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블랙리스트 적폐청산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도 인사정책에서 또 다른 블랙리스트 정책을 시행한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은 공직임면에 있어서 법적으로 보호받는 영역과 정책적 재량의 영역을 혼동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모든 정부는 새로운 정책적 목표를 시행하기 위하여 정치적 공직의 임면에 있어서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진다. 여기서 정치적 공직은 직업공무원제와 임기제로부터 자유로운 자리를 의미한다. 현대국가는 공무 수행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엽관제 대신에 직업공무원제를 도입하고 임기제 공직을 설치하였다. 이와 같이 법적으로 보호받은 공직이 아니라면 정부는 공직임면에서 정책적 재량을 보유한다. 오히려 정부는 다양하고 세밀한 검증기준을 가지고 정책적 일관성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목표에 맞게 수립된 검증기준과 그 시행을 ‘문제적인’ 블랙리스트로 규정하는 것은 개념의 남용이다.
이명박 및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는 비단 문화예술계에 한정되지는 않았다. 4대강사업에 반대하였던 시민단체나 교수・연구자들에 대한 각종 불이익조치나 사찰은 그 출발점이었다. 블랙리스트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문화예술영역에서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을 억지로 축출하거나 창작지원과정에서 정치적 성향에 따라 무려 9천 여 명의 문화예술인들을 배제하였다. 이러한 정책은 문화예술계를 넘어 일반 학계와 방송계, 사법부에서도 관철되었다. 정보기구들도 도감청, 사찰, 감시를 통해 블랙리스트 작업에 빠짐없이 관여하였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면서 문화예술계에 대해 대대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진보정당의 말살과 문화예술계에 대한 탄압은 오비이락이 아니라 필연적 연관성을 가진다는 점을 독일과 미국의 정치사에도 확인할 수 있다. 단일한 영역으로서 문화예술의 장은 정치 다음으로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에 정당을 해산시키는 정권이 문화예술계를 초토화하려는 것은 지극히 논리적이다.
정치사회는 고래로부터 내부의 위협세력을 적으로 선언하고 그들의 법적 보호를 박탈하였다. 고대의 로마나 그리스는 일정한 유형의 정치적 적들에게 추방을 명하고 살해를 허용하였다. 현대국가의 보안권력이나 정보기구도 안보를 위협하는 인물이나 단체를 체제 위협세력으로 규정하고 감시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체제위협세력에 대한 억압과 배제는 인권침해라고 보기 어렵다. ILO규약 제111호(고용차별금지협약)도 ‘국가안보를 손상시키는 활동의 정당한 혐의가 있는 자, 이러한 활동에 관여한 자’에 대한 불이익조치의 가능성을 전제한다(제4조). 그러나 현실에서는 테러분자뿐만 아니라 비폭력적 급진파까지도 포괄적으로 체제 위협세력으로 간주되어 수난을 당한다. 프랑스형 다원주의 국가는 비폭력적 급진파와 체제 위협세력을 구분하고 있다. 즉 공산주의자뿐만 아니라 비폭력적 급진파를 정치적 경쟁집단으로 수용하였다. 하지만 권위주의적이고 파시스트적인 사고에 찌든 정치체제는 체제 위협세력과 정부 비판세력조차 구분하지 않으며 비판적인 세력을 적으로 간주한다.
블랙리스트와 그에 입각한 정책이 모두 범죄나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의적인 분류와 자의적인 처우가 헌법위반이고 불법행위이다. 예컨대, ‘합리적 이유 없이’ 인종, 종교, 성별, 성적 지향, 종족적 기원 또는 정치적 이념에 따라 개인을 선별하고 차별적으로 처우한다면 당연히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국제노동기구는 동구권 사회주의 붕괴 이후에 새로운 체코공화국이 숙청법을 제정하여 과거 공산당 및 여타 조직에 속한 사람들을 개별심사 없이 일괄해서 배제하는 것도 인권침해라고 지적하였다.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도 차별금지사유를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공공영역에서 의심스러운 사유(suspect class)에 입각한 차별처우는 엄격심사를 받기 때문에 평등보호원칙이나 적법절차의 관문을 통과하기 어렵다. 지난 10여년 한국에서 시행되었던 블랙리스트는 정치적 견해와 태도를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하므로 ‘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에 관한 협약’(ILO협약 제111호 한국발효일 1999.12.20.)을 정면으로 위반한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헌법적 정의(正義)는 국가범죄 또는 헌법범죄로서 이행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행기 정의는 과거 독재 및 권위주의 체제에서 민주주의 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청산해야 하는 과거의 오류 및 상처를 말한다. 이행기 정의는 한국 사회에서는 주로 과거청산으로 표현했다. 헌법적 관점에서는 ‘체제 변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과거와 현재의 체제 단절이 있어야 한다. 블랙리스트 사태는 문화예술인들은 물론 시민의 인권을 대량으로 침해했다.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적폐 청산’은 이행기 정의 요청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 범정부 차원이 아닌 개별 부처나 기관의, 법규범 아닌 행정규칙에 따른, 그것도 몇몇 개별적 사건의 사후 조사에 그치며, 구속력 없는 재발방지책으로, 몇몇 형사 처벌 가능한 범죄자만 문책하는 전시행정이기 때문이다.
