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context)
우리나라 박사 양성의 또다른 특징은 배출하는 박사 중에서 학업에 전념한 박사보다 직장을 다니고 급여를 받으면서 야간 또는 주말을 이용하여 학업을 병행하는 박사의 비중이 더 높다는 점이다. 직장병행자의 경우, 경력을 전환하기 위한 목적도 일부 있으나 대부분은 현재의 직장을 유지하면서 학위를 추가하는 경우로 이들의 직업은 교사,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기업 임원, 개업의사 등 노동 여건이 매우 좋은 편이다. 이공계의 경우에도 애초 비연구개발업무에서 학위 취득 이후 연구개발업무로 전환하는 인력의 비중은 낮다. 특수대학원과 전문대학원의 증가로 대학원의 기능이 학문후속세대양성에서 평생교육으로 확장되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학위에 대한 선호가 매우 높다는 점도 작용한 결과이다. 따라서 직장병행자와 학업전념자를 구분하지 않고 신규 박사인력의 진로나 노동시장 통계를 작성할 경우 현실과는 크게 동떨어진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배출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배출자의 속성이다.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박사 배출에서 학업전념자와 직장병행자는 중요한 차이를 보이는데 이를 고려하면 우수연구중심대학 및 수도권 대형 사립대학과 나머지 대학은 뚜렷이 구별되는 차이를 보인다. 먼저 신규 박사의 평균 연령에서 두 대학군(우수연구중심대학, 수도권 대형사립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군은 40세를 넘고 있는데 이는 직장병행자들이 대부분 학업전념자에 비해 고령이기 때문으로 대부분 대학에서 직장병행자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이공계의 학업전념자 비중을 보면 우수연구중심대학은 90.2%, 수도권 대형 사립대학은 73.5%이지만 지역 거점국립대학만 해도 절반을 약간 상회하며 지역의 사립대학과 기타 국공립대는 30%대에 불과하다.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직장병행자의 비중이 훨씬 높다.
연구중심대학 등 대학 특성화와 관련하여 지금까지는 이공계 전임교원의 수와 논문 등 성과, 연구개발비, 박사학위 배출자 규모 등 연구에 관련된 지표만이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박사 공급에 비해 대학의 신규 교원 임용이 줄어들고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학간 교원의 연구역량 차이는 크게 줄어들었다. 거의 모든 대학들이 신임교원 채용조건으로 연구역량을 가장 중시하므로 지역 대학의 신임교원들도 매우 우수한 역량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또한 직장병행자를 고려하지 않은 박사학위자 배출 규모만으로는 대학원의 역량 비교가 어려워졌다. 예를 들어 지역 거점대학의 경우 지역 R&D 증가, 지역대학 육성정책, 거점대학으로서의 후광 효과 등으로 연구비와 박사학위자 배출 규모는 매우 높지만 직장병행자 비율과 신규 박사의 사회진출 경로로 볼 때 연구중심대학군과는 국가혁신체제에서의 역할이 뚜렷이 구분되고 있으며 오히려 지역대학에 더 가까운 특성을 보여준다.
한편, 이러한 박사학위 배출 순위를 통해 확인되는 우려되는 사항은 소위 대학 서열체제 내의 우위를 점하는 수도권 대형 대학들이 박사학위자 배출 순위에서도 상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대학원교육에 보다 중점을 두어야할 대학들이 학부교육의 경쟁력 추구 혹은 우수 입학자원의 유치에만 더욱 열을 올리는 형국이라 볼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유수 주립대들이 연구중심대학으로 특화하여 양질의 박사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동부의 명문대로 알려진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학부과정은 소형으로 운영하며 대학원 중심대학으로서의 면모를 명확히 하는 것과 비견되는 대목이다. 특히, Liberal Arts로 알려진 미국의 일부 명문사립대들은 박사과정을 전혀 운영하지 않는 등 양질의 학부과정에만 집중하여 교육적 학문적 성과를 끌어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대형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을 비롯하여 다수의 학부정원을 유치하면서 동시에 학문적으로도 탁월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느정도 그 한계가 뚜렷하다.
