를 향한 이동이며, 시작 상태는 출발 위치이며, 최종적으로 목표를 성취하는 것은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목적이 있는 삶은 여행’이라는 개념적 은유는 삶에 대한 이해 방식인 내러티브(narrative)에 내적 구조를 부여한다. 그리고 ‘여행’은 ‘원천-경로-목표’라는 이미지 도식에 사상됨으로써 이해된다. 우리는 인간의 삶을 시간 순서에 따른 인물과 사건의 단순한 나열로 이해하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우리의 삶은 인물과 사건이 일정한 배열(configuration) 구조 안에서 관계를 가지는 내러티브로 이해되고 그런 방식으로 이야기된다.
우리가 특정 사건을 구성요건요소들로 이루어진 법적 사태로 이해함에 있어서 내러티브는 부지불식간에 동원되는 매우 보편적인 인지적 기제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판결문의 사실관계를 보더라도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특정한 종교적 신념이나 평화주의적 신념을 형성하고 그 진지한 신념을 병역거부라는 소극적 부작위로 외부에 표현하는 과정이 인과적 관계로 배열되어 있다. 이처럼 양심적 병역거부행위는 앞서 설명했던 ‘여행 내러티브’의 내적 구조로 쉽게 이해된다. 또한 대체복무제를 운용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신청 시 양심적 결정의 동기와 과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도 내러티브를 통해 사태를 이해하려는 한 방편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방대체복무청(Bundesamt für den Zivildienst:BaZ)을 두어 병역거부자 판정을 담당하게 하였던 독일의 경우 병역거부를 원하는 사람에게 ‘병역거부 신청서’와 함께 ‘이유서’와 ‘이력서’를 제출하도록 하였다.
법적 추론에 대한 인지적 분석이란 법적 추론의 비가시적 영역을 가시화하는 작업이다. 다시 말해, 법적 추론을 이끌지만 비가시적인 개념적 은유를 추적함으로써 법적 추론의 심층적인 구조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법적 결정에 대한 인지적 분석을 통해서 드러나는 개념적 은유 체계는 의식적이고 논리적이라기보다는 암묵적이고 자동적으로 작동한다. 바로 이 암묵성과 자동성으로 인해 우리는 비성찰적인 인지과정을 거쳐 사고하고 판단하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 구성된 개념과 이해도 상당 부분 비성찰적인 특성을 띤다. 이와 같은 비성찰성은 엄밀해야 하는 법적 사고와 법적 개념에서도 빈번하게 발견된다. 따라서 법적 추론에 대한 인지적 분석은 법적 사고의 기저에 있는 암묵적이고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심층 구조를 파헤쳐봄으로써 법적 사고의 비성찰적 측면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 법적 추론에 대해 인지적 분석은 법 영역에서의 관행적 사고가 무엇인지 진단하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양심실현지연론이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이해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여행’ 내러티브 구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내러티브 구조 안에서 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 실현에 대한 최종적인 심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이러한 개념적 은유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현행 사법 관행 하에서 강력한 형사처벌을 예상하면서도 병역의무 이행 거부라는 양심적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양심상의 심각한 갈등, 즉 정체성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실존적 절박함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물론 개념적 은유의 부각과 은폐 기능으로 말미암아 개념적 은유가 현실을 그대로 모사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떤 대상에 대한 개념적 은유와 그 대상의 실제적인 모습 간의 괴리가 심각하다면 그 개념적 은유는 그 대상에 대한 이해의 틀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여행 내러티브 구조의 관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이해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대체복무라는 ‘길이 없는 상황’에서 적법 영역을 이탈하여 무리하게 양심 실현이라는 목표를 향해 이동하려고 하는 ‘무모한 여행자’가 된다. 또한 균형 도식의 관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이해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자신의 양심 실현이라는 개인적 목표를 위해서 최초상태 쪽으로 한참 기울어진 불균형을 해소시켜야 하는 문제에 봉착해 있는 사람이다. 이 두 가지를 결합하면,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적법행위(병역의무의 이행)를 하지않는 심각한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은 채 개인적 목표(양심의 실현)에 도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즉 ‘특혜를 요구하는 사람’으로 이해된다.
지시문 (instr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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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question)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여행 내러티브 구조'의 관점에서 이해할 때,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어떤 존재로 규정되는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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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여행 내러티브 구조'라는 특정 관점에서 해석했을 때 나타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정체성을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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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문맥에서 '여행 내러티브 구조'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을 추출한다.
- 결국 여행 내러티브 구조의 관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이해하면
-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대체복무라는 ‘길이 없는 상황’에서 적법 영역을 이탈하여 무리하게 양심 실현이라는 목표를 향해 이동하려고 하는 ‘무모한 여행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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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질문에서 요구하는 '여행 내러티브 구조'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서술을 선택한다.
-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대체복무라는 ‘길이 없는 상황’에서 적법 영역을 이탈하여 무리하게 양심 실현이라는 목표를 향해 이동하려고 하는 ‘무모한 여행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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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여행 내러티브 구조 하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처한 상황(대체복무라는 길이 없는 상황)과 그로 인한 행동 양식(적법 영역 이탈 및 무리한 이동)을 결합하여 그들의 정체성을 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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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대체복무라는 길이 없는 상황에서 적법 영역을 벗어나 양심 실현이라는 목표를 향해 무리하게 이동하려는 '무모한 여행자'로 정의된다는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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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도출된 결론을 바탕으로 최종 답변을 작성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대체복무라는 '길이 없는 상황'에서 적법 영역을 이탈하여 양심 실현이라는 목표를 향해 무리하게 이동하려고 하는 '무모한 여행자'로 이해된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여행 내러티브 구조의 관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이해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대체복무라는 길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양심 실현이라는 목표를 향해 이동하려고 하는 무모한 여행자로 규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