유엔총회가 채택한 ‘인권피해자 권리장전’은 대량의 인권침해를 겪은 사회가 구현해야 할 이행기 정의 원칙으로서, 인권침해 사건의 진실 규명, 가해자의 처벌과 징계,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원상회복, 치유와 재활조치,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혁과 군경 공직자・미디어종사자・의료인 등에 대한 인권법 및 인도법 교육, 시민에 대한 일반적인 인권교육 등을 담고 있다. 이행기 정의의 원칙은, 진상 규명, 가치 판단, 피해 구제(명예회복, 배・보상, 정신적 치유 등), 책임 규명(형사적 책임, 민사적 책임, 정치적 책임, 도덕적 책임, 형이상학적 책임), 애도와 처우 그리고 기억, 재발방지 및 개선의지 등이다(김민철, 2005: 45; 안병욱, 2010: 48-49 참조). 이재승(2014a: 185)은 처벌과 배상을 넘어서 사회구성원의 정신적 쇄신과 구조의 혁신을 정면으로 추구하는 ‘변혁적 정의’(Daly, 2002)에 주목한다. 이행기 정의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범주에 딱 들어맞지 않는 보통사람들의 각성과 참여를 강조한다.
민간위원이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으로서 참여하여 심의하지만, 조사 활동의 실질적인 법적 성격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직무권한으로써 행하는 것이다. 업무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포괄적 지휘・감독 아래 기획조정실의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지원팀이 수행하고(훈령 제10조), 관련 공무원의 비위 사실에 관해서는 감사관이 관련 조사를 시행하며(훈령 제11조제2항), 관계 기관・단체의 장에게 자료 제출 및 의견 제시 등의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장관이다(훈령 제11조제3항). 조사 활동에 참여하는 전문위원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채용한 기간제근로자로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업무를 수행한다. 위원회가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아래 ‘행정기관위원회법’)의 적용대상이라고 볼 여지는 있지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공동위원장으로서 참여하는 점에서 그 법적 성격을 달리하고, 진상조사위원회의 심의・의결 사항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 등”일 수 없으며(행정기관위원회법 제2조제2항), 그러한 법적 효과를 가질 수도 없다.
지시문 (instr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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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question)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이 이행기 정의의 요청에 충분히 답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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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이 이행기 정의의 관점에서 왜 미흡한지 그 구체적인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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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문맥에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방식에 대해 기술된 부분을 추출한다.
-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적폐 청산’은 이행기 정의 요청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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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적폐 청산이 미흡한 구체적인 근거가 되는 문장들을 선택한다.
- 범정부 차원이 아닌 개별 부처나 기관의, 법규범 아닌 행정규칙에 따른, 그것도 몇몇 개별적 사건의 사후 조사에 그치며, 구속력 없는 재발방지책으로, 몇몇 형사 처벌 가능한 범죄자만 문책하는 전시행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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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추출된 근거들을 종합하여 적폐 청산의 한계점을 정리한다. 범정부적 차원이 아닌 개별 부처 단위의 대응, 법규범이 아닌 행정규칙에 의존하는 점, 사후 조사에 국한된 점, 재발방지책의 구속력 부재, 그리고 일부 범죄자 문책에 그치는 전시행정적 성격을 결합한다.
- 범정부 차원이 아닌 개별 부처나 기관의
- 법규범 아닌 행정규칙에 따른
- 몇몇 개별적 사건의 사후 조사에 그치며
- 구속력 없는 재발방지책으로
- 몇몇 형사 처벌 가능한 범죄자만 문책하는 전시행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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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이 이행기 정의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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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질문에 대한 최종 답변을 작성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은 범정부 차원이 아닌 개별 부처나 기관 단위로 이루어지며, 법규범이 아닌 행정규칙에 근거하여 몇몇 개별적 사건의 사후 조사에 그치기 때문이다. 또한 재발방지책에 구속력이 없고, 형사 처벌이 가능한 몇몇 범죄자만을 문책하는 전시행정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이 이행기 정의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이유를 범정부적 차원의 부재, 법적 근거의 미비, 사후 조사 및 전시행정적 한계라는 근거를 통해 도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