다음으로 연구중심대학의 육성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대학의 특성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대학원중심 대학인가 학부중심의 대학인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KAIST 등 일부 대학은 특수법인의 형태로 과학기술전문 대학원중심 대학으로 설립되었고 또한 그렇게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상당수의 대학은 대학원과정과 학부과정이 적당히 버무려져 어느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대학은 양질의 대학원과정을 운영하면서도 또한 학부교육의 경쟁력을 우선시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경우 다수의 박사인력 양성을 미국 등 해외에 ‘위탁’하는 등 학문적 생태계가 여전히 미숙하다는 점에서 보다 광범위한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고 발전시켜야할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한국의 고등교육은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들을 안고 있다. 엘리트를 위한 교육이 보다 체계적이고 높은 성과를 보일 수 있도록 재구조화될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의 교육내용과 교육방식이 좀더 노동시장 친화적이 되어야 하고, 제4차 산업혁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창의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국제화를 강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런 여러 과제들과 더불어 학생들이 대학에서 교육하는 전공과 교양과목 학습에 집중함으로써 인적 능력을 보다 더 크게 향상시키는 구조를 만드는 것 또한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대학에 입학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어떤 대학에서든 졸업 시 어느 정도의 인적능력을 갖추었느냐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경쟁은 대학 입학 단계가 아니라 대학진학 이후 대학 교육 과정에서 치열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주요한 정책 수단은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다. 우선 현재 1조 5천억원 규모의 지원 예산을 대폭적으로 확대하고, 다른 부처에서 대학을 지원하는 지원금도 함께 통합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제정을 통해 고등교육 예산이 매년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앞에서 지적했던 고등교육 개혁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재정지원 방식의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먼저 현행 재정지원 사업이 가지고 있는 역진적 성격을 제거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재정지원 사업에는 소위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적용되어 왔다. 한정된 예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공모제 방식으로 대학의 지원을 받아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된 대학에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미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대학에 재정지원이 보다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다른 재정투입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R&D 투자도 투입 대비 산출 효과의 측정은 중요한 과제이다. R&D의 경우 투입 요소의 정량화는 간단하지만 산출 요소의 측정은 매우 어렵다. R&D를 통해 얻어지는 성과는 논문, 특허, 시제품, 표준 등 직접적인 산출(output)과 장기적인 파급효과(output)로 구분되는데 특히 장기적인 효과는 발현되기까지의 시차가 길고 서로 다른 형태의 활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투입과 산출의 인과 관계 측정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점에서는 자원의 투입으로부터 최대한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효율성(efficiency)의 개념이 중요한 반면, 고등교육재정지원의 관점에서는 계량화된 산출물보다는 장기적인 효과성(effectiveness)이 더욱 중요하다. 연구개발의 과학기술적 성과는 SCI 논문, 특허건수 등 정량 수치를 통해 비교적 간단히 측정되지만 대학의 경쟁력 강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의 양성과 같은 성과는 측정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대학 R&D의 두 관점에 따라 효율성과 효과성도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고 하겠다.
우리 대학에서 R&D 및 고급인력양성이 이루어진 것은 80년대 이후의 일로 대학교원, 대학원생, 연구비 등 양적 규모는 단기간에 급팽창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학 R&D 지원 방식은 소수의 사업단 및 센터형 지원사업을 제외하면 절대 다수가 대학교원 개인의 역량을 토대로 개인에게 지원하는 형태이다. 따라서 연구에 필요한 기초 장비, 대학원생 인건비, 연구지원 인력 등 모든 인프라의 구축이 전적으로 대학교원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며 연구 수행도 교수 개인 연구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체제에서는 연구비 확보 → 대학원생 확보 → 성과 창출 → 새로운 연구비 확보의 선순환 구조가 교원의 최적화된 선택이며 대학 교원이 정부 사업에 참여하는 가장 큰 목적은 연구실 운영을 위한 연구비 확보, 즉 대학원생의 인건비 충당이다(박기범, 2013). 그런데 정부 지원과제의 과제당 평균 연구비는 1억 1천만 원 내외로 이는 석사과정 3~4명과 박사과정 1~2명으로 이루어지는 평균적인 이공계 교원 연구실의 최소 운영비에 현저히 부족하다.
지시문 (instruction)
다음 문맥을 읽고 질문에 답하시오.
질문 (question)
우리나라 대학의 재정지원 방식에서 현행 공모제 방식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추론 과정 (compact_reasoning)
-
1과제 해석
task_interpretation현행 대학 재정지원 방식인 공모제의 특성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정적 결과를 파악해야 한다.
-
2정보 추출
information_extraction재정지원 사업의 운영 방식과 그 원칙에 대한 정보를 추출한다.
- 현행 재정지원 사업이 가지고 있는 역진적 성격을 제거해야 한다.
- 대부분의 재정지원 사업에는 소위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적용되어 왔다.
- 공모제 방식으로 대학의 지원을 받아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된 대학에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
3근거 선택
evidence_selection공모제 방식이 결과적으로 어떤 현상을 만드는지 설명하는 문구를 선택한다.
-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미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대학에 재정지원이 보다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
4논리 통합
logical_integration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우수한 대학에만 집중 배정하는 공모제 방식이, 결과적으로 이미 성과가 좋은 대학에만 지원이 쏠리는 역진적 결과를 낳는다는 인과관계를 연결한다.
-
5결론 도출
conclusion_formulation공모제 방식은 이미 우수한 성과를 내는 대학에 재정지원이 집중되는 현상을 야기하며, 이는 재정지원의 역진적 성격을 강화한다.
-
6답변 생성
answer_generation질문에 대해 공모제 방식의 문제점을 정리하여 답변을 생성한다.
최종 답변 (final_answer)
현행 재정지원 사업은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공모제 방식으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된 대학에 예산을 배정하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적용한다. 이로 인해 이미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대학에 재정지원이 보다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며, 이는 재정지원 사업의 역진적 성격을 초래한다.
핵심 해석 (core_interpretation)
공모제 방식이 가진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이미 성과가 우수한 대학에만 예산을 편중되게 배정함으로써 재정지원의 역진성을 심화시킨다는 인과관계를 분석하여 답을 도출한다.