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문화적 표현물에 대한 검열은 원천적으로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간혹 청소년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경우에 따라서는 검열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그렇다. 청소년보호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크게 틀린 말 같아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가령 성적 표현이 아주 노골적이거나, 폭력의 수위가 높은 표현물들을 무작정 청소년들에게 개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적 표현물을 심의해서 등급을 매겨 청소년들이 볼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한다. 이른바 문화적 표현물에 대한 심의와 등급분류가 검열에 해당되는지는 매우 논쟁적인 문제이다. 표현의 자유를 급진적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은 공권력에 의한 심의와 등급분류 제도도 검열의 한 유형으로 보려한다.
위에 언급한 인용문은 청소년보호가 목적이라 하더라도 공권력이 문화적 표현물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통제하는 공권력이 하나의 규범을 만드는 게 매우 위험한 것임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특히 공권력이 청소년보호라는 명분으로 자신들의 지배의 규범을 강화하려는 의도에 대해서 경계할 것을 촉구한다. 청소년보호 이데올로기가 강한 우리사회에 위 인용문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청소년보호 논리는 어떤 점에서 표현의 자유와 검열 사이의 대립 관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창작자의 고유한 가치와 권리가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기준에 있어 청소년보호는 공권력에 의한 검열의 정당성을 사회적 규범의 형태로 확보하려는 명분으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청소년보호법에 명시된 청소년 유해매체 심의 기준, ‘아동 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 11조,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배포의 규정은 지나치게 보수적 규범이 작동하고 있다. “청소년에게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것이나 음란한 것”이란 심의 기준은 너무나 모호한 사회적 규범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든다.
청소년보호를 명분으로 한 공권력의 규제는 보수적인 청소년 시민단체의 힘을 빌려 시민사회의 규범적 의제로 변형된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는 청소년보호가 표현의 자유보다 우선하는 의제를 강하게 제기한다. 청소년보호는 어떤 점에서 청소년 스스로의 권리로 행사되지 못하고 보수적인 부모 세대가 요청한 것이다. 공권력에 의한 검열의 의도, 규제의 위험한 규범성이 청소년보호 논리 뒤에 숨어 우리 안에 내면화된다. 청소년보호는 검열의 사회적 내면화를 위한 공권력의 통치 이데올로기 중의 하나임을 알게 해준다. 검열과 규제, 규제와 심의는 어떤 점에서 종이 한 장 차이라 할 수 있다. 이 말은 검열이 공적 규제와 심의라는 합법적인 장치를 활용하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법적 규제와 심의는 사실 규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심의위원이 어떻게 심의하느냐에 따라 검열에 가까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러한 문화매체를 심의하는 기관에 보수적 결정을 내리게끔 압력을 행사하는 보수적 기독교 단체들의 집단행동도 논란을 일으킨 원인이다. 레이디 가가의 공연이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것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주도적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레이디 가가의 2009년 내한공연이 거의 비슷한 수준의 콘텐츠로 진행되었지만, 12세 관람가로 허가를 받았고, ‘현대카드’ 사 역시 과거의 기준과 이 공연의 다른 아시아 국가들, 예컨대 일본, 홍콩, 태국에서는 특별하게 연령 제한을 두지 않았던 점을 참고했기 때문이다. 이 공연이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과정에 한국의 전통적인 기독교 보수 교계들이 영등위의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 보수 기독교계는 레이디 가가 내한 공연 발표 직후 이 공연을 보이콧하려는 운동을 곧바로 전개했다. 대형교회 중심의 보수 기독교계의 막강한 파워는 레이디 가가의 공연을 사탄의 재림을 위한 유혹 퍼포먼스로 몰고 가면서 공연 주최사인 현대카드와 정부를 압박했다.
두 번째, 웹툰의 청소년 유해매체 고시 논란이다. 한국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는 2012년 2월에 24편의 웹툰을 청소년유해 매체물로 사전 고시한다는 내용을 해당 작가들에게 알렸다. 심의위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 연재작 13편, 다음 연재작 5편을 포함 총 24편을 대상으로 공문을 보냈고,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반-폭력적이라는 것을 심의위에 나와 변론을 해야 했다. 해당 작품들 중에는 <열혈초등학교>, <전설의 주먹>, <더 파이브> 등 인터넷 웹툰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 들어있고, 이미 16편은 19세 이상만 볼 수 있도록 자율규제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특히 청소년 유해물로 사전 고시된 <더 파이브>는 ‘2011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에서 문화부장관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신화창조 프로젝트 피칭 부문 대상작이기도 하다.
이런 식의 매체모방론으로 범행의 동기를 몰아가는 것은 청소년 비행과 관련해 심각한 사회적 사건이 나올 때마다 벌어지는 일상적인 관행이다. 1999년 4월, 미국의 칼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때에도 미 연방경찰국은 이들의 범행동기로 1인칭 슈팅게임(FPS) ‘둠’과 록 가수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을 지목했다. 1997년 일진회 사건 때도 학교 폭력의 주범으로 일본 만화가 지목되기도 했다. 대구 중학교 자살사건이 벌어 진 후 정부기관과 보수 언론의 보도 태도는 사건의 배후에 청소년 유해매체가 있다는 것을 여론화하는 데 집중했다. 심의위원회가 예정에도 없던 웹툰 검열을 시도하려 했던 것도 학교 폭력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과 보수언론의 대대적인 보도가 나온 이후였다. 2012년 1월 오토바이 날치기 사건에서 가해자를 조사하던 중에 만화를 보고 모방했다는 진술이 나오자, <조선일보>는 인터넷 다음사이트에서 연재하던 <열혈 초등학교>를 맹공격했다. <조선일보>가 “열혈 초등학교, 이 폭력 웹툰을 아십니까”(2012년 1월 7일자)라는 제하로 1면에 대서 특필하자, 곧이어 심의위원회가 이 웹툰을 포함해 인터넷에 게제 된 웹툰을 대대적으로 심의하겠다고 선언했다.
학교폭력과 왕따라는 심각한 사회문제는 왜 생겨나는 것일까? 이 원인에 대해 ‘매체모방론’과 ‘사회구조론’은 아주 다른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입시교육과 경제 양극화, 사회적 구별짓기라는 사회구조의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학교폭력과 왕따들이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은 현 정부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매체모방론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한계들을 스스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대신해 누군가에게 원인을 전가할 대상이 필요했고, 그 대상은 언제나 이미 대중매체였다. 게임의 중독성과 웹툰의 폭력성은 객관적 분석과 실증 연구의 대상이기보다는 정치적 의도를 대변하는 일종의 바로미터로 기능한다. 웹툰의 폭력성은 객관적으로 진단 가능한 어떤 기준과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학교폭력과 왕따’라는 특정한 국면 하에서 정치적으로 내려진 자의적인 가설 하에서 결정된다. <열혈초등학교>, <전설의 주먹>과 같은 웹툰을 자세히 본 네티즌들이라면, 이 웹툰들의 폭력적 장면들이 어떤 맥락에서 그려진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본문에서 언급된 '매체모방론'이 정부에 의해 활용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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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정부가 매체모방론을 사용하는 이유와 그 이면에 숨겨진 정치적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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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정부가 학교폭력 등의 원인을 매체로 돌리는 현상과 그 배경에 대한 문장을 추출한다.
- 이런 식의 매체모방론으로 범행의 동기를 몰아가는 것은 청소년 비행과 관련해 심각한 사회적 사건이 나올 때마다 벌어지는 일상적인 관행이다.
- 그럼에도 정부가 매체모방론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한계들을 스스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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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정부가 매체모방론을 선택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담긴 문구를 선택한다.
- 자신을 대신해 누군가에게 원인을 전가할 대상이 필요했고, 그 대상은 언제나 이미 대중매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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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입시교육이나 경제 양극화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정부의 정치적 한계를 회피하기 위해, 대중매체를 원인 제공자로 지목하여 책임을 전가한다는 논리 구조를 형성한다.
- 입시교육과 경제 양극화, 사회적 구별짓기라는 사회구조의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학교폭력과 왕따들이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은 현 정부도 알고 있다.
- 자신을 대신해 누군가에게 원인을 전가할 대상이 필요했고, 그 대상은 언제나 이미 대중매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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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정부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적 한계를 인정하는 대신, 대중매체를 희생양 삼아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로 매체모방론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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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질문에 대해 간결하고 명확한 서술형으로 답을 작성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정부가 매체모방론을 활용하는 이유는 입시교육이나 경제 양극화와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자신의 정치적 한계를 스스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자신을 대신해 책임을 전가할 대상이 필요했고, 그 대상으로 대중매체를 선택하여 사회적 문제의 원인을 돌리는 것이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정부가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대중매체를 범행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매체모방론을 책임 전가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